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업종이 새로운 증시 주도주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삼성전자는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발(發) 호재에 힘입어 14개월 만에 '7만전자'를 탈환했다. 외국인의 수급도 몰리면서 '셀 인 메이(Sell in May·5월엔 팔아라)' 우려도 극복하는 모습이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6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2.18% 오른 7만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 삼성전자가 7만원을 뛰어넘은 건 지난해 3월 29일(7만200원) 이후 처음이다. 장 중에는 2.33% 오른 7만400원까지 오르며 이틀 연속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전날 6% 가까이 올랐던 SK하이닉스는 이날도 5.51% 상승한 10만9200원에 마감했다. 장중에는 6.76% 오른 11만500원으로 52주 신고가를 새로 썼다. 이 외에 DB하이텍(4.06%), 제주반도체(3.99%) 등 다른 반도체 업체들의 주가도 함께 올랐다.
국내 반도체주가 동반 오름세를 보인 건 앞선 미국 뉴욕증시에서 엔비디아가 강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엔비디아는 '가이던스 서프라이즈'(깜짝 실적 전망치)를 발표해 지난 24일(현지시간) 뉴욕 증시 시간 외 거래에서 27%가량 폭등한 후 이어진 정규장에서도 24% 이상 급등했다.
국내 시장에선 반도체 업종이 이차전지 업종의 뒤를 이어 주도주에 등극하는 분위기다. 유안타증권은 지난 25일 반도체업종이 5월 월간 6.6% 상승해 국내 증시 상승 전체의 77%에 기여했다고 밝혔다. 타 업종 대비 압도적인 성과를 낸 것이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반도체 업종은 이달(전날 기준)에 6.6% 올라 국내 주가 상승 전체의 77%에 기여했고, 업종별로 보면 외국인 투자자는 반도체 업종만 10조원 가까이 사들였다. 외국인투자자는 올해 들어 지난 26일까지 삼성전자 9조8146억원, SK하이닉스 1조1149억원 순매수 했다.
증권가에서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하이투자증권은 26일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기존 8만4000원에서 9만5000원으로 상향 조정하고 SK하이닉스의 목표가 역시 11만원에서 12만7000원으로 높여 잡았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두 종목과 관련된 보고서에서 "지난 3월 이후 PC 고객과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의 메모리 반도체 주문이 회복 중"이라며 "현재 거의 모든 경기 선행 지표들이 상승 반전한 상황으로 올해 3분기 하순 이후 반도체 주문 등의 증가가 본격화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두 대형주 뿐만 아니라 반도체 전반적으로 엔비디아발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증권은 한미반도체를 엔비디아의 수혜주라고 꼽았다.
엔비디아가 개발한 AI용 반도체 H100에는 인공지능 연산에 필요한 고대역폭메모리(HBM)가 탑재돼 있는데, 한미반도체는 이를 생산하기 위한 후공정장비를 보유하고 있다. 딥러닝 구현을 위한 AI GPU와 관련된 HBM 수요는 더욱 증가하는 추세다.
곽민정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일본 장비 업체들도 인공지능(AI) 관련한 어드밴스드 패키징을 구현하기 위한 장비와 소재를 출시하고 있다"며 "HBM 공정에 사용되는 한미반도체 TSV-TC 본딩 장비에 대한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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