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그린워싱’에 대한 새 가이드라인을 꺼내든 가운데, 환경단체의 문제 제기 가능성이 커지면서 향후 관련 법적 분쟁이 증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국내 기업이 해외 사례를 참고해 그린워싱(green+white washing:녹색분칠)과 관련한 법적 리스크에 미리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법조계 제언이다.
가이드라인 마련 통한 규제 시동 속도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환경부가 최근 공개한 가이드라인이 개정 중인 그린워싱 규제 법령의 판단 기준으로 활용될 소지가 높다. 그린워싱에 대한 지침을 구체화한 후, 당국의 규제 근거로 활용하는 해외 사례를 동일하게 따라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유럽연합(EU)은 기업 광고에서 ‘기후중립’과 ‘100% 유기농’, ‘자연’, ‘에코’ 등의 표현을 제한한 ‘그린 클레임 지침’에 합의하고, 이를 기업에 대한 법적 규제 근거로 활용하고 있다. EU 내 기업들이 해당 기준을 넘어선 자의적인 친환경 광고 행위를 할 경우, 기업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은 물론 매출 4% 이상의 벌금에 처해질 수도 있다.
국내에서도 국회가 그린워싱 규제 범위를 기존 ‘제품’에서 ‘제품 등’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환경기술 및 환경산업 지원법 일부개정법률안’ 개정안을 지난 8월 발의한 바 있다. 제조행위는 물론 기업의 서비스 제공·사업 수행에 대한 그린워싱도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한 대형 로펌의 ESG 전문위원은 “최근 환경산업기술법을 통해 그린워싱에 대한 추가 제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입법이 추진되고 있는데, 해당 법률의 판단 기준과 관련해 환경부 가이드라인이 활용될 소지가 높다”고 밝혔다.
시민단체·정부, 기업 감시 확대 추세...“기존 공시자료 검토 시점”
법조계는 그린워싱 지침 추가로 기업에 대한 환경·시민단체들의 감시 영역이 더욱 넓어질 것이라고 내다본다. 이달 유럽 소비자 기구는 EU의 그린워싱 지침에 근거해 ‘100% 재활용 가능(100% recyclable)’이라고 표기한 코카콜라, 다농, 네슬레 등 음료수 생산 기업에 대한 문제 제기에 나선 바 있다.국내 역시 환경단체 주도의 그린워싱 적발 사례가 증가하는 추세다. 대형 로펌의 ESG 전문 변호사는 “철강이나 에너지 회사들이 근거 없는 그린워싱을 지속하고 있다고 고정적으로 문제 제기를 하는 사례가 많다. 특히 2021년을 기점으로 공시 자료 등을 확인하거나 자체 조사를 통해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그린워싱 위반을 이유로 신고를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그린워싱과 관련해 국내 기업의 환경 관련 공시 자료도 잠재적 리스크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해외의 경우 자본시장 당국이 그린워싱 위반 기업에 막대한 벌금을 물리고 있다.
미국 광산업체인 컴퍼스미네랄(Compass Minerals International)은 브라질 자회사 수은 공장의 환경 위험성과 관련해 부정확한 공시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지난 2022년 9월 1200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앞서 같은 해 3월 미국의 ‘GO ECO’ 역시 투자자들에게 친환경 음료수 제조 회사라고 광고했다가 민사소송에서 약 48억원을 배상하고, 손해배상과 별도로 20억원의 벌금을 물게 된 사례가 있다.
한 공정거래 전문 변호사는 “국내 기업들이 경영에서 지속가능성 경영을 이어갔더라도, 그린워싱 사항과 관련해 과거 정보의 공시 누락이나 오기재 가능성에 대비해 전반적인 자료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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