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위기를 맞은 평범한 인물 그리고 그 균열을 인간미와 유머로 채우는 건 배우 하정우의 장기다. 이른바 '단짠'(달고 짜다)으로 불리는 감정 연기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소화해 내는 하정우는 보다 많은 관객이 공감할 수 있게끔 만든다.
영화 '비공식작전'(감독 김성훈)은 하정우의 장기가 잘 드러나는 작품이다. 1987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레바논에서 실종된 외교관을 구출하기 위해 떠난 '외교관'과 한국인 '택시기사'의 공조를 담은 이 작품은 실화를 기반으로 휴머니즘, 서스펜스, 유머를 조화롭게 엮어냈다.
"김성훈 감독님과는 '코드'가 잘 맞아요. 영화적 취향이 비슷하다고 할까요? 어떤 위기 상황 속 인물이 가지는 삶의 태도가 (취향에) 가까워요. '터널' 같은 경우 주인공이 고립되어 있으나 그 안에서 여유를 찾으려고 하잖아요. 일종의 생존 방식이죠. 감독님도 그래요. 마냥 우울하거나 슬퍼하지 않고 적응하고 살아보려고 하는 모습. 우리가 좋아하는 (영화의) '취향'이죠."
올여름은 정말이지 치열했다. '1000억 전쟁'이라고 불릴 정도로 대작 영화가 우수수 개봉했고 관객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경쟁을 펼쳤다. 하정우는 "영화 개봉은 매번 부담"이라며 성적에 대한 부담을 드러내기도 했다.
"어느 정도 '도달하면 좋겠다'라는 수치는 있죠. 사실 영화 '미션 임파서블7'의 활약을 기대했는데요. (저조한) 관객수를 보고 숨이 턱 막혔어요. '비가 와서 그런가' '오늘 무슨 일이 있나' 오만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우리 영화에 대한 믿음과 확신을 하고 촬영했지만, 개봉을 앞두고는 긴장되네요. 웃음과 감동이 잘 배치된 영화니, 많이 봐주시면 좋겠어요."
하정우는 극 중 외교관 '이민준' 역을 맡았다. 중동과에서 5년째 근무 중인 '민준'은 실종된 외교관의 생존 신호를 받고 비공식작전에 자원하게 된다.
"'민준'은 희·비극적인 표현이 가능한 캐릭터라서 좋아요. 처음 감독님께서 이 캐릭터를 만들 때는 꽉 채워놓지 않으셨어요. 배우 하정우가 들어갈 수 있는 공간, 여유를 주셨죠. 제 해석이 제일 재밌고 정답이란 의미는 아니에요. 그저 제가 들어갔을 때 찾아보고 고민해 볼 구석이 있다는 게 좋았던 거예요. 감독님과 끝까지 만들어 볼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거니까요. 물론 감독님이 제 사용 설명서를 아셔서 더 돋보이게 해준 것도 있었고요. '터널' 때도 지금도 감독님의 손을 탔죠."
영화 '비공식작전'을 대하는 하정우의 태도는 남달랐다. 김성훈 감독은 본지와 인터뷰에서 "하정우씨는 전작도 함께했지만 '이 정도로 적극적이었나?' 싶도록 열심히 했다. 리딩할 때도 자기 대사뿐만 아니라 모든 배역을 읽으면서 연기하더라. 과거에 보았던 접근 방법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전작들과 다른 접근 방식을 가진 이유를 묻자 "새로운 발견이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 작품은 외국 배우들이 많아서요. 리딩에 전부 참여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겨요. 그래서 제가 일인다역을 한 거예요. 그런데 하다 보니 새롭게 발견되는 부분이 있더라고요. 어느 부분의 템포가 처진다, 중복된다고 하는 걸 잡으니까, 지문까지 읽으면서 그런 점들을 찾아내고 도움을 드리려고 한 거죠."
'판수' 역을 맡은 주지훈과의 케미스트리도 영화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그러나 영화 '신과함께' 등으로 호흡을 맞춘 이력과 절친한 사이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하다 보니 "신선하지 않은 캐스팅"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많은 분이 '신과함께' 시리즈를 보셨잖아요. '강림' '해원맥'의 잔상도 있으실 거예요. 기시감이 엄청나실 수도 있죠. 그렇다고 해도 김성훈 감독이 정해놓은 스토리 안에서 그런 점들을 의식하며 연기할 수는 없어요. 주연 배우로서 작품이 계속 쌓이다 보면 그런 이야기는 계속 따라올 수밖에 없죠. 평생의 숙제예요. 그 부담에 갇혀서 방해받으면 안 되니까. 숙제는 평생 풀어가야 할 부분이겠죠. 작품 안에서는 발목 잡혀서는 안 돼요. 본질에 집중하면 관객들도 그걸 봐주시지 않을까요?"
영화 속 하이라이트 신인 카체이싱에 관해서도 언급했다. 레바논 무장단체와 들개에게 쫓기는 장면으로 긴장감 넘치는 추격전을 연출했다.
"아주 '핫'한 신이었죠. 그게 마지막까지 고민이 많았던 신이었어요. 처음에는 모로코에서 찍으려고 했는데. 한국 개들을 (촬영지로) 데려가는 게 통관, 비용 문제가 있더라고요. 현지 산맥 근처에서 야간 신을 찍는 것도 거의 불가능이었죠. 그래서 한국에서 찍기로 하고 평택에서 촬영했어요. 잘 조련된 개들이었는데도 오래 찍다 보니 여러 일들이 많았어요. 촬영에 지친 개들이 도망가거나 하는 일촉즉발의 순간도 지나가고. 하하. 다채로웠죠."
하정우는 영화 '클로젯' 이후 오랜만에 스크린에 복귀, 관객들과 만났다. 올해 '비공식작전'을 시작으로 미뤄두었던 작품들이 다수 개봉할 예정. 당장 '보스턴 1947' '야행'이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해당 작품을 순차적으로 공개한 뒤에는 감독작을 선보인다. 로비 골프 난장 소동을 담은 영화 '로비'다. '롤러코스터' '허삼관' 이후 세 번째 연출작. 현재 막바지 캐스팅 단계로 오는 9월 크랭크인을 앞두고 있다.
"'롤러코스터'는 순수하게 접근했어요. '만들고 싶다, 찍고 싶다'가 전부였죠. 근데 '허삼관'에 대한 마음은 '이 영화로 스코어를 내고 싶다, 상업영화로 성공하고 싶다'였어요. 진심으로 만들었지만, 순수하진 못했죠. 그런 의미에서 '로비'는 '롤러코스터'에 가까워요. 최대한 순수하게, 비즈니스보단 작품을 생각하려고 하죠. 쉽지는 않아요. 영화 작업이라는 게 잡힐 듯, 잡히지 않더라고요. 누굴 사랑하는 마음처럼요. 그래서 놀랍고, 제 피를 계속 끓게 해요. 이 일을 완전히 그만두지 않는 이상 영화를 소유하고, 이뤄내고 싶은 마음은 계속 커지지 않을까요?"
영화 '비공식작전'(감독 김성훈)은 하정우의 장기가 잘 드러나는 작품이다. 1987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레바논에서 실종된 외교관을 구출하기 위해 떠난 '외교관'과 한국인 '택시기사'의 공조를 담은 이 작품은 실화를 기반으로 휴머니즘, 서스펜스, 유머를 조화롭게 엮어냈다.
"김성훈 감독님과는 '코드'가 잘 맞아요. 영화적 취향이 비슷하다고 할까요? 어떤 위기 상황 속 인물이 가지는 삶의 태도가 (취향에) 가까워요. '터널' 같은 경우 주인공이 고립되어 있으나 그 안에서 여유를 찾으려고 하잖아요. 일종의 생존 방식이죠. 감독님도 그래요. 마냥 우울하거나 슬퍼하지 않고 적응하고 살아보려고 하는 모습. 우리가 좋아하는 (영화의) '취향'이죠."
올여름은 정말이지 치열했다. '1000억 전쟁'이라고 불릴 정도로 대작 영화가 우수수 개봉했고 관객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경쟁을 펼쳤다. 하정우는 "영화 개봉은 매번 부담"이라며 성적에 대한 부담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정우는 극 중 외교관 '이민준' 역을 맡았다. 중동과에서 5년째 근무 중인 '민준'은 실종된 외교관의 생존 신호를 받고 비공식작전에 자원하게 된다.
"'민준'은 희·비극적인 표현이 가능한 캐릭터라서 좋아요. 처음 감독님께서 이 캐릭터를 만들 때는 꽉 채워놓지 않으셨어요. 배우 하정우가 들어갈 수 있는 공간, 여유를 주셨죠. 제 해석이 제일 재밌고 정답이란 의미는 아니에요. 그저 제가 들어갔을 때 찾아보고 고민해 볼 구석이 있다는 게 좋았던 거예요. 감독님과 끝까지 만들어 볼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거니까요. 물론 감독님이 제 사용 설명서를 아셔서 더 돋보이게 해준 것도 있었고요. '터널' 때도 지금도 감독님의 손을 탔죠."
영화 '비공식작전'을 대하는 하정우의 태도는 남달랐다. 김성훈 감독은 본지와 인터뷰에서 "하정우씨는 전작도 함께했지만 '이 정도로 적극적이었나?' 싶도록 열심히 했다. 리딩할 때도 자기 대사뿐만 아니라 모든 배역을 읽으면서 연기하더라. 과거에 보았던 접근 방법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전작들과 다른 접근 방식을 가진 이유를 묻자 "새로운 발견이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 작품은 외국 배우들이 많아서요. 리딩에 전부 참여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겨요. 그래서 제가 일인다역을 한 거예요. 그런데 하다 보니 새롭게 발견되는 부분이 있더라고요. 어느 부분의 템포가 처진다, 중복된다고 하는 걸 잡으니까, 지문까지 읽으면서 그런 점들을 찾아내고 도움을 드리려고 한 거죠."
'판수' 역을 맡은 주지훈과의 케미스트리도 영화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그러나 영화 '신과함께' 등으로 호흡을 맞춘 이력과 절친한 사이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하다 보니 "신선하지 않은 캐스팅"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많은 분이 '신과함께' 시리즈를 보셨잖아요. '강림' '해원맥'의 잔상도 있으실 거예요. 기시감이 엄청나실 수도 있죠. 그렇다고 해도 김성훈 감독이 정해놓은 스토리 안에서 그런 점들을 의식하며 연기할 수는 없어요. 주연 배우로서 작품이 계속 쌓이다 보면 그런 이야기는 계속 따라올 수밖에 없죠. 평생의 숙제예요. 그 부담에 갇혀서 방해받으면 안 되니까. 숙제는 평생 풀어가야 할 부분이겠죠. 작품 안에서는 발목 잡혀서는 안 돼요. 본질에 집중하면 관객들도 그걸 봐주시지 않을까요?"
영화 속 하이라이트 신인 카체이싱에 관해서도 언급했다. 레바논 무장단체와 들개에게 쫓기는 장면으로 긴장감 넘치는 추격전을 연출했다.
"아주 '핫'한 신이었죠. 그게 마지막까지 고민이 많았던 신이었어요. 처음에는 모로코에서 찍으려고 했는데. 한국 개들을 (촬영지로) 데려가는 게 통관, 비용 문제가 있더라고요. 현지 산맥 근처에서 야간 신을 찍는 것도 거의 불가능이었죠. 그래서 한국에서 찍기로 하고 평택에서 촬영했어요. 잘 조련된 개들이었는데도 오래 찍다 보니 여러 일들이 많았어요. 촬영에 지친 개들이 도망가거나 하는 일촉즉발의 순간도 지나가고. 하하. 다채로웠죠."
하정우는 영화 '클로젯' 이후 오랜만에 스크린에 복귀, 관객들과 만났다. 올해 '비공식작전'을 시작으로 미뤄두었던 작품들이 다수 개봉할 예정. 당장 '보스턴 1947' '야행'이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해당 작품을 순차적으로 공개한 뒤에는 감독작을 선보인다. 로비 골프 난장 소동을 담은 영화 '로비'다. '롤러코스터' '허삼관' 이후 세 번째 연출작. 현재 막바지 캐스팅 단계로 오는 9월 크랭크인을 앞두고 있다.
"'롤러코스터'는 순수하게 접근했어요. '만들고 싶다, 찍고 싶다'가 전부였죠. 근데 '허삼관'에 대한 마음은 '이 영화로 스코어를 내고 싶다, 상업영화로 성공하고 싶다'였어요. 진심으로 만들었지만, 순수하진 못했죠. 그런 의미에서 '로비'는 '롤러코스터'에 가까워요. 최대한 순수하게, 비즈니스보단 작품을 생각하려고 하죠. 쉽지는 않아요. 영화 작업이라는 게 잡힐 듯, 잡히지 않더라고요. 누굴 사랑하는 마음처럼요. 그래서 놀랍고, 제 피를 계속 끓게 해요. 이 일을 완전히 그만두지 않는 이상 영화를 소유하고, 이뤄내고 싶은 마음은 계속 커지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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