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늬 씨가 아니면 성립되지 않는다고 생각했어요."(이해영 감독)
이해영 감독은 영화 '유령'의 '박차경'을 배우 이하늬에 맞추어 설계해나갔다. 평소 캐스팅을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쓰는 편이 아니었지만 '박차경'은 달랐다. 이하늬가 아니면 안 됐다. 그에게서 비롯된 에너지를 '박차경'에게 담아내려고 했고, 그 힘으로 인물을 그려낼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이 감독의 선택은 옳았다. 영화를 보고 나면 대안을 찾을 수 없었다는 그의 말에 더욱 깊이 수긍하게 된다. 이하늬는 영화 '유령'에 꼭 어울리는 인물이었고 '박차경' 그 자체였다.
"이 영화를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어요. 작품도, 캐릭터도, 감독님과 동료 배우들까지 매력적이었죠. '박차경' 역할로 보았을 때는… 톤의 질감이라고 할까요? 그게 참 좋았어요. 근래 제가 하지 않았던 캐릭터라서 반갑기도 했고 '해보고 싶다'는 욕심도 들더라고요."
이하늬가 연기한 '박차경'은 '유령'이다. 행동대원인 '난영'(이솜 분)이 죽고 심적으로 무너져 내린 그는 사랑하는 이의 신념을 이어가기 위해 분투한다.
"'차경'은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재력가 집안에서 태어나 모자람 없이 자랐지만, 사랑하는 사람의 신념을 이어가기 위해 항일 운동에 뛰어들죠. 사람이 살아갈 때는 많은 것에 의미를 부여하잖아요? 자신에게 '모든 의미'인 사람이 한순간 흙으로 돌아가다니. 사랑하는 사람들의 죽음을 목격하며 어떻게 살아갔을까요? 어떻게 자신의 삶을 지탱할 수 있었을까 생각하곤 했어요."
이하늬의 고민으로 '박차경'은 완성되었다. 그는 '박차경'의 눈빛이며 결 하나하나까지 설계하고 인물을 채워나갔다.
"'차경' 연기의 키포인트는 눈빛이라고 여겼어요. 정말 누르고, 누르는데도 안 되어서 (감정이) 비집고 나와야 한다고 생각했죠. 저는 '차경'을 떠올렸을 때 차가운 회색빛이 떠오르더라고요. 하지만 안에는 뜨거운 마그마가 끓고 있는 느낌으로요."
그는 '차경'의 성격이 가장 잘 드러나는 장면을 설명하며 연기적으로도 고난도의 감정을 소화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난영'을 보내고 세면대에 가까스로 기대어 있는 모습은 그야말로 '차경' 같죠. 아주 짧은 장면이었는데도 그랬어요. 아끼는 이가 떠나면 엉엉 우는 게 보통의 감정일 텐데. 그 감정을 꾹 누르면서 우는 모습이 참 그렇더라고요. 연기하는 처지에서는 1차원적으로 감정이 드러나는 게 드라마틱할 수 있겠는데요. '차경'은 외적으로는 모노톤이지만 그 안에 레이어를 차곡차곡 쌓는 작업을 하면서 심적인 괴로움을 느꼈어요. 툭 치면 후루룩 쏟아질 것 같은데 간신히 잡고 잔잔히 찰랑거리게 하는 거. 그 감정을 유지하려고 했어요."
'차경'은 참 힘든 캐릭터였다. 레이어를 차곡차곡 쌓아 내면을 단단하게 만들어야 하는 캐릭터이면서 동시에 거친 액션까지 소화해야 하는 캐릭터였다.
"'차경'에게 중요한 액션 신들이 있는데 그 장면들은 정말 '죽기 살기'라는 느낌으로 찍고 싶었어요. 삶을 놓고, 마치 '결승전'을 치르듯이요. 치고받고 안 되면 머리끄덩이라도 잡겠다는 마음으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임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이 장면들을 소화하려면 아주 강인하고 단단해져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극 중 '쥰지'의 어머니가 말하는 '세한연후지송백지부조 세한연후지송백지부조(歲寒然後知松栢之不彫, 세밑 추위를 지난 뒤에야 소나무·잣나무가 시들지 않음을 안다)'가 이 영화의 정신이라고 여겼고 그에 맞도록 임했죠. 영화의 정신과 핵심을 담아 '차경'의 액션을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맞더라도 계속해서 벌떡 일어나 덤비곤 했죠."
"(유)미진 감독님은 '극한직업'에서 처음 만났어요. 트레이닝을 받을 때 3번 정도 구토한 기억이 있거든요. 무서워서 못 하겠더라고요. 하하하. 그래도 그때 독하게 훈련받아서 그런지 '유령'을 찍을 때 조금 성장한 기분이 들더라고요."
'차경'은 '난영'을 통해 완성된다. '차경'의 무드는 쓸쓸함을 기반으로 하고, 그 정서는 '난영'으로 짜여있기 때문이다. 짧게 등장하지만 두 인물이 나누는 감정의 깊이는 누구보다 깊고도 짙었다. 이하늬는 두 인물의 감정, 관계에 관해 '사랑'이라고 이름 붙였다.
"어떤 말로도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우정, 동지애, 연인… 저는 이 모든 관계, 감정을 '사랑'이라는 말 안에 넣을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 감정을 확장해내려고 했어요. 난영과의 관계를 2023년을 살고 있는 제가 해석하기에는 너무나 웅장하고 버거운 느낌이어서요. 삶과 죽음의 연대를 단순한 수식어로 표현하고 싶지 않았어요. 조금 다른 느낌의 단어가 필요할 거 같아요. 그래서 확장된 버전의 '사랑'이라고 느꼈고요."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그는 영화 '유령'이 자신의 필모그래피에 깊은 흔적을 남길 거라며 남다른 애정을 보이기도 했다.
"인생에는 분기점이 있잖아요? '유령'은 제게 배우로서 제2막을 안겨주는 작품 같아요. 배우 이하늬의 인생에 분기점이 될 작품이에요."
이해영 감독은 영화 '유령'의 '박차경'을 배우 이하늬에 맞추어 설계해나갔다. 평소 캐스팅을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쓰는 편이 아니었지만 '박차경'은 달랐다. 이하늬가 아니면 안 됐다. 그에게서 비롯된 에너지를 '박차경'에게 담아내려고 했고, 그 힘으로 인물을 그려낼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이 감독의 선택은 옳았다. 영화를 보고 나면 대안을 찾을 수 없었다는 그의 말에 더욱 깊이 수긍하게 된다. 이하늬는 영화 '유령'에 꼭 어울리는 인물이었고 '박차경' 그 자체였다.
"이 영화를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어요. 작품도, 캐릭터도, 감독님과 동료 배우들까지 매력적이었죠. '박차경' 역할로 보았을 때는… 톤의 질감이라고 할까요? 그게 참 좋았어요. 근래 제가 하지 않았던 캐릭터라서 반갑기도 했고 '해보고 싶다'는 욕심도 들더라고요."
"'차경'은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재력가 집안에서 태어나 모자람 없이 자랐지만, 사랑하는 사람의 신념을 이어가기 위해 항일 운동에 뛰어들죠. 사람이 살아갈 때는 많은 것에 의미를 부여하잖아요? 자신에게 '모든 의미'인 사람이 한순간 흙으로 돌아가다니. 사랑하는 사람들의 죽음을 목격하며 어떻게 살아갔을까요? 어떻게 자신의 삶을 지탱할 수 있었을까 생각하곤 했어요."
이하늬의 고민으로 '박차경'은 완성되었다. 그는 '박차경'의 눈빛이며 결 하나하나까지 설계하고 인물을 채워나갔다.
"'차경' 연기의 키포인트는 눈빛이라고 여겼어요. 정말 누르고, 누르는데도 안 되어서 (감정이) 비집고 나와야 한다고 생각했죠. 저는 '차경'을 떠올렸을 때 차가운 회색빛이 떠오르더라고요. 하지만 안에는 뜨거운 마그마가 끓고 있는 느낌으로요."
그는 '차경'의 성격이 가장 잘 드러나는 장면을 설명하며 연기적으로도 고난도의 감정을 소화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난영'을 보내고 세면대에 가까스로 기대어 있는 모습은 그야말로 '차경' 같죠. 아주 짧은 장면이었는데도 그랬어요. 아끼는 이가 떠나면 엉엉 우는 게 보통의 감정일 텐데. 그 감정을 꾹 누르면서 우는 모습이 참 그렇더라고요. 연기하는 처지에서는 1차원적으로 감정이 드러나는 게 드라마틱할 수 있겠는데요. '차경'은 외적으로는 모노톤이지만 그 안에 레이어를 차곡차곡 쌓는 작업을 하면서 심적인 괴로움을 느꼈어요. 툭 치면 후루룩 쏟아질 것 같은데 간신히 잡고 잔잔히 찰랑거리게 하는 거. 그 감정을 유지하려고 했어요."
"'차경'에게 중요한 액션 신들이 있는데 그 장면들은 정말 '죽기 살기'라는 느낌으로 찍고 싶었어요. 삶을 놓고, 마치 '결승전'을 치르듯이요. 치고받고 안 되면 머리끄덩이라도 잡겠다는 마음으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임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이 장면들을 소화하려면 아주 강인하고 단단해져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극 중 '쥰지'의 어머니가 말하는 '세한연후지송백지부조 세한연후지송백지부조(歲寒然後知松栢之不彫, 세밑 추위를 지난 뒤에야 소나무·잣나무가 시들지 않음을 안다)'가 이 영화의 정신이라고 여겼고 그에 맞도록 임했죠. 영화의 정신과 핵심을 담아 '차경'의 액션을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맞더라도 계속해서 벌떡 일어나 덤비곤 했죠."
"(유)미진 감독님은 '극한직업'에서 처음 만났어요. 트레이닝을 받을 때 3번 정도 구토한 기억이 있거든요. 무서워서 못 하겠더라고요. 하하하. 그래도 그때 독하게 훈련받아서 그런지 '유령'을 찍을 때 조금 성장한 기분이 들더라고요."
"어떤 말로도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우정, 동지애, 연인… 저는 이 모든 관계, 감정을 '사랑'이라는 말 안에 넣을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 감정을 확장해내려고 했어요. 난영과의 관계를 2023년을 살고 있는 제가 해석하기에는 너무나 웅장하고 버거운 느낌이어서요. 삶과 죽음의 연대를 단순한 수식어로 표현하고 싶지 않았어요. 조금 다른 느낌의 단어가 필요할 거 같아요. 그래서 확장된 버전의 '사랑'이라고 느꼈고요."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그는 영화 '유령'이 자신의 필모그래피에 깊은 흔적을 남길 거라며 남다른 애정을 보이기도 했다.
"인생에는 분기점이 있잖아요? '유령'은 제게 배우로서 제2막을 안겨주는 작품 같아요. 배우 이하늬의 인생에 분기점이 될 작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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