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평증축 리모델링과 수직증축 리모델링은 공학적으로 같습니다. 둘의 차이는 전문기관의 안전성 검토 여부입니다. 전문기관으로 가지 않는 수평증축은 활성화되고 있지만 수직증축은 그렇지 못한 상황입니다.”
임철우 시엘에스이엔지 건축구조기술사(대표)는 24일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2021 부동산정책포럼'에서 이같이 말하며, 안전성 검토를 맡은 전문기관이 수직증축 리모델링에 대한 판단을 다른 부처로 떠넘기는 등의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과 경기권에서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61개 단지 중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진행하고 있는 아파트는 대치현대1차, 대치2단지, 삼전현대 등 3개 단지뿐이다.
전문기관들이 안전성 검토를 맡기 시작한 것은 2014년 리모델링 수직증축 법안이 나오면서다. 그는 “2014년 6월 법 개정을 통해 한국건설기술연구원과 지금의 국토안전관리원인 한국시설안전공단이 전문기관으로 정해졌다”고 말했다.
이후 안전성 검토 통과는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보다 어려운 일이 됐다. 법이 만들어지고 3년이 지난 2017년이 돼서야 수직증축 안전성 검토 1차를 통과한 단지(분당한솔5단지)가 나왔다. 수직증축 리모델링은 총 6단계를 거쳐서 구조안전성을 검토한다. 1차 안전진단 후 2단계에서 전문기관의 1차 안전성 검토를 받고 이후 4단계에서 전문기관의 2차 안전성 검토를 받는다.
임 기술사는 “지난 7년간 2차 안전성 검토를 통과한 단지는 암반 위에 지어진 송파성지 단 한 곳뿐”이라며 “파일기초로 된 단지 중 안전성 검토를 통과한 곳은 전무하다”고 상황을 전했다.
이 역시 전문기관의 소극적인 검토 행태 때문이다. 선재하공법이 한 사례다. 임 기술사는 “국토교통부가 4년 전 선재하공법이 신기술이라면서 공인기관의 승인을 받도록 했으나 전문기관에서 못하겠다며 그간 판단을 미뤘다”며 “다행히 최근 전문기관이 신기술·신공법에 대한 공인기관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일부개정고시안이 행정예고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여전히 문제는 많다. 그는 “삼전현대의 경우 전문기관에서 1차 보완서류를 요구하며 관련 부처의 의견을 갖고 오라고 했다”며 “막강한 자문위원단을 구축하고 있는 전문기관이 본인들이 판단을 내리지 않고 다른 부처의 의견을 요구하는 등 판단을 미루는 상황”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또한 세대 간 내력벽 철거는 여전히 허용이 안 되고 있다.
관련 법안이 나온 2014년 전에는 수직증축이 지금보다 훨씬 활성화됐었다. 임 기술사는 “국회의원회관은 8개층이 올라갔고,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은 과거 600석, 2단 객석이었던 것이 리모델링을 통해 1000석, 3단 객석이 됐다”고 말했다.
건설사들도 적극적이었다. 그는 “과거 삼성물산은 수십억원의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청담동 두산아파트(청담 래미안)의 수직 리모델링 시공에 뛰어들었다”며 “리모델링의 매뉴얼을 작성하겠다는 각오로, 댐퍼라는 새로운 시스템을 접목하는 등 다양한 테스트를 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2014년 전에는 법이 없었기 때문에 엔지니어들이 본인들이 알고 있는 공학을 다 동원해서 안전하게 설계했었다”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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