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그간 급팽창했던 자산 시장에서 ‘버블 붕괴’의 신호가 감지됐다는 점이다. 만약 이로 인해 대출 부실이 현실화되면, 금융시장 전반이 위험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거대 투기판’된 대한민국··· 전국 빚으로 빨갛게 물들었다
20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예금은행의 전국 지역별 대출금(말잔)은 2월 말 기준으로 1926조6810억원까지 불었다. 작년 동기(1717조1560억원)보다 12.2%(209조5000억원)나 증가한 수치다. 전년도 증가 폭인 6.3%를 두 배가량 상회한다.
특이점은 집값 상승세가 비교적 느린 지역에서도 대출이 빠르게 불어났다는 점이다. 지역별 대출 증가세가 집값에 따라 좌우되던 기존 공식은 확실히 무너져내린 셈이다. 일례로 충남의 경우, 총 대출액이 41조7750억원으로 작년 동기(37조4260억원)보다 11.6%나 증가했다. 전년도 증가 수준이 3.1%에 그쳤던 점을 감안하면, 확연히 대비되는 기조다. 이외에 충북(4%→10.5%), 대구(7%→12%), 전남(6%→13%), 경북(4.7%→10%) 등의 지역에서도 증가폭이 각각 두배 이상 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가상화폐, 주식 등) 지역과 무관하게 투자가 가능한 자산 시장이 급팽창하면서, 전국 모든 지역의 대출량이 크게 늘었다”며 “하반기에도 카카오페이·카카오뱅크·크래프톤 등 대형 기업공개(IPO)가 예정된 만큼, 올해까지는 이 같은 기조 이어질 가능성 높다”고 말했다.
◆청년도 노인도 너나 할 것 없이 ‘영끌 베팅’··· 폭락장 ‘부채 폭탄’으로 되돌아온다
업계에선 이 같은 현상을 심각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최근 자산 시장 곳곳에서 ‘버블 붕괴’ 조짐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빚투에 나선 이들 중 상당수가 청년과 노인층에 쏠려 있다는 점에서 부담은 더욱 크다. 이들은 정기적인 수입이 없는 경우가 많아 자칫 잘못하면 폭락장에 대규모 ‘부채 폭탄’으로 돌아올 수 있다.
가장 우려가 큰 시장은 가상화폐다. 올 1~3월 가상화폐 4대 거래소 전체 이용자 중 2030세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46%(234만명)에 달했다. 50대 이상 이용자도 작년 10월 7만6765명에서 올 4월엔 70만1018명으로 10배가량 늘었다.
이 가운데 가상화폐 시세가 각종 악재에 휘청이며 폭락장을 연출하고 있다는 게 문제다. 가상화폐 1, 2위인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가격은 하루 새 각각 11%, 26% 주저앉았다. 이외에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모든 암호화폐)의 경우 40%대 폭락장이 형성된 경우도 다수다.
주식시장에서도 반대매매에 따른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반대매매란 투자자가 빚낸 것을 제 때 갚지 못할 때 증권사에서 주식을 강제로 팔아버리는 것을 말한다. 지난 13일 기준으로 국내 주식시장에서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 비중은 11.9%로 올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직전 최고치는 지난 3월 24일 10.6%였으나 약 2개월 만에 이를 경신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20대와 60대는 근로소득 확보가 제일 어려운 계층이라 빚투 과정에서 다양한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며 “(부실이 현실화되면) 향후 금융 건전성 저하 외에도 다양한 사회적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많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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