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자 14명이 발생한 청주 오송 궁평 제2지하차도 침수 사고와 관련해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 가운데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이 적용될지 관심이 쏠린다. 법조계에선 이번 참사는 사실상 관재(官災)로, 중처법상 공중이용시설에 대한 관리 결함에 해당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중대시민재해 조항이 적용되는 첫 사례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고 방재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임시제방·지하차도 통제 미흡···중대재해법상 ‘관리상 결함’ 가능성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충북경찰청은 수사관 88명으로 구성된 수사본부를 조직하고 충청북도와 청주시, 흥덕구 등 지방자치단체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금강홍수통제소 등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경찰은 차도를 포함한 도로와 제방 관리에서 과실 등 문제가 있었다고 판단되면 관련 공무원들을 업무상 과실치시상 혐의를 적용해 입건하고 사법 처리할 방침이다. 특히 수사본부는 중처법상 중대시민재해에 해당하는지 법리 검토에도 나선 상황이다.
형법에서 업무상 과실치사 형량은 2년 이하 금고나 700만원 이하 벌금형이다. 2020년 7월 발생한 부산 동구 초량 지하차도 침수사고에서는 현장 조치 매뉴얼을 준수하지 않은 혐의(업무상 과실치사 등)로 공무원 11명이 기소돼 1심에서 각각 벌금 200만원~금고 1년 2월 형을 선고받았다. 반면 중대시민재해로 의율되면 책임자에게 1년 이상 징역이나 10억원 이하 벌금형 등 훨씬 무거운 처벌이 내려지게 된다.
중처법상 중대재해는 중대산업재해와 중대시민재해로 구분된다. 중대시민재해는 공중이용시설 등 설계·제조·설치·관리상 결함을 원인으로 재해가 발생했을 때 적용된다. 해당 공중이용시설을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공공기관·지방공기업의 장, 지자체장은 물론 중앙행정기관의 장에게도 형사 책임을 묻도록 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홍수나 호우 같은 ‘자연재난’은 중대재해에 해당하지 않지만 공중이용시설 관리 결함과 자연재난이 중첩 작용해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에는 중대시민재해에 해당할 수 있다. 공작물과 영조물 책임에 관련한 판례와 마찬가지로 이번 사건에서 중처법 위반 혐의가 적용된다면 유사 법리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김익현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사고가 천재지변 성격이 동반됐지만 중대시민재해로 처벌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차로 등 공중이용시설 관리 결함과 임시제방 등 설치·관리 등과 관련해 기관과 지자체 책임이 중점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은 미호강교 부근에 설치된 임시제방과 궁평 제2지하차도 부실 관리 여부를 우선적으로 확인할 방침이다. 경찰은 이미 참사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된 미호강 제방 유실과 관련한 1차 감식을 마친 상태다. 국가하천의 임시제방도 중대시민재해의 공중이용시설에 해당한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미호강은 하천법에 따라 ‘국가하천’으로 분류된다.
백승주 열린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공사를 위해 기존 제방을 끊은 구간에 대해 임시제방을 쌓은 것인데 이미 그 자체로 공공의 안전을 위한 시설이 되고 중대시민재해상 공중이용시설로도 충분히 볼 수 있다. 임시제방이라도 모래 주머니나 기본 골절을 쌓고 유실방지망 정도는 조치했어야 하는 것이 맞다”고 평가했다. 제방 관리와 관련해서는 지자체와 행복청 측 대응이 적절했는지가 문제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사건이 발생한 차도 400m 밖에는 미호강교를 확장하는 공사(오송~청주 도로 확장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폭우를 앞두고 공사 책임기관인 행복청의 임시제방 관리가 부실했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는 데다 자연 제방을 허물고 쌓은 제방 높이도 인근 제방보다 낮아 관련 수사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백 교수는 “금강홍수통제소도 제방 관리 책임이 있을 수 있다”면서 “흥덕구청에 전화로 경고를 통보한 상황만 보면 임시제방 축조 과정에서 유실될 가능성에 대해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상당수 사상자가 발생한 궁평 제2지하차도 역시 중처법 시행령 3조 2호 등에 근거한 공중이용시설로 분류될 수 있다. 교통통제 미흡 등 중대재해법상 공중이용시설의 ‘관리상 결함’과 관련해 시·구청 등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조사도 중점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금강홍수통제소가 사고 발생 4시간 30분 전 미호강교 인근에 대한 홍수 경보 재난 문자를 발송하고, 긴급통제를 요청하는 112신고가 이뤄졌음에도 도로 통제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참사 원인이 지자체의 관리상 결함에 해당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염건웅 유원대 경찰소방행정학과 교수는 “이번 터널 침수 사고는 교통통제를 제때 하지 않아 공중이용시설 관리상 결함으로 사망자가 발생했기 때문에 중대시민재해에 해당할 수 있고 관련자도 중처법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재난 예방체계 구축과 관리 조치 여부도 ‘쟁점’
재해 예방에 필요한 안전관리체계 구축 여부와 해당 매뉴얼에 기반한 관리 조치를 얼마나 준수했는지도 향후 수사에서 중요하게 다뤄질 부분이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2020년 부산지하차도 사고 후 행정안전부를 중심으로 관련 매뉴얼이 나왔고 심지어 침수 직전엔 사전 경고도 있었는데 대응과 시행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일반적으로 영조물 등에 대한 관리 책임에 대해서는 업무상 관리치사상 혐의를 적용해 처벌했지만 이번에는 중대시민재해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도 매우 높다”고 말했다.
염 교수도 “기본적으로 행안부도 관리 매뉴얼을 만들었고 지자체 수준에서도 대응 매뉴얼은 준비하고 있을 것”이라면서도 “결국 실질적인 관리 체계 구축 여부와 함께 매뉴얼 준수 여부 등이 수사에서 중요한 사항으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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