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진교 칼럼] 서비스무역 시대, 포괄적 국가통상전략 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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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입력 2021-08-19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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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통상이 상품무역을 중심으로 관세 감축을 추구하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 오늘날의 통상은 상품보다 서비스와 관련된 국내 규제나 지재권 보호 등 무형의 가치 확보에 더 큰 중점을 두고 있다. 더욱이 최근에는 노동과 환경은 물론 젠더, 안보까지 통상에서 다루고 있다. 앞으로 통상이 국가 차원의 종합적 시각에서 통합과 조정이 필요한 이유가 이같이 통상의 영역이 확대되면서 점차 다양화·전문화·복잡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세계 무역의 중심은 이제 상품이 아니라 무형의 서비스이다. 기술 발전과 디지털 사회로의 전환이 빨라지면서 서비스 무역의 성장 속도는 상품 무역을 넘어선 지 오래다. 부가가치 기준으로 본 서비스 무역액은 2017년에 13조4000억 달러를 기록하여 부가가치로 본 상품무역액 13조 달러를 넘어섰다. 특히 통신 및 IT 서비스, 지재권 등은 증가세가 두드러져 상품무역 증가속도보다 두 배 이상 빠르다. 사정이 이러하니 서비스가 발달한 선진국은 농업과 같이 국내 정치적으로 민감한 경우를 제외하고 상품 관세의 인하에 별 관심이 없다. 상품 관세는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이미 낮아질 만큼 낮아졌기 때문이다. 세계은행 자료를 보더라도 세계 상품관세 평균은 2017년에 이미 2.6% 수준이다. WTO 다자무역협상이 진전을 보이지 못하는 이유도 글로벌 대기업들이 서비스나 지재권, 디지털 무역에 관심이 있는 반면 상품 중심의 관세 인하를 추구하는 다자협상에는 관심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편 서비스와 지재권, 기술 등은 또한 향후 일자리 창출과 성장의 핵심이기도 하다. 젊은이들이 원하는 고급 일자리는 대부분 서비스이다. 교수나 선생님은 교육서비스, 은행·증권·보험은 금융서비스, 방송과 TV·영화도 크게는 문화서비스에 속한다. 판·검사나 변호사는 법률서비스이고, 의사와 병원은 의료서비스이다. 또한 핵심 첨단기술과 지재권이 한 나라를 먹여살리기도 한다. 이러한 서비스는 대개 진입장벽이 높고 그만큼 경쟁이 제한되어 있다. 공공의 이익을 위해 적절한 수준의 국내 규제가 필요하지만 다른 한편 보다 질 높은 서비스 공급을 위해 적절한 수준의 개방이 필요한 분야이기도 하다. 디지털무역 역시 데이터의 자유로운 이동과 활용이란 측면과 개인 정보의 보호라는 측면에서 적절한 균형과 조화가 요구된다. 모두 이해가 충돌하는 관계다. 이렇듯 앞으로의 통상은 상품과 기술, 서비스 전체를 아우르며 국가발전 차원에서 이해충돌을 균형있게 조화시키는 포괄적 통합의 통상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최근의 통상이 상품이나 서비스를 넘어 노동과 환경, 젠더 문제를 다루고 있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WTO에서는 이미 2001년부터 지속가능발전이라는 관점에서 환경과 무역을 다루어 왔다. 환경보전을 위해 불가피하게 무역을 제한할 경우 이를 어느 정도까지 허용해야 하는지가 핵심 쟁점이다. 최근 EU가 공표한 탄소국경조정세도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EU의 일방적 무역조치라는 점에서 WTO에서 논의해 오던 환경과 무역 의제와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다. 환경보전과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국내 산업이 탄소배출량을 줄여야 한다면 과연 얼마나 줄일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국내 상황 파악이 선행되어야 국제협상에 임할 수 있음은 자명하다. 산업과 환경전문가의 협조를 밑바탕으로 통상전문가가 국제협상에서 국익을 확보해야 하는 전형적인 협업구조이다.

노동문제도 마찬가지이다. 비단 바이든 행정부의 노동자 중심 무역정책이 아니더라도 노동이 통상의 영역에 들어온 지 오래다. 열악한 노동환경이나 또는 미성년 노동으로 인한 노동착취는 이미 인권 차원에서 세계적으로 금지되고 있다. 따라서 국제노동협약이나 우리나라 노동현실을 감안하지 않은 채 국제통상협상에 나서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한·EU FTA 노동챕터를 근거로 EU가 우리에게 제기한 노동관련 분쟁해결은 그동안 우리의 통상이 얼마나 노동문제에 무관심해 왔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향후 노동문제는 노동자의 인권과 사업장 환경을 중심으로 계속 불거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젠더 문제까지 추가되어 여성노동 문제와 남녀 성차별 문제까지 통상에서 다루게 된다. 젠더 문제 전문가는 물론 노동전문가의 협력과 도움을 바탕으로 우리나라의 노사 현실과 젠더 문제의 실상을 반영한 협상전략이 마련되어야 통상전문가가 국제협상에서 이를 관철시킬 수 있다.

마지막으로, 향후 통상은 대외협상뿐만 아니라 국내 관련 이해관계자에 대한 대내협상도 필수다. 국내 이해관계자의 요구 수준과 갈등 해소방안에 대한 고민 없이 일방적으로 협상 결과를 밀어붙일 수는 없다. 특히 이해관계가 서로 충돌할 경우 정치적으로 이를 회피하려고 하기 때문에 이를 조정하는 것도 우리나라에서는 통상의 몫이다. 국내보완대책과 피해보상 및 지원은 정부의 재정이 필수적으로 수반된다. 다부처 및 다양한 방면의 전문가 협력이 필수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미·중 패권경쟁까지 가세해 안보 이슈까지 추가된다면, 통상은 그야말로 국가정책결정의 최고기구에서 다룰 수밖에 없는 사안이 될 수 있다.

이와 같은 향후 통상의 광범위성과 전문성·복잡성을 감안한다면, 이제 통상은 단순한 상품관세 인하나 산업보호에 머무를 수 없다. 다양화되고 전문적인 서비스는 물론 이를 규제하는 국내규제와 국제기준의 조화, 우리나라 환경 및 노동여건, 안보 측면에서의 고려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국가전략차원에서 통합·조정되어야 한다. 통상 관련 국내조직은 물론 해외조직의 유기적 연계 강화는 두말할 필요도 없다. 향후 통상이 포괄적 종합통상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서진교  필자 주요 이력 
 
△고려대학교 농업경제학과 △미 메릴랜드대 자원경제학 박사 △대외경제정책얀구원 선임연구위원 △관세청 자체평가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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