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석의 경제 읽어주는 남자] 아이 낳지 않는 나라 …그 우울한 통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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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연구실장
입력 2023-03-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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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



“한국은 세상에서 사라지는 첫 번째 나라가 될 것이다.”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인구전문가 데이비드 콜먼 교수(Prof. David Coleman)가 2006년에 한 말이다. 17년 전에는 눈길도 가지 않던 경고가 지금은 섬뜩하게 들린다. 2022년 한 해 한국 인구는 12만3000명 넘게 감소했고 2021년 약 5만7000명 감소한 것과 비교하면 감소 폭이 두 배 이상이다. 통계청 '장례인구추계'에 따르면 한국 인구는 2070년 약 3700만명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이 낳지 않는 나라
인구가 감소하는 이유는 바로 ‘저출산’이다. 한국 출생자 수는 2015년 약 43만8000명에서 지속해서 감소하여 2022년 24만9000명에 이르렀다. 출생자 수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70년 이래 역대 최저 수준으로 감소한 것이고, 통계청은 앞으로도 감소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저출산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써왔고 다양한 정책을 동원했지만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출산율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다. 합계출산율(total fertility ratio)은 2000년 1.47명에서 추세적으로 하락해 2017년 1.05명을 기록했다. 합계출산율이란 한 여성이 가임기간(15~49세) 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자녀 수를 의미한다. 2018년 1명 기준마저 깨지기 시작했고 2021년 0.81명, 2022년 0.78명으로 매해 저점을 경신하고 있다.
 
저출산 현상을 심각하게 판단한 정부는 국무조정실 주최하에 '2022년 청년 삶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청년층은 ‘결혼을 당연히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있으며, 출산하고자 하는 마음은 더욱이나 작았다. 결혼 계획이 있다고 밝힌 청년은 75.3%에 달했지만 출산 의향이 있는 청년은 63.3%에 그쳤다. 특히 여성은 결혼 계획과 출산 의향이 남성보다 월등히 낮게 나타나 육아나 경력 단절 우려 등이 결혼과 출산을 선호하지 않게 만드는 요인임을 가늠할 수 있겠다.
 
 

[자료= (왼)통계청, (오)국무조정실]


한국은 세계적으로도 저출산 국가에 속한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OECD 국가 중에서도 가장 낮고, 세계적으로도 227개국(세계 평균 2.54명) 중 226위로 최저 수준에 해당한다. 합계출산율은 출산력 수준 비교를 위해 대표적으로 활용되는 지표이기도 하다. 1.58명인 OECD 회원국 평균 합계출산율에도 크게 못 미칠 뿐만 아니라 36위인 이탈리아(1.24명)와도 큰 차이가 난다.
 
저출산은 저출산을 초래한다. 2020년 약 64만명의 출생자가 향후 결혼하고 아이를 출산하는 수와 2022년 약 25만명의 출생자가 향후 출산하는 아이의 수는 분명 다를 것이다. 출산율이 유지된다고 가정할 때도 절대적인 출생자가 급감할 것으로 가늠해 볼 수 있지만 출산율마저 하락하고 있으므로 사태는 매우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 더욱이 출산하지 않는 문화가 마치 새로운 표준(new normal)으로 정립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해결하기 쉬운 과제가 아님을 인식해야 할 시점이다. 저출산이 왜 한국 사회를 설명해 주는 하나의 현상으로 고착화되었는지 경제적인 요인들을 손꼽아 봐야 한다.
 
‘텅장’과 ‘가질 수 없는 집’
‘텅장’은 텅 빈 통장이라는 뜻으로, 잔액이 얼마 남지 않은 통장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월급은 늘지 않는데 이자 상환 부담은 커져만 가고, 뗄 것 다 떼니 통장은 텅 빌 수밖에. 심지어 2022년부터 본격화한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명목소득과 실질소득 간에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명목소득은 통장에 찍힌 소득 그 자체를 말하고, 실질소득은 물가 상승분을 반영한 구매력을 말한다. 1년 전 1만원으로 사과를 10개 살 수 있었다면 1년이 지난 지금 같은 1만원으로 사과를 10개 살 수 없음을 뜻한다.
 
‘쥐꼬리만 한 월급’으로 ‘신혼집 마련’이란 상상 속에만 존재하고, 결혼은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일이 된다. PIR(Price Income Ratio·가구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이 서울 중소득층에게 약 12배에 달한다. PIR가 12배라는 것은 12년 동안 소득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두 모아야 집 한 채를 살 수 있다는 의미다. 서울에서 집을 사려면 평범한 직장인이 돈을 한 푼도 안 쓰고 다 모아도 약 12년이 걸린다. 2020~2021년 집값이 폭등하면서 약 19.0년으로 늘어났다가 그나마 2023년 들어 집값이 조정되면서 줄어든 것이다.
 
고소득층이야 몇 년이면 집을 살 수 있지만 저소득층은 평생을 살아도 기회가 없기도 하다. 소득수준을 5분위로 구분했을 때 고소득층 5분위 가구는 PIR가 약 5.4배지만 저소득층 1분위 가구는 약 31.7배에 달한다. 소득을 32년 동안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을 수도 없겠거니와 32년 후 지금 집값이 그대로라는 법이 어디 있겠는가?

 

[자료 = (왼) 통계청, (오) KB국민은행]


교육에 목매는 사회
신혼집이라는 산을 넘어도, 교육이라는 또 다른 산이 버티고 있다. 가난을 대물림하지 않겠다는 심정으로 교육은 흙수저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신분 사다리라고 믿고 있다. 금수저가 쏟아붓는 교육비만큼 자녀에게 베풀어줘야 한다는 마음이 중산층 부모의 믿음이다.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022년 약 41만원에 이르렀고, 소득수준별로 최선을 다해 사교육비를 지출하고 있다. 출산과 양육에 따른 경제적 지출뿐만 아니라 한시적으로 일을 포기하거나 경력 단절 등을 고려하면 그 부담은 이루 헤아리기조차 어렵다. 

 

[자료 = 통계청]


 
저출산,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결혼과 출산을 꺼리는 현상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적 문제다. 출산하지 않는 삶이 출산하는 삶보다 경쟁력 있는 사회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저출산 현상은 출산이 주는 경제적 부담이 가중한 사회에서 나타나는 것이다. 출산의 부담을 가볍게 하는 방향으로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신혼부부를 위한 주택 공급을 확대하고, 청년의 신혼집 마련을 위한 정책금융 등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한편 공교육을 정상화하고, 사교육이 경쟁이 아닌 선택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교육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
 
저출산 현상이 피할 수 없는 일이라면 순응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저출산·고령화·인구 감소로 야기될 한국 사회의 다양한 숙제들이 있다. 국민연금, 지방 소멸, 대학 소멸, 노동력 부족 등과 같은 과제들을 미루면 안 된다. 그런 과제가 멀리 있다 여기고 뒷전으로 미룬다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야만 한다. 저출산은 이미 닥친 일이고, 저출산 사회에 나타날 과제들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어떻게 순응해야 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김광석 필자 주요 이력

△한양대 겸임교수 △전 삼정KPM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 △전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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