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도, 사랑도 뜻대로 되는 법 없는 잡지사 기자 '우리'는 속된 말로 '호구'라 불리는 평범한 서른셋 남자다. 오래 짝사랑해온 직장 선배에게 뒤통수를 맞고, 소설을 쓰고 싶다는 열망은 무시당한 채 편집장에게 섹스칼럼을 떠맡게 된다. 떠밀리듯 데이팅 앱에 가입, 설 명절 아침 '자영'을 만나게 된 '우리'는 자신과 달리 거리낌 없고 솔직한 모습에 점점 끌리기 시작한다.
'우리'를 더욱 생동감 있고, 사랑스러운 인물로 그려낸 건 배우 손석구의 공이 크다. 그는 작품과 캐릭터에 관한 이해, 특유의 담백한 연기로 자신만의 '우리'를 만들어나갔다. 아주경제는 더 현실적이고, 더욱 친숙하게 '연애 빠진 로맨스'를 완성한 손석구와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영화 안팎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들어볼 수 있었다.
다음은 아주경제와 손석구의 일문일답
완성된 영화를 본 소감은?
- 처음 볼 때는 객관적이지 않았다. 두 번째부터 정체성을 느꼈고 '좋은 데이트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남녀의 데이트를 보며 '내 모습 같다'라고 생각하는 영화 아닐까 생각했다.
정가영 감독의 팬이지만, '연애 빠진 로맨스' 출연은 고민했다고 하던데
- 극 중 '우리'의 나이대와 내가 맞지 않아서 그에 대한 걱정이 있었다. 사실 시나리오를 받으면 지금 내 나이대에(손석구는 올해 39살이다) 맞는 역할은 거의 없다. 더 많을 때도, 적을 때도 있고 항상 맞춰가는 과정이 있지만 '연애 빠진 로맨스'는 7~8살은 더 적으니까. '이게 되나?' 싶었던 거다. 사실 '우리'의 초기 설정은 '자영'처럼 29살이었지만, 감독님께서 '극 중 나이를 더 올리겠다'라고 하셔서 33살로 설정됐다.
동안으로 보이기 위한 노력도 있었을까?
- 피부과를 자주 갔다(웃음). 레이저 시술도 받고. 그런데 영화를 보니 그냥 제 나이로 보이더라. 원래도 노안인 편이다. 33살이어도 노안일 수 있지 않나? 더 어려 보이려고 애쓰는 건 어색해 보일 거 같더라.
'우리'를 어떤 인물이라고 생각했나?
- '우리'는 나름 꿈을 가지고 있는 아이다. 영화를 보면 아시겠지만,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과 사랑에 대한 욕망이 있다. 그 두 축이 '우리'를 이루는 핵심이라고 생각했다.
실제 연애 스타일은 어떤가?
- 제가 생각하는 '연애'에서 가장 중요한 건, 솔직함인 거 같다. 사실 저는 '우리'와는 다른 편이다. 그 애가 더 로맨틱하다. 실제 저는 현실적인 면이 있다. 아무래도 나이를 먹어서 그런 거 같다.
캐릭터를 어떻게 표현하려고 했나?
- 모든 캐릭터가 그렇지만, 하나의 정서를 정하면 그 힘을 끌고 가는 거다. '우리'는 가장 사랑 못 할 법한 지질한 인물로 그리려고 했다. 자기주장도 잘 못 하고 쟁취하지도 못하는 인물로.
자기 자신의 모습, 감정을 연기로 많이 끌어오는 편인 거 같다. '우리'에게 자신의 모습을 담아낸 것이 있다면?
- 저는 캐릭터에 다가가지 않고, 캐릭터가 제게 다가오게끔 한다. 그렇기 때문에 제 개인의 인생이 중요하고 저의 변화가 중요하다. 그러면서 저의 캐릭터도 바뀌는 거 같다. 어떻게 분석하느냐는 대본 안에 있는 거 같다. 이해하지 못하는 캐릭터가 생기면 '나는 이 상황에서 어땠지?' 제 모습을 찾아본다. 안 해본 걸 해보려고 하지는 않는다.
'우리'에게 크게 공감했던 점은?
- '우리'는 혼자 머리 싸매고 고민한다. 여기저기 끌려다니기도 하고 결국 수렁에 빠지기도 하는데 그 모습이 인간적이고 공감 가더라. 좌충우돌 실수하고 어떻게 사과해야 할지 모르는 모습이 이해 가더라.
'우리'를 연기할 때 조심스러웠던 점은?
- 로맨틱 코미디에 어울리지 않는 남성 캐릭터는 아니길 바랐다. 실수하고, 잘못하고, 상처 주지만 귀엽고 사랑스럽기를 바랐다. 마초적이고 우악스럽고 다른 사람을 신경 쓰지 않는 안하무인처럼 보이지 않도록 반대로 가는 걸 경계했다.
정가영 감독의 영화를 꼭 찍어보고 싶었던 이유는
- 자신만의 이야기를 가지고, 자기 작품을 관통하는 메시지를 가진 이들이 좋다. 정가영 감독은 유일무이한 자기만의 색깔을 가지고 있다. 비슷한 주제를 두고 늘 다른 이야기를 한다. 그에게 쓰임 받고 싶었고, 그의 작품에 일조하고 싶었다.
정가영 감독과 작업은 어땠나?
- 의외로 세트 플레이를 좋아한다. 정해진 동선, 정해진 대사 안에서 구현하는 걸 좋아한다. 정가영 감독이기 때문에 오히려 그 점이 참신하게 느껴지더라. 정가영 감독은 정말 연기를 잘하고, 리얼하고, 날것처럼 해서 그 앞에서 연기하는 게 부담이었다. 내가 가짜로 연기하면 들킬 것 같아서였다. '나는 이런 연기하는 사람이야' 하고 보여주는 게 부담이었다.
전종서의 첫인상은 어땠나
- 나랑 닮았다고 생각했다. 외모나, 인상이 겉치레 못 한다는 이유로 많은 이야기를 들을 거 같더라. '얘도 배우 생활하면서 힘들었겠구나' 싶었다. 제일 비슷한 건, 웃긴 걸 좋아한다. 처음부터 정말 잘 맞았다.
12월에는 직접 연출한 '언프레임드'가 공개된다. 연출 경험이 연기에 도움이 되나?
- 연출하면서 연기에 도움 줄 거라고 생각했다. 과정을 겪어보니 연기에 대해 알게 된 거 같은 느낌이 들며 '이런 점을 써먹어야겠다' 생각했는데, '언프레임드' 찍고 '연애 빠진 로맨스'를 찍을 때는 하나도 써먹지 못했다. 연출은 한 번 해봤고, 연기는 10년 정도 했으니까 아무래도 영향이 크지는 않더라.
이제 곧 40대다. 변화를 맞이할 때인데
- 저는 '진짜' 어른은 아닌 거 같다. 물리적으로 나이를 많이 먹으니까 몸이 금방 피곤해지고 생각도 고리타분해진다. '옛 어른들 말이 맞았어' 싶을 때도 있고. 자아가 바뀔 거 같다는 징조 같다. 제가 좋아하는 영화, 연기 스타일도 바뀌게 되겠지? 그런 징조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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