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시장이 급변하고 있다. 전기차 회사 하면 떠오르는 테슬라가 자동차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고, 세계 주요 상용차 제작사도 전기차 공급 계획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유럽 등 세계 주요국 정부는 지구온난화 원인인 이산화탄소, 인체에 해로운 물질인 미세먼지 등을 줄이기 위하여 각종 전기차 보급 정책을 내놓고 있다.
대형 자동차기업들도 앞다퉈 전기차 보급을 확대하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가 발표한 '2020년 주요국 전기차 보급현황과 주요 정책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전기동력차는 294만3172대가 판매됐다. 2019년에는 203만4886대가 팔렸다. 세부적으로 보면 지난해 배터리전기차(BEV)가 202만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가 90만대, 수소전기차(FCEV)가 8200대 판매돼 전년 대비 각각 34.7%, 73.6%, 9.3% 증가했다. 전체 신차 시장에서 전기차 점유율 역시 전년 2.2%에서 3.6%로 확대됐다.
전기차가 차세대 자동차의 대세가 되어가는 듯하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의 동력발생장치가 전기 모터 등으로 대체된 자동차이다.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와 비교하여 윤활장치, 흡배기장치 등이 없고, 동력전달장치도 모터, 감속기 및 차동장치로만 구성되어 있다.
전기차 보급이 확대되면 그에 비례하여 기존 자동차부품 공급회사 중 일부가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에 사용되는 부품 수는 내연기관 자동차의 부품 수 대비 37% 정도 감소한 약 1만9000개로 추정되므로, 기존 부품 공급회사 중 일부는 전기차 부품 공급망에서 탈락할 가능성이 있다. 자동차 산업이 고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므로 전기차 보급 확대는 고용악화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국가 차원에서도 어렵게 키워온 자동차 제조 산업의 경쟁력을 일부 잃어버리는 것이기도 하다.
인증대체부품 시장 활성화로 이러한 문제를 다소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전기차 제조 산업에서 이탈한 부품 제조사가 인증대체부품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에서는 2015년, 2017년에 ‘범정부 종합대책’을 통해 인증대체부품을 활성화하기 위해 노력해 왔지만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 수요·공급 및 홍보 측면을 아우르는 종합적 대책이었지만, 자동차사고 수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자동차보험 사고수리 시장에서 인증대체부품 사용을 견인할 수 있는 장치가 미흡했기 때문이다.
자동차보험 사고수리에 제조사 인증(OEM) 신부품으로 교체해주는(즉, 자기 차의 가치에 맞게 보상(배상)하는 원칙인 실손보상의 원칙에 어긋나는) 관행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즉, 수리 시 사고차량이 새차인지 오래된 차인지에 관계없이 OEM 신부품으로 교체해 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오래된 자동차 소유자는 경미한 사고도 자동차보험으로 처리하고자 한다. 이러한 자동차보험 사고자의 태도는 자동차보험료 인상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런데 만일 오래된 자동차의 보험 사고수리에 OEM 부품 대신 동일한 품질인데 약 30% 저렴한 인증대체부품을 사용하도록 한다면, 자동차보험료 인상을 억제하는 유효한 방법이 될 뿐 아니라 전기차 부품 공급망에서 탈락한 부품회사에 인증대체부품 시장이라는 새로운 생존 기회를 줄 수 있을 것이다.
자동차보험 사고수리 시장에서 인증대체부품이 활성화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 자동차보험 사고처리에 실손보상의 원칙과 인증대체부품 사용을 연계하는 제도 도입이 필요해 보인다. 즉, 표준약관을 변경하여 수리대상 차량의 가치에 부합하게 배상해주는 원칙을 정립하되 인증대체부품을 사용하여 수리하는 경우에는 이러한 원칙에 부합한 것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아무쪼록 인증대체부품이 자동차보험 사고수리에 폭넓게 활용될 수 있는 제도 개선이 이루어져 자동차보험료 인상 억제, 국내 부품 제조업체의 경쟁력 강화, 해외 인증부품 시장 참여 등의 기회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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