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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최저속도보장법 발의에 '비현실적 탁상입법'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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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훈 기자
입력 2022-01-06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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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합동으로 제도개선 했는데...'입법 만능주의'에 빠진 국회

  • 날씨·장애물이 변수인 무선 속도 측정부터 비현실적

  • 업계 "새로운 서비스 나오면 어떡하나...제도가 현실 못 따라올 수도"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연합뉴스]

이동통신 3사가 소비자에 제공하는 유·무선 인터넷의 ‘최저속도’를 보장하도록 강제하는 법안이 나왔다. 사업자의 책임을 강화해 소비자 편익을 높이자는 취지지만, 무선 인터넷의 경우 사실상 최저속도를 측정할 방법이 마땅치 않아 현실성이 떨어지는 '탁상입법'이란 지적이다. 최저속도 규정과 보상은 사업자 약관에 따라 작동되고 있음에도 이를 법으로 강제하는 것은 ‘입법 만능주의’에 빠진 것 아니냐는 볼멘 목소리도 나온다.
 
6일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소속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인터넷 최저속도보장법)을 지난 3일 대표 발의했다.
 
윤 의원은 “현재 전기통신사업자들이 제공하는 인터넷 상품의 최저속도보장제도는 유선인터넷 위주로 되어 있고 법률적 근거가 없다”면서 “전기통신사업자들이 5G 상용화 이후 5G 고객 유치를 위해 이익을 올리고 있지만, 실제 무선 인터넷 속도는 고객에게 고지한 속도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면서 법안 취지를 설명했다.
 
개정안은 △인터넷 서비스 최저속도 보장 △이용자에게 최저 속도 고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의 정기적인 실태조사 △과태료 부과 등을 내용으로 한다. 현재 해당 법안은 위원회 심사 대기 중이다.
 
이번 법안 발의는 지난해 4월 유튜버 잇섭이 제기한 ‘10기가(Gbps) 인터넷 품질 논란’과 2019년 4월 5G 상용화 이후 계속된 ‘5G 품질 논란’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잇섭의 문제 제기 이후 과기정통부와 방통위는 실태점검에 돌입했고, 지난해 7월 점검 결과를 발표했다.
 
과기정통부와 방통위는 10기가 인터넷 관리 부실에 책임 물어 사업자에 3억8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어 제도개선 방안도 마련했다. 제도개선 방안에는 △가입 시 최저보장속도 고지 강화 △시스템 설정값 오류에 따른 속도저하 자동 요금감면 △최저보상속도 50%로 상향 △이용자 속도측정 후 기준 미달 시 자동 요금감면 등이 담겼다. 실제 지난해 이통 3사는 개선 방안을 이행했다.
 
이번 법안의 맹점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인터넷 최저속도보장에 ‘무선 인터넷’을 넣었다는 것이다. 무선인터넷은 5G·4G(LTE)·3G·와이파이 등으로 주로 소비자의 휴대전화에서 쓰인다. 무선 인터넷은 날씨(비·눈 등), 장애물 등의 영향을 받는다. 또 무선 중계기가 깔리지 않은 곳에선 당연히 무선 인터넷이 터지지 않는데 이때 최저속도를 법으로 강제하면 이통 3사는 모두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된다.
 
아울러 업계 관계자는 “현재 소비자의 위치정보를 이통 3사가 24시간 수집하는 것도 껄끄러워 하는데 만약에 품질 정보를 수시로 수집한다고 하면 국민들이 동의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문제는 최저속도를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도 구체적인 최저속도 비율은 정하지 않은 점이다. 지난해 과기정통부와 방통위의 제도개선으로 최저속도 기준은 기존 30%에서 50%로 상향됐다. 이를 고려하면 최저속도 비율은 50%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만약 실제 법으로 최저속도 비율을 강제하면, 이통 3사의 유선 인터넷 서비스 이용약관 상 최저속도 비율과 과기정통부의 약관신고 수리 역할은 사실상 유명무실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나중에 100기가 서비스 등 어떤 새로운 서비스가 나올지도 모르는데 법으로 품질 수준을 규정하면 제도가 현실을 못 따라오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는 사업자가 소비자와 상품에 대한 계약을 맺고 상품 품질에 대해 약관으로 보장하는 것이었는데 법으로 강제하는 건 패러다임이 바뀐다고 봐야 한다”면서 “법은 사전 규제인 만큼 나중에 고치려고 해도 시간이 오래 걸린다. 현행처럼 정부가 이용약관이 올바르게 지켜지고 있는지 감시하는 사후 규제로 두는 게 맞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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