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위기를 겪는 중국 부동산재벌 헝다그룹(中國恒大,3333.HK)이 크게 악화한 상반기 실적보고서를 공개하면서 주가 하락이 예상된다.
31일 헝다가 발표한 실적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헝다의 매출은 2226억9000만 위안(약 40조원), 순익은 105억 위안을 기록했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영향이 컸던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과 순익이 모두 감소한 것이다.
가장 타격이 컸던 건 부동산 사업과 신에너지차 사업이다. 각각 41억, 49억 위안의 적자가 났다.
헝다는 실적보고서를 통해 두 사업 부문의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부동산 사업에서는 당국의 규제 강화에 따라 비용이 상승했다는 설명이다. 중국 중앙정부는 올해 주택은 투기 대상이 아니라는 기조 아래 부동산 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등의 부동산 거래 압박 정책을 펼치고 있다.
또 전기차 사업에서도 현금 상황이 어렵다고 헝다는 전했다. 헝다의 전기차 모델인 헝치가 양산을 준비 중이지만, 현금 압박이 큰 상황이라 자금 확보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양산 시기를 늦출 수도 있다고 했다.
사실 헝다는 최근 유동성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따라 올 들어 헝다는 자산매각 등을 통해 부채 줄이기에 총력을 기울였고, 상반기 부채가 눈에 띄게 줄었다고 강조했다. 실제 실적보고서에 따르면 헝다의 유이자 부채는 5717억7500만 위안으로 지난해 말 7165억 위안에 비해 약 20.2% 줄었다. 이로써 헝다의 순부채율이 100% 이하로 떨어지면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서 다소 벗어났다는 평가다.
부채 감축 목표를 달성하긴 했지만 헝다의 유동성 리스크는 여전하다는 지적도 있다. 앞서 지난 20일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과 은행보험관리감독위원회(은보감회)가 헝다 고위 간부들을 '웨탄'(예약면담) 형식으로 면담한 것이다. 웨탄은 공개적인 ‘군기 잡기’ 성격이 강하다.
당국은 당시 헝다그룹에게 부동산 업계의 선두기업으로서 부동산 시장의 안정적이고 건강한 발전을 위해 반드시 중앙 정부의 전략적 배치를 성실히 이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헝다그룹은 이날 홈페이지에 곧바로 성명을 내고 당국의 요구사항을 충실히 이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회사 운영의 안정성을 유지하고 부채 위험을 해소하며 부동산 시장과 금융안정을 지키고 보호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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