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의 경기부양지속이 쉽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유로존의 높은 물가상승률이다. 11월 유로존의 물가상승률은 4.9%를 기록하면서, 목표치인 2%를 크게 뛰어넘었다. 유럽연합(EU) 내 유로 단일통화권 19개 국의 1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로는 지난 1997년이후 최고다.
미국의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마찬가지로 ECB 역시 물가상승세는 곧 잡힐 수 있다고 보았다. 그러나 오미크론 변이 확산은 글로벌공급망 혼란을 더욱 장기화할 가능성은 높였다. 이렇게 될 경우 글로벌 공급 역시 타격을 입으면서 물가를 더욱 끌어올릴 수도 있다.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은 이미 물가상승이 '일시적'이라고 보는 입장을 철회했다. 향후 정책은 매파적일 것이라는 신호를 준 셈이다. FT는 "이런 상황은 ECB 역시 자산매입규모를 더욱 축소하도록 하는 압력을 높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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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B는 다음주 목요일 통화정책회의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시장은 ECB가 연준의 뒤를 따라 매파적으로 입장을 바꿀 수도 있지만, 동시에 현재 입장을 당분간 고수할 수도 있다는 의견으로 갈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직은 불확실성이 높은 탓이다.
다만 이렇게 될 경우 ECB는 연준을 비롯해 대부분의 주요 중앙은행들과는 다른 길을 걷게 된다. 게다가 ECB 내부에서도 자산매입 지속의 효과에 대해 회의적인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FT는 지적했다.
픽트 자산운용의 전략가인 프레데리크 듀크로제는 ECB가 내년 내년 인플레이션 전망치를 1.7%에서 2.7%로 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인플레이션 전망을 올리면서 부양책 지속을 위해 자산매입을 계속하는 것은 모순적이다.
그러나 인플레이션 압력에도 불구하고 유럽중앙은행(ECB)과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는 2022년 통틀어 금리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못박은 바 있다. UBS의 라인하르트 클루즈 이코노미스트는 FT에 "인플레이션과 관련한 상반된 압박을 고려할 때 이번 회의는 최근 들어 여당에 있어 가장 어려운 회의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남유럽 주변국의 국채가 ECB 정책 변화에 특히 취약할 것이라고 보았다.
이같은 상황에서 경제 전문가들은 ECB가 인플레이션과 관련한 입장 정리가 필요하다고 보았다. 앞서 ING리서치의 카르스텐 브르제스키 매크로 글로벌 헤드는 CNBC에 "ECB가 생산자 물가 상승이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에 대해 너무 안일한 태도를 보였다"면서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라는 말을 버릴 필요까지는 없지만 (인플레이션을 초래하는) 다각적 요인들에 대해 세심하고 구체적으로 소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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