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황동혁 감독 "'오징어 게임' 세계적 흥행, 기쁘고 서글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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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희 기자
입력 2021-10-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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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 각본과 연출은 맡은 황동혁 감독 [사진=넷플릭스 제공]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었다. 456억원의 상금을 걸고 목숨을 건 게임을 벌인다는 내용의 드라마를 한국에서 제작한다는 점부터, 전 세계 190여개 국가에서 공개되고 각종 유행을 만들며 증후군(신드롬)을 일으킬 거라고 말이다. 드라마의 각본과 연출을 맡은 황동혁 감독과 주연 배우 모두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오징어 게임'은 넷플릭스 순위가 집계되는 83개국 모두에서 TV 프로그램 1위에 한 번씩 이름을 올렸다. 넷플릭스 콘텐츠 중 83개국 모두에서 1위에 오른 작품은 '오징어 게임'이 유일하다.

뿐만 아니라 넷플릭스의 공동 최고 경영 책임자(CEO) 겸 최고 콘텐츠 책임자(CCO) 테드 서랜도스는 "넷플릭스가 현재까지 선보인 모든 작품 중 가장 큰 작품이 될 가능성도 있다"라고 예측하기도 했으며 '오징어 게임' 출연진들은 NBC '더 투나잇쇼 스타링 지미 팰런 쇼' 출연을 앞두고 있다.

아주경제는 '오징어 게임' 증후군의 시작, 황 감독과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오징어 게임'의 인기와 뒷이야기를 다양하게 들어볼 수 있었다.

다음은 아주경제와 황동혁 감독의 일문일답
 

'오징어 게임' 각본과 연출을 맡은 황동혁 감독. [사진=넷플릭스 제공]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인기가 뜨겁다
- 이렇게까지 잘 될 줄 몰랐다. 물론 촬영 당시에는 '넷플릭스 1위 한 번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그게 이루어질 줄은…. 얼떨떨하고 이게 진짜인가 싶다.

처음 제작할 때도 해외 관객들을 겨냥한 요소들이 있을까?
- 그렇다. 넷플릭스에서 제작을 맡으면서 '전 세계 시청자들이 즐길 만한 게임으로 (이야기를) 구성하자'라고 했다. 게임 규정이 쉽고 간단하면서 동시에 시각적으로 강렬하길 바랐다. 5번째 게임은 '동그란 딱지 접기'였는데 시각적인 면을 고려해 '구슬치기'로 바뀌었다.

황동혁 감독이 보는 '오징어 게임'의 인기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 '오징어 게임'은 아이들 게임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해하기 쉬워서 (해외 관객도) 접근하기 좋았을 거고 이런 게임으로 목숨을 건다는 게 흥미롭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또 코로나19 범유행으로 살기 어려운 세상이 되었고 부익부 빈익빈이 심해지니 '오징어 게임' 속 인물들이 처한 상황이나 경제적 모순 등에 공감하시는 것 같다. 작품만 두고 본다면 좋은 일인데, 세상 사람들이 이 작품에 공감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서글프다.

2008년 기획한 작품이 드디어 세상에 나오게 됐다
- 2008년 영화 시나리오를 썼을 때는 '난해하다' '기괴하다'라며 만들 수 없다고 했다. 서글픈 이야기인데 10년이 지난 지금 세상이 이런 말도 안 되는 서바이벌 이야기가 잘 어울리는 세상이 된 것이다. 사람들이 '오징어 게임'을 보고 '재밌다' '현실적이다'라고 한다. 슬프게도 세상이 바뀐 게 ('오징어 게임'이 제작될 수 있는) 이유가 됐다. 요즘 모든 사람은 게임을 한다. 비트코인(가상화폐), 부동산, 주식 모두 일확천금을 노리고 하는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이유로 전 세계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공감하게 된 것 같다.

드라마 연출은 처음이었다. '오징어 게임'을 연출하며 느낀 고충은?
- 저는 영화만 하던 사람이다. '오징어 게임'이 총 8시간짜리 작품이니 영화 4편을 만드는 것과 같다. 긴 호흡을 가진 작품을 혼자 쓰고 촬영하는 게 힘든 일이더라. '오징어 게임'을 찍으면서 몸이 많이 상했다. '내가 이걸 또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다.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힘든 작업이었다.
 

넷플릭스 인기 드라마 '오징어 게임' [사진=넷플릭스 제공]


영화 '도가니' '수상한 그녀' '남한산성'도 그렇지만 '오징어 게임' 역시 장르적으로 독특하다. 황 감독에게 '도전'일 수 있는 작품이었는데
- 전작 모두 장르가 다르고 이질적이었다. 작품을 시작할 때 '전작이 떠오르지 않도록' 만들고자 했다. 그중 '오징어 게임'은 제 작품 중 가장 모험이고 도전이었다. '이건 중간은 없을 거다'라고 생각했다. 모 아니면 도라고 생각한 거다. 누군가에게는 망작이라 불리고 누군가에게는 걸작이라 불릴 거로 생각했다. 손해 우려(리스크)가 큰 만큼 마음의 부담도 컸다. 다만 해보고 싶은 건 다 해 볼 수 있었다. 어떤 부분은 공포 영화처럼 연출해보고 어떤 부분은 코미디처럼 만들어보기도 했다. 한 작품에 제가 녹이고 시도할 수 있는 장르와 감성을 전부 해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고통과 함께 즐거움도 컸다.

'오징어 게임'은 단단한 마니아층을 가진 '데스 게임(Death Game, 인간의 목숨이 걸린 게임을 소재로 하는 것이 특징)'을 장르로 한다. 장르 속 '오징어 게임'만이 가지는 차별성이 있다면?
- 이 작품의 독창성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쉬운 접근성이고 또 다른 하나는 영웅이 없다는 점이다. 여타 '데스 게임' 장르는 게임이 복잡하고 어렵기 때문에 주인공이 천재 혹은 영웅적인 면모를 가진다. 하지만 '오징어 게임'은 아이들 게임이기 때문에 누구라도 30초 안에 게임 파악이 가능하고 몰입하기가 쉬워진다. 게다가 '패배자(루저)'를 주인공으로 하므로 차별성을 가지게 된다. 주인공 기훈은 다른 이들의 도움으로 간신히 한 단계씩 나아가지 않나. 똑똑하고 잘난 영웅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게 아니다. '우리는 사회적으로 패배자일 수밖에 없다'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달고나 게임' '징검다리' 등 영화 속 게임들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 정말 놀랐다. 우리끼리 "'킹덤'의 갓처럼, '달고나 게임'도 해외에서 유행하는 거 아냐?"라고 했었는데…. 그게 진짜가 됐다! 농담처럼 주고받은 말이었는데. 신기하기도 하고 설레기도 한다.
 

넷플릭스 인기 드라마 '오징어 게임' [사진=넷플릭스]


극 중 등장하는 게임들은 어떤 이유로 순서 등이 배치되었나?
- 오래전 기획한 거라 중간 과정은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첫 번째 게임과 마지막 게임은 확고하게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와 '오징어 게임'이어야 한다고 했다. 먼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는 수백명이 집단으로 하는 첫 게임에서 대량학살을 하는 쇼킹한 충격과 함께 아름다운 그림이 나올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또 '오징어 게임'은 게임의 룰 때문이라기보다는 동그라미, 세모, 네모의 도형을 마치 링처럼 사용하고 그 위에서 최종 결승에 오른 이들이 검투사같이 대결을 펼치는 그림을 상상해 마지막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그들이 목숨을 걸고 처절하게 게임을 하는 아이러니함을 가져가고 싶었다.

각 게임이 가지는 의미들이 있을까
- 개천을 건널 때 어떤 돌을 밟으면 물에 빠진다. 거기서 징검다리 게임의 영감을 얻었다. 이 게임은 앞사람이 죽어서 길을 터줘야 뒷사람이 갈 수 있다. 이 게임의 승자들은 패자들의 시체 위에 서 있는 것이다. 그리고 승자들은 패자들을 기억해야 한다. 그것이 이 작품의 주제다.

여성들에게 유리한 게임은 등장하지 않는데
- 처음에는 여자들이 유리한 공기놀이나 줄넘기를 넣어보려고 했다. 하지만 박진감과 긴장감 면에서 (앞선 놀이가) 어려움이 있더라. 공기놀이는 1단, 2단, 3단 등 게임 룰이 설명하기 복잡해 빼기도 했다.

영화 속에는 다양한 인간 군상이 등장한다. 캐릭터를 만들 때 참고한 게 있나?
- 영화 속 인물들은 저의 모습이 많이 녹아있다. 저의 또 다른 자아들을 꺼내 만든 거다. 특히 기훈과 상우(박해수 분)를 본 주변 지인들은 '네 모습이 많이 보인다'라고 하더라. 제게 있는 모습들을 꺼내다 보니 그런 것 같다. 준호(위하준 분)는 영화 시나리오에서는 없었던 캐릭터인데 시리즈로 제작하면서 만들게 됐다. 관찰자적인 시선이 필요했다. 새벽(정호연 분)은 당초 남성 캐릭터였는데 이야기를 한국 사회를 구성하는 마이너리티로 구성하고 싶어서 여성, 탈북자, 이주 노동자 등의 캐릭터로 구성하게 됐다.
 

'오징어 게임' 각본과 연출은 맡은 황동혁 감독. [사진=넷플릭스 제공]


성기훈의 과거는 쌍용차 해고 노동자를 떠올리게 하는데. 의도한 부분인가?
- 쌍용차 해고 노동자 문제는 오래전부터 기사로 접해왔다. 구조 조정과 실직, 복직 투쟁과 해고자의 삶 등등…. 평범했던 기훈의 인생이 어떻게 해서 그 바닥까지 갔는지에 대한 배경,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누구나 기훈과 같은 입장에 몰릴 수 있다.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둔 이후에 기훈은 치킨집 등을 하다가 망한다. 많은 자영업자가 지금 코로나 때문에 몰리고 있다. 그런 사람들을 대표하는 인물로 그려보고 싶었다.

한미녀 캐릭터나 보디페인팅 등 여성 혐오 논란도 들린다
- '여성 혐오'라고까지 하기 힘들다. 보디페인팅의 경우는 여성의 도구화가 아니고 VIP로 대변되는 권력자들이 사람을 사물, 도구처럼 쓰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도 똑같이 보디페인팅을 받았고…. 한미녀 캐릭터는 자신의 몸을 통해 무언가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고 그런 극단적인 상황에서 무슨 짓까지 할 수 있느냐를 보여주는 것이다. 인간이 가장 최악의 상황으로 몰렸을 때 하는 행동이라는 의미다. 극단적 상황 속 현실성 있는 선택이었지 특정 성별을 혐오하려는 의도는 없었다.

공유, 이병헌의 특별출연도 큰 화제를 모았다
- 두 분 모두 함께 작품을 찍은 적이 있다. 공유씨는 '도가니'로, 이병헌씨는 '남한산성'으로 만났다. 개인적인 자리에서 슬쩍 특별출연을 부탁했는데 바로 승낙해주었다.

시즌 2 계획은?
- '오징어 게임'을 만들면서 육체적, 정신적으로 너무 고생했기 때문에 힘들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많은 분이 좋아해 주시고 저질러놓은 게 있으니 책임은 져야겠지(웃음). 열어두고 생각하고 있다.

차기작은?
- '오징어 게임'을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영화 아이디어가 생각났다. 아마 그 작품을 먼저 시작하게 될 것 같다. '오징어 게임' 시즌2는 넷플릭스와 이야기해 보고 결정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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