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임기 마지막까지 확장적 재정정책 기조를 이어가면서 2022년 예산이 본예산 기준 사상 처음으로 600조원을 돌파했다. 경제 회복으로 세수가 증가하더라도 지출이 더 빠르게 증가해 국가채무는 매년 100조원씩 쌓일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기획재정부가 중기재정운용계획에서 차기 정부가 집권하는 2023년부터는 지출 증가율을 5% 이하로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지출 정상화 책임을 다음 정부로 떠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재부는 31일 2022년 예산안과 함께 '2021~2025년 중기재정운용계획'을 제출했다.
정부에 따르면 2025년까지의 연평균 재정수입 증가율은 4.7%다. 연평균 국세수입 증가율은 5.1%로 예상되며, 이는 지난해 제출한 2020~2024년 중기재정운용계획에서 예상한 2.8% 대비 대폭 상승한 수치다. 내년도 세수는 338조6000억원으로 지난해 예측 대비 42조원 늘었고, 2023년과 2024년의 세수 또한 각각 42조원씩 증가했다.
세수가 증가하기는 하지만 지출은 더 빠른 속도로 늘어난다. 2025년까지 재정지출은 연평균 5.5% 증가하며 2025년이 되면 재정지출은 691조1000억원으로 700조원에 육박하게 된다. 내년 예산의 지출 증가율이 8.3%인 점을 고려하면 2023~2025년의 지출 증가율은 4.6%로 5%를 하회한다.
기재부는 "코로나19 위기에서의 완전한 회복과 선도국가 도약을 견인하고 국정과제 완결을 위해 2022년도에도 확장적 재정기조를 유지한다"며 "2023년 이후부터는 경제 회복 추이에 맞춰 총지출 증가율을 점진적으로 하향해 2025년은 경상성장률 수준으로 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정지출 중 복지분야 등을 중심으로 편성되는 의무지출의 증가율은 연평균 6.5%로 전체 지출 증가율보다 높게 나타난다. 저출산과 고령화의 영향으로 의무지출이 꾸준히 증가하는 상황에서 결국 정부는 재량지출을 줄여야 한다.
그러나 차기 정부가 중기재정운용계획을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통상적으로 취임 초반에는 공약 이행을 위해 추가경정예산까지 편성해가며 지출을 늘린다. 2023년 이후에도 예산 증가율은 더 늘어나고 채무와 재정수지는 악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다음 정부가 문재인 정부보다 지출 증가율을 낮게 통제한다고 전제하더라도 늘어나는 국가채무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내년도 국가채무는 1068조3000억원으로 1000조원 시대를 열게 된다.
이어 2023년 1175조4000억원, 2024년 1291조5000억원, 2025년 1408조5000억원 등 매년 증가폭이 100조원에 달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채무 비율 또한 내년에 50.2%로 50%를 넘어선 뒤 2025년에는 58.8%까지 치솟는다. 계획된 것보다 지출이 늘어나거나 코로나19와 같은 예상하지 못한 위기가 재발할 경우 채무비율은 60%를 훌쩍 넘을 가능성이 크다.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2025년 72조6000억원 적자가 예상된다. 통합재정수지에서 기금수지를 제외한 관리재정수지는 109조2000억원 적자를 볼 전망이다.
기재부가 재정건전성 회복을 위해 내놓은 재정준칙 법제화는 차일피일 미뤄지는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국가채무비율은 GDP 대비 60%, 통합재정수지 적자폭은 3%대로 관리하는 재정준칙을 발표했지만 국회 논의는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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