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 이탈의 원인을 국내가 아니라 외부에서 찾았다. '키'는 바로 달러다. 현재 달러는 강세가 계속되고 있다. 18일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는 1171원으로 전날보다 0.04%(0.50원) 올랐다. 11개월 내 최고 수준이다.
환율은 상대적이다.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가 중요하다. 김 센터장은 반도체 업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에 따른 주식매도로 달러 가치가 올랐다기보다는 달러 표시 자산의 투자 매력이 커진 것을 외국인 이탈 이유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 미국의 조기 테이퍼링 가능성과 아프가니스탄 사태, 중국 경제지표 부진 등 최근 달러 가치를 올릴 국제적 이슈가 많다.
이에 따라 최근 국내 증시가 겪고 있는 부진도 일시적이라는 게 김 센터장의 설명이다. 최근 7~8월의 부진은 일시적이며, 이후 4분기에는 정책 불확실성에 따른 제한된 범위의 등락이 예상된다.
김 센터장은 투자자들에게는 숲보다는 나무를 보라는 조언을 남겼다. 그는 "시중의 유동성은 여전히 풍부하다"며 "지수를 추종하기보다 개별기업의 성장 가치를 먼저 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승택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 매도의 주요 원인으로 반도체 업황 둔화 우려를 지목했다. 반도체 업종이 국내 증시 이익 상향조정에 있어 기여도가 컸던 만큼 전반적인 시장 이익 모멘텀 둔화 우려도 일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황 센터장은 "2021년 코스피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232조원을 기록하며 4주 연속 상향조정되고 있으나 EPS 상향 대비 하향조정 기업 강도를 의미하는 ERR(이익수정비율)은 낮아지고 있다"며 "국내 증시 외국인 자금에 마중물 역할을 하는 반도체의 경우 7월 말 이후 ERR 상대강도가 벤치마크(KOSPI) 대비 낮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FOMC 의사록 공개와 잭슨홀 미팅의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과거 잭슨홀 미팅이 증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대체로 제한적이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테이퍼링 이슈가 화두인 만큼 파월 의장의 단어 선택에 시장 민감도는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황 센터장은 3분기 흐름과 4분기 전망에 대해서는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상승했던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3월까지 코스피 업종별 이익추정치 변화와 주가 수익률은 정의 상관계수였다"며 "반면 금리가 하락했던 지난 4월부터 현재까지는 역의 상관계수"라고 말했다.
변동성 장세 대처 방안에 대해서는 공격적인 추격매수를 지양하고 포트폴리오 다변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리플레이션 트레이딩보다는 모멘텀 팩터가 대안이라는 분석이다.
서철수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 이탈 이유와 전망에 대해 "외국인 액티브 투자가들은 2010년 이후 지속적으로 한국에서 돈을 빼는 동시에 중국과 아세안에서 새로운 투자 기회를 모색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속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추세적으로는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외국인 패시브 투자가들은 한국보다는 신흥국 또는 아시아 전반에 대한 투자 판단이 중요하다"며 "지금은 연준 출구전략에 불확실성이 커져 있어 상황이 정리되기 전까지 신흥국에서 자금 이탈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또한 18일(현지시간) 발표된 FOMC 의사록 영향이 이달 말 열릴 잭슨홀 미팅까지 이어질 것인지 여부에 대한 질문에는 "잭슨홀 미팅을 넘어 9월 FOMC 또는 11월 FOMC까지도 계속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테이퍼링 논란이 빨리 정리되는 것이 중요하다"며 "온건한 수준이면 빨리 상황이 개선될 수 있지만 다소 급진적 변화가 우려되면 한번 더 큰 폭 조정이 온 후 상황이 진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3분기 국내 증시 흐름과 4분기 전망에 대해서도 부정적 입장을 드러냈다. 그는 "3분기에는 계속해서 연준 출구전략 불확실성에 노출될 것으로 보인다"며 "4분기에는 연출 출구전략 속도에 따라 빠르게 반등하거나 한번 더 충격을 받고 반등 시도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변동성 장세가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공격적인 투자를 지양하고 기대수익률도 낮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신흥국 증시에 대한 비중을 축소하고, 미국 시장 비중을 확대하는 편이 현명하다"며 "미국 주식도 지나치게 성장주 위주 투자보다는 핵심 대형 우량주 및 인컴투자 중심으로 압축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오현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의 자금 유출이 지속되는 원인으로 신흥국 시장의 모멘텀이 선진국보다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을 배경으로 꼽았다.
그는 "신흥국의 경기 및 정책, 코로나19 관련 백신이나 방역 등 선진국보다 약한 모멘텀 환경이 카운트다운에 돌입한 미국 연준의 테이퍼링, 중국의 긴축 정책 및 정치 규제, 반도체 업황 고점 논쟁 등과 맞물려 국내 증시에 대한 경계적 포지션 대응으로 구체화됐다"고 말했다.
오 센터장은 이들 요인이 환율 변동성을 자극하고 있는 만큼 3분기에도 외국인의 순매도 충격을 피하기 어렵지만 여파가 정점에 다다른 것으로 분석했다.
그는 "외국인의 코스피200 지수 선물 10일 누적 순매수가 통계적 하방 임계치인 –3만 계약권에 달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외국인의 수급 파장은 이제 8~9부 능선을 통과한 것으로 봐도 무방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미 연준이 7월 FOMC 의사록에서 시사한 조기 테이퍼링 실시에 대해서는 내년 1월부터 시행될 것으로 전망했다.
오 센터장은 "7월 FOMC 의사록 공개를 통해 조기 테이퍼링 실시에 대한 경계감이 고조됐는데 이는 향후 연준의 통화정책 변화와 관련한 국내외 시장의 사주경계가 강화될 수 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1주일 뒤에 열릴 잭슨홀 미팅에서 조기 테이퍼링을 공식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오 센터장은 연말에 구체적인 관련 계획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이달 말 열릴 잭슨홀 미팅의 주제가 '불균등한 경제 상황 하에서의 거시경제정책'인 만큼 테이퍼링을 공식화하는 장이 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오 센터장은 "다음달 FOMC에서 테이퍼링 사전 정지 작업에 착수해 12월 FOMC에서 테이퍼링 실시를 공식화하고 내년 1월부터 단계적인 자산 매입 축소에 나설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3분기 중 코스피 최저점으로는 3100선을 제시했다.
그는 "현재 코스피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은 11.1배로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 말 수준인 11.8배를 밑돌기 시작했다"며 "최근 급속한 가격 조정으로 수출에서 기업 실적으로 이어지는 펀더멘털 '퀀텀 점프' 행렬이 무시됐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심리 및 수급적 요인에 따른 급락을 감안해도 코스피가 3000선 아래로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코로나19 방역 대응 강화에 따른 경제 정상화 진전, 중국 정책 부양 선회 가능성, 외국인의 현·선물 수급 매수 롤오버 전환 여지 등을 감안하면 4분기 코스피는 3300선 탈환 시도로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 센터장은 현재와 같은 시장 상황에서는 매도보다는 보유가, 관망보다는 전략 대안에 따른 저가 매수에 나설 것을 조언했다. 테마별로는 정유·화학을 비롯해 자동차 및 2차 전지 등 전기차 모빌리티, 대형 바이오, 비메모리 소부장(소재·부품·장비)을 대표로 실적주 옥석 가리기를 추천했다.
그는 "실적 펀더멘털과 주가 및 밸류에이션 저평가, 정책 및 이벤트 수혜 여지 등에 기초해 투자 우선순위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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