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수교 30주년을 맞아 중국 공산당 서열 3위인 리잔수 전국인민대표회의 상무위원장이 방한해 16일 윤석열 대통령과 회동할 예정이다. 그간 한한령으로 타격을 입은 유통업계는 이번 만남이 한·중 관계 개선에 물꼬를 틀지 기대하면서도 양국 관계를 얼어붙게 한 사드 문제에 대한 논의 여부와 수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리잔수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 겸 정치국 상무위원이 대표단 66명을 이끌고 15~17일 한국을 방문한다. 중국 전인대 상무위원장은 우리나라 국회의장 격으로, 시진핑 국가주석과 리커창 총리에 이어 중국 공산당 서열 3위다.
중국 상무위원장 방한은 2015년 장더장 전 상무위원장 이후 7년 만이다. 모처럼 중국 고위급 인사가 방한하는 것인 데다 윤석열 대통령과 접견도 예정돼 있어 향후 시진핑 국가주석 방한과 한·중 정상회담 성사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는 모습이다.
국내 기업들 역시 이번 만남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로 인한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 때문에 국내 유통기업들은 중국 사업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2017년 사드 배치 당시 롯데는 현지 불매운동으로 마트와 제과, 음료 등 순차적으로 중국 사업을 정리했으며 신세계 이마트도 중국 내 26개에 달했던 점포를 전면 철수하기도 했다.
특히 면세점 업계는 한한령 발동 이후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크게 감소한 상황에서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다이궁(보따리상) 유입까지 급감해 고전하고 있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이번 중국 상무위원장 방문은 한··중 관계에 긍정적인 시그널로 읽힌다”면서 “중국 내부 상황이 풀려서 중국 단체 관광객의 국내 여행 재개로 대규모 유커들이 유입되고 다이궁 활동이 원활해질 수 있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매출 의존도가 높은 화장품업계도 비슷한 상황이다. 면세점 매출이 급감하는 등 국내 화장품 기업들이 중국 사업에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고 중국 내 K-뷰티 위상도 예전 같지 않다.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이번 회동으로 구매력 높은 중국 관광객들의 한국 방문이 재개되면 면세점을 통한 매출 회복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다만 한·중 관계 회복에 앞서 중국 내에서 자국 브랜드가 성장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져 국내 화장품 브랜드들이 이를 뛰어넘을 수 있도록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한·중 관계를 얼어붙게 한 '사드' 변수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대선 공약으로 '사드 기지 정상화'를 내걸었는데 최근 정부는 경북 성주 사드기지 정상화 조처를 진행 중이다. 중국은 사드 배치에 강력 반발하고 있어 윤석열 대통령과 리잔수 상무위원장 회동에서 사드 문제를 어느 수준까지 다룰지에도 유통업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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