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 재산을 헐값에 강제로 빼앗도록 하는 제도를 그대로 둘 것인가?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홍예신 기자
입력 2021-04-26 00:1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법무법인 한결 김광중 변호사

[[김광중 법무법인 한결 변호사]]


사유재산권은 우리 헌법에 의해 보호되고 있다. 그것을 강제로 빼앗기 위해서는 그 침해되는 이익보다 큰 공익이 있어야 한다. 그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 이뤄져야 하고, 정당한 보상이 될 수 있도록 피해자가 다투는 절차가 마련되어 있어야 한다.

사유재산제도를 기본으로 하는 자본주의 국가에서는 당연한 원칙이다. 그러나 그런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재산을 강제로 빼앗는데, 빼앗기는 사람에게 이를 다툴 기회도 제대로 주지 않는 경우가 있다. 주식병합의 방법으로 소액주주를 축출하면서 그 주식을 강제로 처분하는 경우가 그것이다.

예를 들어 발행주식총수가 1만주인 비상장 회사에서 최대주주가 그 70%인 7000주를 보유하고 있고, 나머지 3000주를 100명의 주주가 30주씩 가지고 있다고 가정하자. 이때 나머지 소액주주 100명을 강제로 축출하고 그 주식을 헐값에 사고 싶은 최대주주는 주식병합과 단주처리를 통해서 이를 손쉽게 실현할 수 있다. 주식 1000주를 1주로, 즉 1000대1 병합을 하는 것이다.

그럼 발행주식총수는 10주가 되고, 그중 7주를 최대주주가 갖는다. 나머지 3주는 100명의 주주가 나누어 갖고 있던 것이지만, 병합 전 1주 단위 이상으로 주식을 가지고 있지 않았던 소액주주는 아무도 신주를 받지 못한다. 회사가 병합 후 3주를 처분해서 그 돈을 100명의 주주에게 나누어 준다. 이를 ‘단주처리’라고 한다. 현행 상법과 대법원 판례에 의하면 아예 7000대1로 병합을 해서 최대주주가 모든 주식을 갖고, 나머지 모든 주주를 강제로 축출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럼 이렇게 강제로 쫓겨나는 상황이라면 그 주식의 대금이라도 제값을 받을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최소한 이를 위해 쫓겨나는 주주가 법원을 통해 다툴 수 있는 장치라도 마련해 두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제도와 실무는 전혀 그렇지 못하다. 일단 위와 같은 단주처리를 하는 방법은 그 주식이 상장주식이 아닌 이상 경매를 통해 처분하는 것이다. 경매를 통해서 제값을 받기 위해서는 위 주식을 매수하려는 사람이 많아서 시장기능이 작동하여야 한다. 하지만 대주주에 의해 강제로 쫓겨나는 주식을 누가 사려 하겠는가? 누군가 경매로 나온 그 3주를 매수하더라도 최대주주는 다시 7대1로 주식병합을 함으로써 그 3주를 가진 주주를 다시 강제로 쫓아낼 수 있다. 

게다가 현재의 관행은 아예 경매까지 가지도 않는다. 회사가 위 단주처리 주식을 자기주식으로 매수하도록 하는 것이 일반적인 단주처리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때 자기주식을 얼마에 취득할 것인지도 회사가 정한다. 원칙적으로는 이렇게 자기주식 취득 방식으로 단주처리를 하려면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법원의 허가를 받지 않고 처리하는 것이 관행처럼 행해져 왔다. 

설사 법원의 허가를 받는다고 한들 법원이 그 주식의 가치 산정이 적정한지, 회사가 제출하는 자료만 보고 제대로 판단할 수 있을까? 만약 이런 단주처리 과정에서 쫓겨나는 소액주주들이 그 단주처리 대금에 대해서 다툴 수 있도록 한다면 결과는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소액주주들은 자신의 재산을 지키기 위해 열심히 다툴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행 제도상으로는 그런 방법이 전혀 없다. 필자는 그런 피해를 입는 소액주주들을 위해 1000대1로 주식병합을 하여 소액주주를 강제로 축출하는 회사를 상대로 재산권 침해, 지배주주 주식매수청구권제도 잠탈 등을 이유로 주식병합 무효의 소를 제기한 바 있다. 그러나 대법원은 현행 상법이 그런 것이므로 그렇게 해도 괜찮다고 판결했다.

그동안 필자는 이 문제를 바로잡고자 소송을 통해서 다투기도 하였고, 언론사 기고와 여러 정치인들에게 읍소로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주장하여 왔었다. 그러나 그동안 이 문제에 대해 제대로 귀 기울이는 곳이 없었다. 그런데 지난 22일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국회의원실에서 드디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상법개정안을 대표발의한 것이다. 개정안의 내용은 쫓겨나는 소액주주들의 단주처리 대금에 관해 협의가 되지 않으면 법원을 통해서 이를 다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집값 폭등으로 청년세대들은 정상적인 근로소득으로는 더 이상 집을 마련하기 어렵게 되었다. 그러자 눈을 돌린 것이 주식 투자이고, 비트코인 투자이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에서는 그 청년세대들은 최대주주로 대표되는 기성세대에 의해서 다시 헐값에 자신의 재산을 빼앗길 수 있다. 그래서 이 문제는 더 이상 소수의 부자들에 한정되는 문제가 아니다. 주식 투자에 그나마 희망을 걸고 몰려드는 우리 청년세대 다수가 겪을 수 있는 부조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상법개정안 발의 소식이 더 반갑고 고맙게 여겨진다. 우리 청년세대들을 위해서라도 이번에 발의된 상법개정안이 꼭 통과되길 간절히 바라본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