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냉각기 지속되나...미·중 외교수장, 첫 통화부터 날선 공방

미·중 외교수장, 대만·홍콩 거론하며 대립각

양제츠 "대만·홍콩·신장 외부 간섭 용납못해"

블링컨 "중국, 안정 위협·국제사회 규칙 무시"

중국 외교정책을 총괄하는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원. [사진=바이두]

조 바이든 미국 새 행정부가 출범한 이후 보름여 만에 처음으로 미·중 외교수장 간 통화 이뤄졌다. 양국은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대만과 홍콩, 신장 등 민감한 문제에서는 뚜렷한 대립각을 세워, 험난한 양국 관계를 예고했다. 

6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에 따르면 중국 외교정책을 총괄하는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원이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첫 통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양 정치국원은 첫 통화에서 "중·미 관계 발전은 양국 인민에 큰 이익을 가져다줄 뿐만 아니라 세계 평화·번영도 촉진할 것"이라면서 "양국 관계는 핵심적인 시기에 놓여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국 정부의 대미 정책은 고도의 안정성과 연속성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중국은) 미국이 그동안 저지른 잘못을 바로잡고 중국과 충돌하지 않으며, 상호 존중, 협력 공영에 초점을 맞춰 이견을 조정해 중·미 관계를 안정적으로 발전시키길 촉구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대만 문제를 언급하기도 했다. 양 정치국원은 "대만 문제는 중·미 관계에 가장 중요하고 민감한 핵심 문제"라며 "미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과 중·미 3대 연합 공보(미중 간 상호 불간섭 및 대만 관련 감축 합의)를 엄격하게 준수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홍콩과 신장, 티베트 등 관련 문제는 중국 내정으로 어떠한 외부세력의 간섭도 용납하지 않는다"면서 "중국을 헐뜯으려는 그 어떤 모략도 실현될 수 없으며 중국은 국가 주권과 안전, 발전 이익을 확고히 수호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사진=AP·연합뉴스]

이는 블링컨 장관이 이날 "신장과 티베트, 홍콩 문제뿐만 아니라 대만해협을 포함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지역 안정과 규칙에 근거한 국제사회를 언급하며 중국에 책임을 묻겠다"고 밝힌 것에 대한 발언이다. 인민일보는 블링컨 장관의 대중국 압박 발언은 보도하지 않고 양제츠 정치국원의 강경 발언만 집중 보도했다.

로이터·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블링컨 장관은 이날 미국이 신장과 티베트, 홍콩을 포함해 인권과 민주적 가치를 계속 지지할 것임을 강조했다. 또 대만해협을 포함해 인도·태평양지역 안정을 위협하고 국제사회 규칙을 무시하는 중국에 책임을 묻고자 동맹국 및 협력국과 협업하겠다고 재확인했다.

양국 외교수장은 미·중이 갈등하는 핵심 정치 현안에서 협의보다는 서로 입장차만 확인한 셈이다. 이에 따라 양국의 냉각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FT는 "블링컨 장관의 경고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에 대해 강경책을 유지할 것이라는 것을 암시했다"고 분석했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역시 미·중 외교수장이 첫 전화회담을 가진 것은 의미가 있지만 양국 모두 기본 이익을 양보하지 않을 것임을 보여줬다고 진단했다. 

한편, 조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아직까지 통화하지 않고 있다. 이는 세계 주요국가 중에서 유일하다. 앞서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일본과 한국, 호주 등 아시아 권역의 핵심 동맹국 정상들과의 통화를 하기 전까진 시 주석과의 통화를 할 계획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