이란 혁명수비대가 '반복적 환경 규제 위반'을 사유로 들어 한국 유조선 '한국케미'를 나포한 데 대해 정부가 현지 교섭을 위한 대표단을 파견하기로 했다.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정례브리핑을 열고 "가장 이른 시일 내에 담당 지역 국장을 실무반장으로 하는 실무대표단을 이란 현지에 급파해 이란 측과 양자 교섭을 통해서 이 문제의 현지 해결을 위해 노력할 예정"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대표단은 고경석 아프리카중동국장을 반장으로 하고, 아중동국과 해외안전관리기획관실 직원 등으로 구성될 전망이다.
당초 이란 방문을 계획한 최종건 1차관도 오는 10일부터 2박 3일 방문 일정을 그대로 수행한다.
앞서 외교부는 이란 측과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 여파로 한국 내 은행에 동결된 이란중앙은행 자금 문제 등을 논의하고자 최 차관의 방문 일정을 조율해왔다.
이란 측은 그간 한국에 미국 제재로 동결된 자금을 풀어줄 것을 거듭 요구해왔다.
특히 이란은 최근 한국에 동결된 자금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구매하려 했지만, 미국 제재로 거래가 지연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외교부 당국자는 "한·이란 간 의약품·의료기기·코로나19 백신 등 인도적 교역 확대를 위해 많은 논의가 있었고, 어느 정도 성과도 있었다"며 "차관 방문에서 인도적 교역 확대 등을 논의할 수 있게 그전에 선박을 풀어달라고 강하게 요청했고, 이란 외교부와 함께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이번 유조선 나포 사건이 자금 문제에 대한 이란 정부의 불만에서 비롯됐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옴에 따라 최 차관 방문을 계기로 사건이 해결될지 관심을 모은다.
최 대변인은 "여러 가지 한국과 이란 간의 공동 관심사에 대해서 폭넓은 협의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최근에 발생한 선박 억류 문제와 관련해서도 당연히 관련 의견 교환이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기계획됐던 최종건 차관의 방문은 물론이고 이번에 급파하는 지역 국장 등 실무대표단, 현지 외교 채널 등 여러 가지 노력을 총동원해서 이 문제가 최대한 조기에 해결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고 국장은 이날 오후 외교부 청사로 사이드 바담치 샤베스타리 주한 이란대사를 초치, 이란 측의 한국 선박 '한국케미' 억류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하기도 했다.
고 국장은 또 샤베스타리 대사에게 억류된 한국 선원들의 안전 여부를 확인하고 억류된 선박의 조속한 해제를 강하게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은 전날 억류 직후부터 이날까지 세 차례 전화통화를 하기도 했다.
샤베스타리 대사는 외교부 청사에 들어서면서 '선원들은 안전하냐'는 기자들의 물음에 "모두 안전하다. (그들의) 건강에 대해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억류 경위 및 해제 시점 등을 묻는 말에는 답하지 않았다.
샤베스타리 대사는 고 국장과의 면담에서 이번 억류가 단순한 '기술적' 사안이라는 자국 정부 입장을 거듭 전하는 한편, 이란 외교당국 역시 최대한 조기 해결을 위해 함께 협력하고 노력해 나갈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최 대변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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