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합의는 한·일 관계 정상화를 추진하는 윤 대통령의 첫 가시적 성과물로 평가된다. 한·일 관계는 2018년 10~11월 일본 전범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우리 대법원의 강제동원 피해배상 판결 이후 급속도로 악화됐다.
당시 일본 정부는 “강제동원 피해배상 등 문제는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 체결 당시 한국 측에 제공한 총 5억 달러 상당의 유·무상 경제협력을 통해 모두 해결됐다”고 주장하며 우리 대법원 판결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특히 일본 정부는 강제동원 피해배상 판결에 따른 보복 차원에서 2019년 7월부터 불화수소 등 3개 품목을 대상으로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강화 조치를 시행했다. 일본은 같은 해 8월에는 화이트리스트에서도 한국을 배제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한·일 정상회담을 위해 일본 도쿄를 찾은 이날 양국 정부의 합의는 경색된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모멘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당장 한·일 정부는 수출 절차 간소화 혜택을 주는 백색국가 리스트인 화이트리스트 조치에 대해 조속한 원상회복이 되도록 긴밀히 논의해 나가기로 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한·일 경제협력의 가시적 성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9년 수출규제 이후 우리 정부의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산업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으로 경쟁력이 빠르게 강화해 자립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에 양국 소부장 협력이 정상화하더라도 예전만큼 일본의 혜택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더구나 화이트리스트 원상회복에는 다소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일본은 우리나라 대통령령에 해당하는 정령을 각의에서 의결해야 하고, 우리는 산업부 고시 개정 절차를 밟아야 한다"며 "의견 수렴 절차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 한·일 관계 개선 계기에 北, 무력시위
이 같은 한·일 정부의 관계 개선은 한국과 미국, 일본 등이 실질적인 협력을 통해 글로벌 공급망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도체 공급망 내 각국의 강점을 활용해 한·미·일 3국이 상호보완적인 협력 분야를 발굴해 나간다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윤 대통령의 생각이다.이를 토대로 한·미·일 3국은 안보 문제에 대해서도 협력을 강화한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한·미 확장억제 실행력 강화와 함께 한·미‘일 3국간 안보협력을 더 포괄적이고 전략적으로 심화해 나갈 계획이다.
하지만 외교 전문가들은 한·미·일 3국이 북한을 더욱 압박하면서 북한이 무력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고 보고 있다.
실제 한·일 정상회담에 맞춰 북한은 16일 새벽 장거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했다. 윤 대통령이 일본 도쿄로 향하기 약 3시간 전이다.
‘화성-17형’일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 미사일은 정상각도(30∼45도)보다 높은 고각으로 발사돼 약 1000㎞를 비행한 뒤 동해상에 탄착했다.
군 관계자는 “지난 9일부터 2∼3일 간격으로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는데 오늘 날짜를 선택한 것은 윤 대통령의 방일을 겨냥해 강한 불만을 표출하는 의도도 있지 않았을까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일본 출국 직전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에 참석해 “북한의 무모한 도발은 분명한 대가를 치를 것”이라며 이에 대응해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를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일본 도쿄의 숙소에 도착한 직후에도 현장에 설치된 상황실을 방문해 화상회의를 열고 상황을 점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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