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도 모르는 육아휴직, 써도 되나요"...근로자 중 절반이 막연한 두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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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소희 기자
입력 2023-06-1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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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근로자 '신청'보다 사업주 '안내'가 앞서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지난해 A씨는 육아휴직 신청을 앞두고 회사에 문의하기 전에 외부 상담센터부터 방문했다. 직장 내에 육아휴직 사용 전례가 없었을 뿐더러 사내에 인사 담당부서도 딱히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서울시동부권직장맘지원센터를 찾은 근로자 중 절반이 A씨처럼 육아휴직 인식이 저조한 사내 문화 탓에 막연한 불안감을 겪고 제도 사용을 주저하고 있었다.

사업체 10곳 중 1곳이 '육아휴직 제도'에 대해 '모른다'고 답하는 등 모·부성보호제도에 대한 사업주의 저조한 인식이 원활한 제도 사용에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제도 사용 자체가 근로자에게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제도를 미리 알릴 의무를 법으로 규정하자는 의견이 나온다.
 
12일 국회입법조사처의 허민숙 보건복지여성팀 입법조사관은 '사업주·근로자의 모·부성보호제도 인지율 제고 입법과제' 연구보고서를 통해 "근로자의 모·부성보호제도 등에 대한 법률적 정비가 상당 수준 개선된 반면 사업체 규모가 작을수록 제도 자체에 대한 인지율은 높지 않은 점이 확인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사업체 10곳 중 1곳은 육아휴직 제도 자체를 모르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각 사업체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육아휴직 제도에 대한 인식을 물어본 결과 '모른다'고 답한 비율이 13.5%에 달했다. 낮은 인식은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더 저조했다. 100인 이상 기업에서 육아휴직 제도를 '모른다'고 응답한 비율은 0%에 가까운 반면 29인 이하 기업들은 약 14% 이상이 '모른다'고 응답했다.
 
비교적 잘 알려진 육아휴직 제도에 비해 다른 모·부성보호제도에 대한 인식은 더 저조했다. 배우자 출산휴가제도를 모른다고 답한 비율은 18.7%,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제도는 15.2%, 난임치료휴가 제도는 46.4%였다.
 
문제는 사업주의 저조한 인식이 근로자의 원활한 제도 사용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서울시동부권직장맘지원센터를 찾은 근로자 중 59.5%가 제도를 사용하기에 앞서 사업주와의 분쟁을 우려해 상담을 요청했다. 제도 사용 자체가 장벽으로 작용해 출산전후 휴가와 육아휴직 등을 강행법규로 규정한 근로기준법 제74조 및 남녀고용평등법의 취지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허 조사관은 "사업주로부터 권리를 안내받기보다는 되레 사업주에게 제도를 설명해야 하는 부담까지 떠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은 육아휴직 면담까지 의무화..."소규모 사업장도 인식 제고해야"
미국·일본 등 해외에서는 근로자가 신청하기에 앞서 사업주가 미리 권리를 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미국 '유급가족휴가법'은 사업주가 '유급휴가제도'에 대한 지침서를 반드시 근로자에게 제공하도록 한다. 일본은 사업주에게 근로자나 그의 배우자가 임신 및 출산한 사실을 알리는 경우 해당 근로자에게 육아휴직 관련 제도를 알리고, 제도 사용을 위한 면담 등 조치를 취할 의무를 규정한다. 

현행 근로기준법 제17조는 사업주가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 근로시간, 휴일 등 근로자에게 명시해야 할 사항을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에 육아 휴직 등 관련 제도를 추가하자는 제언이 나왔다. 소규모 사업장까지 모·부성보호제도에 대한 인식의 사각지대를 없애자는 취지다. 허 조사관은 "근로계약 단계에서 사용자와 근로자 모두 모부성보호제도 및 가족돌봄제도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면 제도 사용 활성화와 분쟁 예방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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