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결과를 두고 야권 내 계파 갈등이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당분간 친이재명(친명)계, 비이재명(비명)계 간 내홍은 불가피하며, 오는 4월 예정된 원내대표 선거에서도 이 구도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원내대표 선거에서 친명계가 아닌 비명계 후보가 선출될 경우 이 대표 체제 지속 가능성에 의문부호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1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는 애초 계획된 일정보다 이른 오는 4월 중하순께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은 당헌에 따라 매년 5월 둘째 주 원내대표를 선출하게 돼있다. 하지만 국민의힘 당 대표와 원내대표 선거에 맞춰 해당 일정을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당 내부에서 힘을 받는 상황이다.
국민의힘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는 오는 8일 예정돼있다. 현 주호영 원내대표의 임기는 4월 7일까지며 내년 4월 총선이 있는 만큼 민주당도 빠르게 지도부를 정비하자는 것이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친명계와 비명계 모두 박홍근 원내대표를 포함한 현 원내지도부가 이 대표를 둘러싼 당내 여론을 제대로 읽지 못한 것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친명계서조차 '새판짜기'에 응하는 모양새다. 압도적인 부결을 낙관한 탓에 비명계 의원들에 대한 설득 부족으로 무더기 이탈표가 발생했다는 지적 때문이다. 한 친명계 중진 의원은 "당연히 (지도부에) 책임이 있다"며 "이 대표를 제외하고 지도부의 인적쇄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비명계는 한발 더 나아가 이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비명계 의원은 "당내 상황이 이러한데 '압도적 부결'을 외치고 있었으니 안타깝다"며 "너무 안일하게 생각한 거 같다. 이 대표와 지도부 모두 내려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이 대표는 "다시 한번 심기일전하겠다"며 사퇴론에 선을 그은 상태다. 민주당 대표실 관계자도 같은 날 "전날 국회 총의로 (체포동의안이) 검찰의 탄압임을 확인했다"며 "이 대표가 따로 거취를 표명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비명계 "차기 원대 선거, 사실상 당 대표 선거"
차기 원내대표 선거 후보군으로는 4선 안규백, 3선 박광온·이원욱·전해철·윤관석·홍익표 의원, 재선 김두관 의원 등이 꼽힌다. 이 가운데 박광온·이원욱·전해철 의원은 비명(비이재명)계로 분류된다.
이번 체포동의안 표결 결과가 비명계에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앞서 가결에 힘을 실은 '이탈표'를 현 체제에 불만을 가진 세력으로 본다면 약 30~40명 정도다. 선거가 계파 간 세력 다툼으로 번지게 된다면 결국 수에서 밀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물밑에서는 '비명 후보 단일화'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친명계에서는 전당대회준비위원회(전준위) 위원장을 맡았던 안규백 의원과 이해찬계로 분류되는 홍익표 의원을 지지하는 분위기다. 이외에 윤관석·김두관 의원은 다른 후보에 비해 계파색이 옅다는 평가다.
체포동의안 표결 직전까지는 차기 원내대표에 홍 의원이 우세하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러나 체포동의안 표결 결과 최대 38표로 분석되는 이탈표가 확인되자 기류가 달라지는 분위기다. 기존 주류였던 친문(친문재인계)와 친낙계(친이낙연)계, SK계(정세균계) 후보들의 당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비명계에서는 차기 원내대표 선거를 사실상 당 대표 선거로 여기는 상황이다. 차기 원내대표는 이 대표가 사퇴하거나 직무가 정지되면 권한대행을 맡게된다. 친명계 중진 의원은 "당연히 이러한 상황에서 차기 원내대표의 역할은 중요하다"며 "임명과 동시에 이재명 대표에게 차기 로드맵을 제시하는 등 당내 혼란을 막고 밑그림을 그리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박홍근, 당내 단합 촉구..."책임추궁, 尹 정권 노리는 함정"
박 원내대표는 같은 날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체포동의안 표결 결과를 두고 "누구 책임인지 따질 때가 아니다. 책임을 추궁하는 건 윤석열 정권이 노리는 함정"이라며 "지금 우리에게 놓인 숙제는 민주당 지도부와 국회의원 모두가 스스로 만든 것이다. 누구 탓을 하기에 앞서 자기부터 성찰하면서 우리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고 적었다.
그는 "윤석열 정권의 정치 탄압을 이겨내기 위한 야당의 조건은 첫째도 둘째도 단합"이라며 "단결된 민주당의 모습을 위해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의원들을 향해서도 "지금은 표결 결과가 누구의 책임 인지를 따져 물을 때가 아니다"라며 "우리끼리 책임을 추궁하며 분열의 늪으로 깊숙이 걸어 들어가는 것이야말로 윤석열 정권이 노리는 함정"이라고 역설했다.
아울러 "민주당의 분열은 민주주의의 위기를 불러온다"며 "민주당의 이름으로 일치단결해 민생과 민주, 평화를 지켜온 역사와 전통을 당당하게 이어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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