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후 다시 열린 뱃길] 인천~제주 항로 안전에 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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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기자
입력 2021-12-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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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전 인천∼제주 항로 여객선 '비욘드 트러스트호'의 조타실에서 고경남 선장과 항해사들이 운항 상황을 확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세월호의 아픔을 딛고 그간 항로가 끊겼던 인천~제주 간 여객선 뱃길이 다시 열렸다. 7년 8개월 만의 복귀다. 이번 첫 출항을 앞두고 가장 신경을 쓴 점은 안전이다. 승객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고 선박도 저중량, 저중심으로 설계해 세월호 사고의 재발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했다. 아울러 세월이 지난 만큼 선박에 적용가능한 다양한 안전 신기술을 도입해 철통 방어에 나섰다. 위성항법장치와 화재자동경보기 등 다양한 시설은 그 증거다. 다만 세월호 사고 이후 7년이 지난 시점에도 해경의 잠수구조 장비가 부실하다는 지적도 있다.
 
7년 8개월이 걸린 인천~제주 뱃길
지난 10일 인천∼제주 뱃길에 취항한 '비욘드 트러스트호'는 승객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의미를 담아 이름을 정했다. 이름 자체에서도 신뢰를 넘어서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다양한 이슈와 갈등 사안을 맞닥뜨리다 보니 취항은 예정보다 늦어졌다.

이번에 새롭게 취항한 비욘드 트러스트호는 매주 3회 인천과 제주를 오간다. 인천에서 매주 월·수·금요일 오후 7시 출발해 이튿날 오전 9시 30분 제주에 도착한다. 제주에서는 화·목·토요일 오후 8시 30분에 출발해 다음 날 오전 10시 인천에 도착한다.

편도 기준으로 운항 거리는 274마일(440㎞)이다. 운항 시간은 14시간가량이다. 비욘드 트러스트호는 2만7000t급 카페리다. 길이 170m, 너비 26m, 높이 28m로 승객 850명, 승용차 487대, 컨테이너 65개 등을 싣고 이동이 가능하다. 최대 속도는 시속 46㎞에 해당하는 25노트다.

이번에 여객선 운항 중단이 길어진 이유로는 새롭게 운항을 맡을 마땅한 업체가 없었기 때문이다. 2015년에는 수협이 타당성 검토에 나서며 인천∼제주 여객선 운항을 살펴봤지만, 사업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판단해 철수했다.

이어 2016년 11월 인천∼제주 항로 여객 운송사업자 공모가 진행됐으나 제안서를 냈던 유일한 업체가 적격 기준에 미달해 탈락했다. 기준은 100점 만점에 80점을 넘어야 했다.

또한 스웨덴의 한 선사도 관심을 보였지만 세월호 참사 이후 여객 수요가 떨어지자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4월 진행된 공모에서 한 건설사가 신규 사업자로 선정됐으나 인천항 부두 확보 시점이 미뤄지자 사업을 포기했다. 운항 면허는 2019년 9월 반납했다.

인천지방해양수산청은 이후 인천∼제주 항로 여객선을 운항할 사업자 공모를 다시 진행했고, 2019년 11월 하이덱스스토리지를 신규 사업자로 선정했다. 이 과정에서 탈락한 경쟁 업체가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지만 결국 대법원에서 원고 패소 판결이 나오면서 지금까지 오게 됐다.

하이덱스는 비욘드 트러스트호를 현대미포조선으로부터 인수해 이달 1일 인천항으로 옮겼다. 시험운항과 심사를 모두 거치고 이달 10일 항로에 드디어 취항했다.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안전
이번 비욘드트러스트호는 안전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취항했다. 특히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안겼던 '맹골수도'를 피해 운항한다.

14일 인천지방해양수산청 등에 따르면 인천∼제주 항로 여객선 사업자인 하이덱스스토리지(이하 하이덱스)는 항로·선박 등과 관련한 안전 운항 계획을 마련했다. 항로에 관해서는 맹골수도를 피하는 것이 그 계획 중 하나다. 인천~제주 항로에서 맹골수도는 지름길이지만 선사 측은 안전을 위해 손해를 감수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하이덱스는 선박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기술도 접목시켰다. 우선 카페리 여객선 국내 최초로 '실시간 화물중량 관리체계'를 도입했다. 이 시스템은 카페리 여객선 화물실 등지의 실제 선적 무게를 20초마다 계산해 과적이나 선박의 불균형을 실시간으로 해소한다. 세월호의 침몰 원인 중 하나인 화물 과적과 복원력 감소 등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선박에는 자동항법장치도 달았다. 이 장치는 자동 업데이트하는 전자해도를 기반으로 목적지까지 자동으로 운항을 돕는다. 이를 통해 항해사의 오작동 등 변수를 차단하겠다는 계획이다.

육상에서도 안전을 감시하는 '원격 경고 시스템'도 운영한다. 육상에서 선박 안전관리자가 운항 선박의 위치, 속력, 엔진 상태, 조타 설비 등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 위험 요소를 사전에 경고하는 게 시스템의 골자다.

선박 내부에는 의자 등 집기류도 쇠사슬로 단단하게 고박(화물고정 장치)을 했다. 세월호의 침몰 원인 중 하나인 고박 허술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다. 사고 발생 시 자동으로 해상에 구명벌을 펼치고 승객들이 슬라이드를 통해 탑승할 수 있도록 하는 해상비상 탈출시스템(MES)도 마련했다.
 
끝나지 않은 세월호 재판…특수구조대 구조장비 재검토 시급
세월호 아픔을 딛고 인천~제주 항로는 복원됐지만, 관련 재판은 이어지고 있다. 세월호 참사 당시 해경 지휘부의 항소심 재판이 10개월째 열리지 않는 가운데 세월호 유가족 단체가 2심 재판부에 이들의 엄벌을 촉구했다.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는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법원검찰청 삼거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심 재판의 진행을 요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피고인들을 엄벌에 처해 달라는 내용의 의견서와 탄원서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출했다.

지난 국정감사에는 세월호 참사 후 구성됐던 특수구조단에 관한 지적사항도 나왔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윤재갑 국회의원이 해양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해경의 잠수구조 훈련과 장비가 부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경은 세월호 참사 직후 대형 해양 사고를 전담하는 특수구조단을 신설했다. 이 조직에서는 SSDS(일명: 잠수부)를 이용한 심해잠수사를 양성 관리해 오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심해잠수사들에 대한 보수 훈련이 일부 직원들에게만 실시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2019년 중앙해양 특수구조단 소속 심해잠수사 40명 중 22명만이 잠수 훈련에 참여했다. 나머지 18명(약45%)은 잠수 훈련에 참여하지 않았다.
 
훈련에 참여한 잠수사 22명 중 대다수인 13명(59%)은 연 2회밖에 훈련을 하지 않았다. 경위 이상 현장 고위직들은 10명 중 고작 1명만 훈련을 한 것으로 국정감사에서 드러났다.

한편, 다량의 구조관련 장비물품도 내용연수를 초과한 상태로 방치됐다는 지적이 있었다. 내용연수를 초과하고 있는 물품의 57.5%는 구조관련 물품으로 추락 방지 제동기, 부력조절기, 잠수용 호흡기 등 구조대상은 물론 현장 요원의 생명과도 직결되는 것들이기에 더욱 주의를 필요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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