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범 금융위원장이 25일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고 이에 더해 글로벌 긴축 등이 중첩되어 대외리스크가 점증하고 있는 만큼 국내외 금융시장에 미칠 파급효과를 적시에 탐지해 기민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 위원장은 필요 시 최대 2억원 규모의 긴급 금융지원프로그램을 가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 위원장은 25일 오전 8시30분 정부서울청사에서 '금융시장 합동 점검회의'를 열고 우크라이나 사태 악화에 따라 국내 금융회사 러시아 익스포져·외화유동성 상황과 불확실성이 확대된 국내외 금융시장 동향을 점검했다. 이날 합동회의에서는 고 위원장과 이세훈 금융위 사무처장, 이윤수 금융위 자본시장정책관, 이찬우 금감원 수석부원장, 최재영 국제금융센터 원장이 참석했다.
고 위원장은 "우크라이나 사태가 시시각각 급변하면서 국내외 증시가 뉴스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으며 환율은 상승하여 1200원을 상회하는 등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금융위·금감원과 국제금융센터 등 유관기관과 관련 해외지사와의 핫라인을 가동하는 등 긴밀하고 신속하게 정보를 교류하는 체계를 유지할 것"을 당부했다.
특히 그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우리 기업의 어려움이 발생하지 않도록 수출입 기업 등의 피해범위‧자금상황 등을 면밀히 점검하고 필요 시 긴급 금융지원프로그램을 가동해 관련 기업의 자금애로 해소에 필요한 자금을 적극 공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긴급 금융지원프로그램은 최대 2조원까지 지원할 계획인데 향후 상황에 따라 조정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최재영 원장은 "사태 장기화 시 원자재 가격의 급등,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등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국제금융시장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코스피는 이날 29.67포인트(1.12%) 오른 2678.47를 기록하며 반등세로 출발했다. 전날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코스피는 전날보다 70.73포인트(2.60%) 내린 2648.80에 장을 마쳤다. 종가 기준 연저점을 기록한 지난달 27일(2614.49) 이후 약 한 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하루 낙폭도 지난달 27일(-3.50%) 이후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간밤 뉴욕 증시도 급반등하며 상승 마감했다. 24일(미 동부시간) 뉴욕 증시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는 소식에 장중 2% 이상 하락했으나 저가매수세가 유입되며 급반등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92.07포인트(0.28%) 오른 3만3223.83으로 장을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63.20포인트(1.50%) 상승한 4288.70으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전장보다 436.10포인트(3.34%) 뛴 1만3473.59로 거래를 마쳤다.
국제유가도 초반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지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제재 관련 연설이 나오면서 분위기는 반전했다. 유가는 장중 최고 9% 이상 올랐던 데서 오름폭을 크게 낮춰 서부텍사스산원유(WTI) 4월물 가격 기준 배럴당 92달러 수준으로 떨어졌고, 브렌트유 4월물 가격도 배럴당 99달러 수준으로 내려왔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서울 외환시장에서 전날 종가보다 2.6원 오른 1205.0원에 장을 시작했다. 공포심리가 퍼지며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이어지고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