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스페셜] 부동산 재벌 헝다, 파산 or 부활…中정부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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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중국)=배인선 특파원
입력 2023-01-03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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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또 터진 헝다發 악재···357조 구조조정안 발표 연기

  • 中 GDP 2% 수준의 빚더미···경제 '시한폭탄'

  • 부동산 규제 푸는 中···헝다 구조조정에 유리할까

쉬자인 헝다그룹 회장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주택 완공·인도 임무를 완수하고 각종 채무를 상환해 리스크를 해소하고 열반중생(涅槃重生)이라는 새 페이지를 열 수 있다."

중국 부동산재벌 헝다(恒大)그룹 쉬자인(許家印) 회장이 지난 1일 저녁 직원들에게 보낸 편지 내용이다. 헝다가 지난해 말까지 기한이던 357조원 규모 채무 구조조정 계획을 내놓지 못하자 곧 파산 수순에 돌입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진 가운데서다. 

최근 중국 정부가 코로나19 충격으로 망가진 중국 경제를 살리기 위해 그간의 규제를 풀고 부동산 지원책을 잇달아 내놓는 가운데 헝다 부채 위기가 연착륙할 수 있을지 시장은 예의 주시하고 있다.
 
또 터진 헝다발 악재···357조 구조조정안 발표 연기
2021년 터진 헝다발 위기는 2023년까지도 이어지는 모습이다. 지난 2일 블룸버그는 헝다가 2022년 말까지 1조9700억 위안(약 357조원)에 대한 채무조정안을 홍콩 증권거래소에 내기로 했으나 이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채무조정안을 언제 내놓을지 구체적인 시한도 밝히지 않아 시장에는 불안감이 더 커졌다. 헝다는 이미 지난해 7월에도 채무 구조조정 계획 발표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다.

헝다는 2021년 12월 달러화 채권을 갚지 못해 공식 디폴트(채무 불이행)에 빠졌다. 이후 중국 당국 개입 속에 자산을 매각하는 등 자구책을 모색해왔지만 부채 규모가 천문학적으로 큰 데다 부동산 경기도 악화해 지지부진했다. 헝다 구조조정은 중국 최대 규모로 추정되고 있다.

구조조정에 진척이 없으면 강제 청산 절차를 밟을 가능성도 있다. 헝다는 지난해 6월엔 홍콩에서 모 채권자에게 파산 소송도 제기당했는데 일단은 홍콩법원에 파산 소송 공판을 오는 3월 20일로 연기해 놓은 상태다. 그때까지 헝다가 과연 구체적인 구조조정안을 내놓을 수 있을지 시장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재 헝다는 자체적으로 개별 채권자와 협상하는 방식으로 구조조정안 마련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초에는 헝다그룹 달러채권 보유자로 이뤄진 채권단을 만나 조정 협의를 벌였다. 당시 헝다는 "모든 당사자가 동의한 역외 부채 구조조정 계획 수립을 촉진하기 위해 일부 해외 채권자, 고문과 건설적으로 소통하고 있다”며 “구조조정안 조건에 대한 격차도 좁혀지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올해 2월 말이나 3월 초까지 해외 채권단 측에서 지원을 받을 것이란 기대감도 흘러나왔다.

그동안 헝다 구조조정은 부동산 경기 침체 속에 유동성 위기에 처한 다른 부동산 업체가 참고할 수 있는 중요한 선례가 될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차일피일 미뤄지며 중국 부동산 경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다시 한번 보여줬다는 진단도 나온다.
 
中 GDP 2% 수준 빚더미···경제 '시한폭탄'
새해 벽두부터 헝다 위기설이 번지자 쉬자인 헝다그룹 회장은 직접 시장 달래기에 나섰다.

지난 1일 저녁 회사 내부 서한을 통해 지난해 헝다그룹 성과를 공개한 것. 쉬 회장에 따르면 헝다는 지난해 자금난으로 중단된 723개 아파트 공사를 재개해 30만1000가구를 완공·인도하고,  헝다자동차가 내세운 전기차 모델 '헝츠5'도 양산에 성공해 324대 차량을 인도했다. 하이난성에 지은 인공섬 하이화다오(海花島) 운영도 안정돼 관광객 760만명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쉬 회장은 “올해는 매우 중요한 해다. 헝다 직원들이 한마음으로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노력해 한 걸음씩 공사를 전면 정상화하고 경영을 회복한다면 우리는 주택 완공 인도 임무를 완수하고 각종 채무를 상환해 리스크를 해소하고 열반중생이라는 새 장을 열 수 있다”고 직원들 사기를 북돋았다.

헝다는 한때 ‘대마불사’라 불리던 중국 부동산 3대 재벌 중 하나였다. 부동산이 본업이지만 전기차, 테마파크, 스포츠, 금융보험 등 사업으로 확장하며 총 자산만 2조3000억 위안(약 420조원), 총부채는 1조9700억 위안에 달한다. 이는 중국 국내총생산(GDP) 대비 약 2%에 상당하는 수준이다.

헝다가 무너지면 주택 구매자들을 비롯한 중국 부동산 시장은 물론이고 약 58조 달러(약 7경3500조원) 규모인 중국 전체 금융 시스템에도 큰 타격을 미칠 수 있다. 2021년 9월 로이터는 헝다 부실채권 리스크에 노출된 금융사만 은행 128곳, 신탁업체 등 비은행 금융기관 121곳으로 집계했다. 가뜩이나 코로나19로 망가진 중국 경제에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사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헝다의 디폴트에도 불구하고 구제금융 제공 등 직접적인 개입을 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대신 헝다발 리스크를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한편 헝다가 자체적으로 자산을 매각하는 등 뼈를 깎는 구조조정 노력을 기울여 시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도록 압박을 가했다. 하지만 중국 부동산 경기 침체로 시장 심리가 워낙 악화해 헝다 자산을 매입하려는 구매자를 찾긴 쉽지 않았다. 
 
부동산 규제 푸는 中···헝다 구조조정에 유리할까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지난해 말부터 중국 지도부가 “부동산 산업은 경제의 기둥”이라고 외치며 경제를 살리기 위해 부동산 규제를 풀고 부양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 전체 경제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율은 4분의 1 정도로 추정된다.

지난달 열린 중국 연례 최고위급 경제회의인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도 “효율적으로 중대한 경제·금융 리스크를 예방·해소하라”고 지시했다. 

회의는 특히 부동산 업계의 합리적 자금 수요를 만족시키고 선두 기업의 리스크를 효율적으로 예방·해소해 자산·부채 상황을 개선할 것을 당부했다. 회의는 "선두 기업이 중국 부동산 시장 안정에 미치는 역할은 이루 말할 수 없다"며 부동산 시장 경기 회복에 매우 중요하다고도 했다. 사실상 선두 기업인 헝다 위기가 중국 경제 전반으로 번지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최근 중국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지원책도 부동산 기업 자금난에 숨통을 틔우는 데 집중됐다. 지난해 11월 말에는 최근 주식시장에 상장된 부동산 상장사들이 증자나 전환사채(CB)를 발행할 수 있도록 재융자(再融資)를 약 12년 만에 허용했다. 그동안 금지했던 부동산 상장사 인수합병이나 구조조정도 허용했다. 은행권의 부동산 기업에 대한 대출 지원 강화, 부동산 기업의 채권 발행도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부동산 기업이 자금을 조달하는 루트인 은행 대출, 채권 발행, 주식 발행 등 세 가지 모두 뚫린 것이다.

중국 부동산 업계에 돈이 돌면서 우량 업체가 지분이나 자산 등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부실 업체를 구제할 수 있는 길이 열려 구조조정이 속도를 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최근 헝다 자산 매각도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지난해 11월 말 헝다는 광둥성 선전에 본부 빌딩 건설용으로 매입했던 약 1만㎡ 규모인 토지를 약 75억 위안에 선전시 산하 국유기업 중심의 컨소시엄에 매각했다. 2021년 하반기부터 중단됐던 윈난성 쿤밍의 '헝다청'이라는 대규모 건설 사업도 새 투자자가 참여하면서 지난달 말 공사가 재개됐다. 

하지만 헝다가 여전히 채무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건 사실이다. 헝다그룹 산하 자회사인 헝다자동차는 5일까지 채무 468억4500만 유로(약 63조원)를 상환해야 한다. 상환하지 못하면 채권자가 파산을 신청할 수 있다고 홍콩 명보는 3일 보도했다.

최근 중국 정부가 부동산 부양에 안간힘을 쓰고는 있지만 내수 부진과 코로나19 확진자 폭증으로 주택 수요는 당분간 살아나긴 힘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실제 중국 시장조사기관 커얼루이(CRIC)에 따르면 중국 100대 부동산 개발업체의 지난해 12월 신규 주택 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 30.8% 감소한 6775억 위안(약 124조원)으로 집계됐다. 2021년 7월(-8.3%) 시작된 감소세가 18개월 연속 이어진 것이다.
 

중국 부동산기업 매출 감소세 [사진=아주경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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