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직장인들 사이에 이른바 '조용한 사직'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서초동 법률사무소와 중견·중소 로펌 등 변호사 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이에 대표변호사들은 '조용한 해고'로 맞서고 있다. 법조계는 MZ세대의 '조용한 사직'이 업무의 질 하락으로 이어지면서 의뢰인과 국민들에 대한 피해로 번질 수 있어 우려하는 분위기다.
'조용한 사직'은 실제 사표를 내는 것이 아니라 조직이나 상사에게 인정을 받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것을 포기하고 정해진 시간과 업무 범위 내에서만 일하는 노동 방식을 뜻하는 신조어다. 회사에 '올인(all-in)'하기보다는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 의식수준을 보여준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초동 법조타운을 중심으로 어쏘들이 서면을 대충 작성하고 퇴근하거나, 퇴근 후나 주말이 되면 휴대폰을 끄고 의뢰인 전화와 SNS 등에 대응하지 않는다는 대표변호사들의 불만이 늘고 있다.
이에 일부 로펌은 '조용한 해고'로 맞서는 분위기다. 조용한 사직에 대응하는 개념인데 실제 직원을 해고하는 방식이 아니라 회사 관리자가 직원에게 커리어 발전 기회를 제공하지 않거나, 핵심 업무를 다른 직원에게 맡기거나, 비합리적인 성과 목표를 제시해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나가게 만드는 방법이다.
로펌업계 '조용한 해고'는 언론의 주목을 받거나 향후 커리어에 도움이 될 만한 핵심 사건들은 열심히 일하는 어쏘에게 맡기는 식으로 이뤄진다. 철저한 근무 평가를 바탕으로 임금에도 차등을 둔다.
B대표변호사는 "지금까지는 어쏘들에게 임금을 동일하게 지급해왔지만 최근 파트너 변호사들과 논의해 매달 어쏘들에 대해 업무 평가를 실시하고 이에 따라 차등적으로 임금을 주기로 결정했다"며 "대표변호사와 파트너 변호사들은 각 사건마다 만들어진 의뢰인과 상담하는 SNS 소통방에 어쏘와 함께 들어가 있기 때문에 업무 평가를 할 만한 지표는 충분하다"고 말했다.
한 부티크 로펌(규모는 작지만 전문성 있는 로펌) 대표변호사는 "어쏘들의 서면을 직접 검토하기 때문에 서면만 읽어봐도 누가 열심히 하고, 누가 대충 일하는지 한눈에 알 수 있다"며 "열심히 일하는 후배에게 좀 더 중요하고 성장에 도움이 될 만한 사건을 맡길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소위 '받는 만큼만 적당히 일한다'는 이 같은 로펌업계 분위기는 고법 부장판사 제도 폐지 이후 야근이 거의 없어진 법관들 근무 경향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법조계는 사건 적체와 재판 지연으로 이어지는 부작용을 막을 대안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법조계 원로인 남문우 변호사(사시 3회)는 "법조인은 정의를 세우고 사회질서를 바로잡는 데 일익을 담당하는 사람으로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며 "개개인의 편안함보다는 국민을 위해 소명의식을 가지고 국민의 법익을 보장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도권 법원 부장판사는 "최근 법원장 추천제가 확대되면서 후배 법관들 눈치를 보며 후배들에게 간섭하지 않는 분위기가 더욱 심각해졌다"며 "법원을 비롯한 법조계 내 '내 할 일만 한다'는 분위기는 결국 국민의 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이건 주말과 밤에 연락을 한 사람이 비정상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