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전자결제 플랫폼인 알리바바의 즈푸바오(支付寶·알리페이)가 디지털 위안화 결제 수단에 포함됐다.
사용자 편의성 증대가 표면적인 이유지만, 알리바바 등이 주도해 온 전자결제 시장을 국가가 장악하려는 시도라는 분석도 나온다.
10일 상하이증권보 등에 따르면 중국의 법정 디지털 화폐인 디지털 위안화 앱 운영 기관에 기존 국유 은행 외에 왕상은행(網商銀行·마이뱅크)이 추가됐다.
왕상은행은 지난 2015년 알리바바 자회사인 앤트그룹이 설립한 중국 최초의 인터넷 은행이다.
왕상은행 옆 괄호 안에는 '즈푸바오'라는 안내도 표시돼 있다. 즈푸바오가 디지털 위안화의 공식 결제 수단이 된 셈이다.
즈푸바오는 중국 내 사용자만 10억명 이상인 최대 전자결제 플랫폼이다. 즈푸바오와 연동된 상점은 8000만개, 금융기관은 2000개가 넘는다.
중국기금보는 "디지털 위안화가 주류 전자결제 플랫폼과 연결됐다는 의미"라며 디지털 위안화 보급 확대에 기여할 것으로 평가했다.
이번 조치는 중국 당국이 반독점 기치를 내걸고 알리바바 등 대형 정보기술(IT) 기업을 일컫는 '빅테크' 때리기에 한창인 가운데 이뤄져 눈길을 끈다.
결국 알리바바와 텐센트가 잠식했던 전자결제 시장의 주도권을 국가가 회수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즈푸바오가 디지털 위안화 틀 내로 편입되면 알리바바는 그동안 축적해 온 결제 정보와 관련 빅데이터를 인민은행 등에 제공할 수밖에 없다.
텐센트의 위챗페이도 조만간 즈푸바오와 유사한 방식으로 디지털 위안화 결제 수단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자상거래 시장 내 알리바바의 영향력을 낮추려는 시도도 병행됐다.
이미 디지털 위안화 앱 운영 기관으로 선정된 공상·농업·중국·건설·교통·우정저축은행 등 6대 국유 은행의 앱에 어러머(외식), 허마셴성(신선식품), 톈마오(전자상거래) 등 알리바바 자회사들이 대거 연동된 것이다.
향후 해당 앱을 설치한 국유 은행 고객들이 디지털 위안화로 알리바바가 제공한 다양한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다는 얘기다.
기존에는 즈푸바오나 알리바바의 소액대출 서비스인 화베이(花唄) 등으로만 결제할 수 있었다.
베이징 소식통은 "표면적으로는 알리바바에 호의를 베푼 것 같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알리바바 힘 빼기의 일환"이라며 "텐센트 등 다른 빅테크에 대해서도 비슷한 조치가 이뤄질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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