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쉽고 바르게-2]⑩ 꼭 필요한 정보 담은 '공공언어'…우리말로 더 쉽고 안전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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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민 기자
입력 2022-10-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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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필요한 '공공언어'…정보 소외 없도록 이해하기 쉬운 우리말 사용 중요

  • 2005년 제정된 '국어기본법' 아래 문체부·국어심의회·국어문화원 등 전문 외래어 순화 노력

영남대 국어문화연구소가 한국동서발전과 함께 진행한 ‘공공기관 대상 전문용어 개선’ 캠페인. [사진=국어문화원연합회]

공공언어는 공공기관에서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공공의 목적을 위해 사용하는 언어다. 넓은 의미에서 보면 국민을 대상으로 사용하는 모든 언어가 바로 공공언어다. 

국가나 공공기관이 쓰는 정부 문서, 민원서류 양식, 게시문, 법령, 판결문, 홍보문, 대국민 담화 등을 비롯해 언론의 기사, 방송 언어, 은행·보험·증권 등 약관, 사용 설명서, 홍보 포스터, 광고문, 거리 간판, 공연물의 대본과 대사, 자막 등이 해당한다.

◆ 새롭게 생긴 외래 용어 순화하는 ‘새말모임’

공공언어는 우리가 일상을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정보를 담고 있다. 정보 소외가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공공언어를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쉬운 우리말로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공공 영역의 공공성 유지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우리말을 쉽고 바르게 사용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다.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의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사)국어문화원연합회는 ‘쉬운 우리말 쓰기 사업’을 하고 있다.

문체부는 ‘쉬운 우리말 쓰기 사업’ 일환으로 국립국어원과 함께 외국어 새말 대체어 제공 체계를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매주 수요일 대체어를 발표한다.

어렵고 새로 생긴 외래 용어가 널리 퍼지기 전에 일반 국민이 이해하기 쉬운 다듬은 말을 제공하기 위해 국어 유관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인 ‘새말모임’을 통해 제안된 의견을 바탕으로 의미의 적절성과 활용성 등을 다각적으로 검토해 대체어를 선정한다. 또한 국민에게 ‘어려운 외국어에 대한 우리말 대체어 국민 수용도 조사’를 실시해 이를 반영하고 있다.

쉬운 우리말 쓰기의 중요성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 더욱 빛을 발휘한다. 코로나19는 사회 구성원 전체가 관련 정보를 인지하고 함께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깨닫게 했다. 

예를 들어 코로나 감염자 또는 감염 의심자에게 증상 발현 후 나타나는 후유증을 이르는 말인 ‘롱 코비드(long covid)'를 ‘코로나 감염 후유증’으로, ‘부스터 샷(booster shot)'은 ‘추가 접종’으로 다듬었다. 현재 ‘코로나 감염 후유증’이나 ‘추가 접종’이 일상에서 두루 사용되고 있는 점은 큰 성과다.

국어문화원연합회는 전국에 있는 거점 국어문화원 21곳을 묶는 중심 역할을 하는 단체다. 국어문화원은 국어기본법 제24조에 따라 ‘국민의 국어 능력을 높이고 국어와 관련된 상담’을 하는 기관으로 세워졌다. 각 국어문화원에서는 국어 관련 전문가들이 원장과 책임연구원을 맡아 국어문화원을 이끌어가고 있다.

국어문화원은 국민의 국어 능력 향상 교육, 국어 상담, 지역별 국어책임관 연수회, 한글과 한국어 관련 문화행사, 우리말 가꿈이 활동, 정부·광역자치단체·지방자치단체·언론사 등 공공기관의 공공언어 개선 지원, 학술용어 관련 사업(대학 논문·학술지 감수·용어 정비 등), 우리말(지역어·토박이말) 연구·조사, 지역어 진흥 사업 등 다양한 일을 한다.

◆ 구체적 변화 위한 '국어기본법' '국어심의회'

한국어를 지키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그중 근간이 되는 것이 ‘국어기본법’이다.

2005년 시행된 ‘국어기본법’ 제1장 제1조를 보면 ‘이 법은 국어 사용을 촉진하고 국어의 발전과 보전의 기반을 마련하여 국민의 창조적 사고력의 증진을 도모함으로써 국민의 문화적 삶의 질을 향상하고 민족문화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나와 있다. 여기서 국어는 한국어를 말한다.

또한 ‘국어기본법’에는 국어 발전 기본 계획의 수립, 국어 사용의 촉진 및 보급, 국어 능력의 향상 등 국어에 관한 법규와 제도가 포괄적으로 담겨 있다.

무엇보다 공공기관에서 올바른 한국어를 쓰는 일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국어기본법’에는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국어의 발전 및 보전을 위한 업무를 총괄하는 국어책임관을 소속 공무원 중에서 지정하여야 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봤을 때 국어책임관을 의무적으로 두어야 하는데 두지 않은 곳도 많고, 대부분 겸직이다 보니 제대로 책임 있게 운영이 안 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더불어 ‘국어기본법’에는 국어를 사용하는 국민의 의무를 규정하면서 선언적 명문 규정만 제시하고 있고, 법을 위반하는 행위를 했을 때 이를 제재할 규정이나 제도적 장치가 없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국어심의회’는 국어 사용과 관련한 어문 규범 개정을 비롯해 한국어 국외 보급, 공공언어 개선, 전문용어 표준화, 지역어 보전 및 진흥 등에 대한 사항을 심의한다.

국어(교육) 분야 외에 외국어, 사회·행정, 신문·방송·출판, 디자인(글꼴) 등 전문가를 위촉해 다양한 시각에서 국어 발전 방향을 논의하고 있다.

또한 교육 현장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국어 교사, 한국어 교원을 추가로 위촉하고 한국수화언어법·점자법 제정에 따른 국어 정책 범위의 확대에 따라 한국수어와 점자 관련 전문가들도 위촉했다.

◆ 우리 일상에서 시작되는 변화

“노내퍼지 점검하고 데미스터를 교체해 주세요."

일반인이 발전소 등 어떤 전문적인 현장에서 자주 쓰이는 말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이런 간극을 줄이는 일은 중요하다. 변화는 직장 등 일상에서 시작된다.

‘노내퍼지’는 보일러 내부에 잔류한 가스로 인한 폭발을 방지하기 위해 가스를 배출시키는 것을 말한다. ‘데미스터’는 그물눈 모양의 판을 여러 개 겹쳐 그 사이로 증기를 통과하도록 해 증기 중 수분을 제거하는 장치로 발전소에서 많이 쓰는 용어다.

‘노내퍼지’ 대신 ‘노내 환기’로 ‘데미스터’ 대신 ‘습기거름판’을 사용한다면 이해하기 쉽지 않을까?

영남대 국어문화연구소는 지난해 한국동서발전과 함께 ‘데미스터’처럼 발전 현장에서 자주 사용되는 어려운 전문용어를 쉬운 우리말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했다.

이는 문체부와 국어문화원연합회가 추진하는 ‘2021 정부 공공기관 대상 전문용어 개선 사업’ 일환이다.

영남대 국어문화연구소관계자는 “4000개를 웃도는 발전 관련 용어 가운데 시급히 우리말로 용어를 고쳐야 하는 50개를 골라 쉬운 우리말로 바꿔 책자로 펴냈다”고 말했다.

줄에 매달린 작업대의 하강 속도가 허용치를 초과할 때 안전을 위해 하강을 정지시키는 장치인 ‘라이프라인’은 ‘급강하 저지장치’로, 정전을 방지하고 전력 공급 능력에 상응해 전력 수요를 감소시키기 위해 적정량의 부하를 차단하는 ‘로드셰딩’은 ‘과부하 방지조절’로 순화했다.

한국동서발전 관계자는 “발전 현장에서 관련 업무 종사자들이 적극적으로 새로운 순화어를 써 주기를 바라며 회사 차원에서도 순화어 사용을 적극 권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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