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보업계는 조만간 집중호우 영향이 컸던 지난달 자동차보험 손해율을 집계하면서, 보험료 인하 여력이 없다는 점을 또다시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당국은 최근 보험료 조정 가능성을 거론하며 손보업계와 대립각을 세우는 분위기다.
1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손보사들은 통상 매월 중하순께 지난달 자동차보험 손해율을 취합한다.
일부 업계에서는 115년 만에 내린 역대급 폭우로 지난달 손해율이 80%초반대를 상회, 적자세로 돌아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손보업계는 사업비를 고려해 '77~80%초반대'를 적정 손해율 수준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8일부터 23일까지 발생한 호우로 손보사에 접수된 침수 차량은 1만1988대, 손해액은 1549억원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명절 및 가을철 행락객들의 증가와 자동차 부품비 인상 등도 악재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9·10월까지 추석 명절 및 가을철 이동량 증가로 사고 건수 역시 비례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자동차 부품비, 병원 진료비 증가 등도 원가 상승요인으로 작용해 하반기 손해율이 90%를 넘어서는 등 실적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하반기에도 자동차보험 손해율 안정세가 유지될 것이란 전망이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2022년 상반기 자동차보험 사업실적 및 감독방향'을 발표하고 이 같이 밝혔다.
당국은 지난달 수도권 집중호우로 인한 손보사의 피해액은 재보험 가입에 따라 약 400억원에 불과하다는 분석을 내놨다. 금감원 측은 "지난달 31일 기준 집중호우의 총 피해액은 1416억원으로 추산되나, 재보험사의 보상액 제외 후 실제 부담하는 손보사들의 피해액은 28.2% 수준"이라며 "연간 기준 자동차보험 손해율의 0.2%포인트 상승 효과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도로교통법 개정 등 관련 법규 강화로 사고율 감소세 등을 호재 요소로 꼽았다. 최근 보행자 보호의무가 강화된 도로교통법이 개정됐으며, 음주운전 등 사고부담금이 개정된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등이 시행됐다. 실제 금감원에 따르면, 이로인해 자동차 사고율이 2019년 17.8%에서 올해 상반기 14.3%로 감소세를 이어오고 있다는 설명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손보사의 보험료 인하 여력을 면밀히 점검하고, 손해율 등 영업실적에 부합하는 보험료 조정을 유도해 국민들의 자동차 보험료 부담이 최소화 되도록 감독해 나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해 상위 4개(삼성화재·현대해상·DB손보·KB손보) 손보사들은 자동차보험에서 3981억원의 흑자를 냈고, 당국은 올초 자동차 보험료 인하를 요청했다. 이에 지난 4월 계약부터 삼성화재 1.2%, 현대해상 1.2%, DB손보 1.3%, KB손보 1.4%의 인하요율이 적용됐다.
하지만 이들의 최근 10년간 자동차보험 누적 적자액은 9조원에 달한다. 손보협회에 따르면, 2017년 266억원의 흑자를 냈지만 △2010년 1조5802억원 △2011년 5902억원 △2012년 5749억원 △2013년 9415억원 △2014년 1조1017억원 △2015년 1조1011억원 △2016년 3418억원 △2018년 7237억원 △2019년 1조6445억원 △2020년 3799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2010년부터 2020년 사이 자동차보험 누적 적자액이 8조9529억원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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