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는 가상현실(Virtual Reality)이 너무도 익숙하지만,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는 단어는 아니었다.
2000년 성곡미술관에서 ‘가상현실, VR’ 전시를 개최하며 시대를 앞섰던 김형기(61) 작가가 가파르게 변화하고 있는 미술 세계에 대한 자신의 ‘요즘 생각’을 작품을 통해 전한다.
김형기 작가는 오는 8일부터 서울 종로구 공근혜갤러리에서 ‘타이밍...ing’전을 개최한다.
멀티미디어라는 단어조차 생소하던 1986년 물리학도였던 김형기는 프랑스 파리 국립예술대학으로 유학을 떠나 멀티미디어 아트를 전공한다.
이후 2000년 삼성미술관 아틀리에 입주 작가로 초청받아 한국에 머물면서 성곡미술관에서 열린 ‘가상현실, VR’ 전을 통해 본격적으로 한국 화단에 이름을 알렸다.
공근혜 갤러리 공근혜 대표는 “그 당시에는 전시를 보면서도 가상현실이 잘 와닿지 않았다”라고 회상했다.
그동안 ‘물체와 나의 상관관계’에 대한 작업을 지속해온 김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3차원 가상세계 시대에 본질과 허상이 뒤섞인 흥미로운 작품들을 선보인다.
‘그림자 춤(Shadow dance)’은 광학 원리를 이용해 그림자를 왜곡시켜 원근에 의해 투영된 영상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실제의 나를 감추고 아바타를 내세워 가상에서 살고 있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빗대고 있다.
‘ArtiFace 인공-얼굴’은 가상과 실제를 교묘히 섞어놓은 입체 영상설치 작품으로 김 작가의 대표작 중 하나다. 2009년에 제작하여 발표한 ‘I’m the Light 나는 빛이다’ 작품을 기술적으로 한층 더 발전시켰다.
실제 인물의 평면 엘이디(LED) 컬러 영상이 얼굴모형의 입체 구조물 위에 3차원(3D)로 재가공된 인공의 이미지를 보게 된다.
김 작가는 6일 “요즘 (대중들은) 실제 얼굴보다 가상 얼굴을 더 좋아한다”라며 “작품을 통해 현대인이 갖고 있는 욕망의 분출을 표현하고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와 더불어 최근 미술계에서 가장 큰 화제가 되고 있는 대체불가토큰(NFT)에 관한 작가의 생각을 담은 ‘I’m Not in NFT’ 작품도 소개했다.
김 작가는 “한국의 장점은 빠르다는 것이지만 잘못된 방향으로 너무 빠르게 움직이면 문제가 될 수 있다. NFT에 대해 재고해봐야 한다”라고 생각을 전했다.
김 작가는 최근 우후죽순으로 거래되고 있는 NFT 작품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NFT라는 단어가 붙으면 너무도 크게 뛰어오르는 가격이 상식적이지 않다고 짚었다. 김 작가는 “좋은 NFT 작가가 들어갈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 수수료를 낮춰 더 많은 작가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개선안을 제시했다.
가상현실만큼 현실도 중요하다. 김 작가는 “NFT로 만든 후 현물을 태우는 작업도 이뤄지고 있다”라며 “예컨대 모네 작품을 태우고 NTF로 대체할 수 있는지 반문하고 싶다. 현물도 중요한 가치를 갖고 있다”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전시는 오는 10월 10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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