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중증장애인 생산품 생산시설이 직접 생산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영업정지 처분을 내린 데 대해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장애인 근로자 안전을 위해 생산공정 일부를 부득이하게 외주로 납품한 사정을 감안하지 않고 기계적으로 행정처분을 내린 것은 재량권 남용이라는 게 법원 판단이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제14부(재판장 송각엽)는 최근 사단법인 한국신체장애인복지회(이하 장애인복지회)가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중증장애인 생산품 생산시설에 대한 ‘지정취소 및 영업정지 처분’ 취소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복지부가 항소하지 않아 판결은 지난 19일 최종 확정됐다.
복지부는 지난해 2월 장애인복지회 분사무소인 A봉제사업부가 군이 사용하는 전투복과 방상내피를 외주 형식으로 방위사업청 등에 납품했다며 시설 개선명령과 함께 중증장애인 생산품 생산시설에 대한 지정취소 처분을 명령했다.
이어 또 다른 분사무소인 충북 B재활공장에 대해서도 케이블 보호판을 직접 생산하지 않고 외주를 통해 납품했다는 이유로 같은 해 2월부터 3개월간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다. 중증장애인생산품법 시행령 16조는 중증장애인 생산품 생산시설로 지정받기 위한 요건으로 생산품 직접 생산이나 서비스 제공 과정 시 참여해야 하는 장애인 근로자의 일정 수와 총 근로시간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법원은 장애인 근로자 안전 등을 위해 생산 일부를 위탁한 사정을 감안할 때 충북 재활공장에 대한 보건복지부의 영업정지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한 위법한 처분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공장 압출기 고장으로 생산이 중단되자 장애인 근로자 안전을 고려하고 납품기일을 준수하기 위해 생산공정 중 일부 공정을 다른 외주업체에 위탁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경위에 비춰보면 원고 측 행위가 중증장애인 생산품법령 입법 취지를 크게 훼손하거나 비난 가능성이 높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영업정지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하거나 남용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영업정지와 지정취소 처분을 받은 두 사업소는 중증장애인생산품법 등에 근거해 복지부에서 지정받은 중증장애인 생산품 생산시설이다.
법원은 A봉제사업부가 직접 생산의무를 위반했다는 복지부 측 판단도 옳지 않다고 봤다. 재판부는 “처분의 적법성에 대한 입증책임은 처분 청인 복지부에 있다”며 “복지부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봉제사업부가 전투복에 대하여 관계 법령상 허용되지 않는 하청 생산을 해 직접 생산의무를 위반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봉제사업부가 완제품을 구매한 것이 아니라 직접생산 확인기준에 의해 외주가 허용되는 공정인 ‘원단 구입’과 ‘소매 제작’ 등을 위탁한 것일 가능성이 상당하다”며 “직접 생산의무 위반을 전제로 한 지정취소 처분은 위법해 취소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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