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부동산R114 자료를 보면, 12월 전국에선 7만4625가구(임대 제외)의 분양물량이 나온다. 이는 2000년 조사가 시작된 이래 월별 단일 물량으로 가장 많은 수준이다. 이전 월별 최대 분양물량이 쏟아진 시기는 2015년 11월로 7만1057가구다.
때 아닌 분양 호황기를 맞아 수요자들의 옥석 가리기가 중요해졌다. 최근 아파트 청약과 대출 등 부동산 규제 강화로 내 집 마련 진입장벽이 한층 높은 데다, 내년부터 아파트 대체상품 격인 주거용 오피스텔까지 차주단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확대되며 똘똘한 1주택 선택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교통호재 수혜 단지는 부동산 시장에서 대표적인 ‘옥’으로 통한다. 전방위적으로 지역 집값 시세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한 예로 부동산R114 기준, 올해 1년간(2020년 11월~2021년 11월) 인천 아파트값은 32.4% 오르며 전국 17개 시·도 중 첫손에 꼽혔다. 2위를 기록한 경기도(24.81%)와 약 7.59%포인트(p) 격차를 벌렸다.
교통호재가 지역 집값 상승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이유는 실거주 만족도와 집값 상승의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기 때문이다. 확충된 교통망으로 수요가 집중되고, 모여든 수요로 쇼핑·문화·공원 등 생활 인프라 시설이 향상된다. 한층 편리해진 주거환경은 손 바뀜 현상을 늘리며 자연스레 집값을 상승시킨다.
교통호재 수혜의 중심에 선 개별 단지의 집값 상승세도 가파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보면 경기 안양시 만안구 ‘안양씨엘포레자이(2021년 1월 입주)’ 전용 59㎡ 분양권은 올해 10월 9억1000만원에 신고가 거래됐다. 분양가(4억5100만원)보다 4억5900만원 올랐다.
경기 안양시에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C노선, 월곶~판교 복선전철, 인덕원~동탄 복선전철 등 굵직한 철도교통망이 예정돼 있다. 이 중 GTX-C노선 금정역(계획)과 월곶~판교 복선전철 안양역(계획) 등이 개통되면 서울 강남 접근성이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오산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보면, 경기도 오산시 오산동의 ‘운암주공2단지(2000년 11월 입주)’ 전용 84㎡의 지난달 거래가는 4억9000만원이다. 올 1월 거래 최고가인 3억1000만원보다 1억8000만원 올랐다. 이곳은 현재 오산에서 기흥을 잇는 분당선 연장 사업이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 계획에 포함되며 집값 상승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교통호재 수혜 단지를 중심으로 청약 경쟁도 치열하다. 서울 지하철 9호선 4단계 연장(예정) 수혜가 기대되는 ‘e편한세상 강일 어반브릿지’는 지난 9월 청약에서 평균 337.91대 1을, GTX-C 운정역 개통 수혜 단지인 ‘GTX 운정역 금강펜테리움 센트럴파크’도 지난 11월 청약에서 평균 79.6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사업 추진 소식만으로도 집값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모습이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올 들어 11월까지 경기도 아파트 매매가격 상위 10곳 중 7곳이 GTX-A·B·C 호재를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두천(38.6%), 의왕(33.6%), 의정부(31.0%) 등이 가격 상승을 이끌었다. A노선만 공사가 시작됐지만 착공·개통을 거치며 값이 더 뛸 것이라는 기대감에 매수가 이어지는 현상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교통 호재만을 보고 섣불리 주택 매수에 나서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 팀장은 “집값 상승을 이끄는 데는 여러 요인이 있지만 지하철, 철도 같은 광역 교통망 확충이 가장 큰 호재임은 분명하다”면서도 “다만 서울 집값이 급등해 인천, 경기권에서 내집 마련에 나서는 사람이 확 늘어 이들 수요가 가격을 올린 측면이 있는 만큼 최근에는 집값 상승의 근본적 원인이라기보다는 촉진제 역할에 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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