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윤(친윤석열) 핵심'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12일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후 당내 지도부와 주류들의 희생이 이어질지 이목이 쏠린다. 김기현 대표 사퇴가 임박했다는 설도 나오지만 공식 일정을 취소하고 잠행에 들어간 점을 고려할 때 조만간 '사퇴' 혹은 '불출마' 결단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장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22대 국회의원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 역사의 뒤편에서 국민의힘 총선 승리를 응원하겠다"고 밝혔다. 장 의원이 15년 정치 인생에서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그는 19대 총선 직전인 2011년 12월에도 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이 '디도스 파문' 등으로 위기에 몰리면서 쇄신 요구가 거세지자 총선 불출마 의사를 밝힌 적이 있다.
윤석열 정권 창출에 1등 공신인 장 의원이 당 쇄신의 신호탄이 되면서 지도부와 친윤 의원들에 대한 거취 압박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장 의원은 불출마 변을 통해 그들에게 희생을 암묵적으로 요구했다. 장 의원은 "또 한 번 백의종군 길 간다. 마지막 공직인 국회의원직이다. 윤석열 정부 성공을 위한 최소 조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떠난다. 버려짐이 아니라 뿌려짐이라 믿는다. 저를 밟고 총선 승리를 통해 윤석열 정부를 성공시켜 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정치권에서는 장 의원이 불출마 선언을 한 데 대해 윤석열 대통령 의중이 담겼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장 의원은 처음부터 혁신위 요구를 외면했다. 장 의원은 지난달 14일 사실상 본인의 외곽 조직으로 불리는 '여원산악회' 창립 15주년 기념식을 맞아 관광버스 92대를 동원해 회원 4200여 명을 모으며 '세 과시'를 하면서 반발한 바 있다.
결국 장 의원이 이 같은 결정을 내리게 된 것은 '윤심(윤 대통령 의중)'이 작용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지난 6일 윤 대통령이 부산을 방문했을 당시 장 의원이 국밥 회동을 한 장면이 결정적인 순간"이라며 "장 의원이 갑자기 불출마 선언을 한 것은 윤 대통령 의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장 의원 결정에 당내 의원들은 경의를 표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당과 윤석열 정부 성공을 위해 본인이 희생하는 결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최재형 의원 역시 페이스북을 통해 "용단에 경의를 표한다"며 "이런 희생과 결단이 당을 살리고 나라를 살린다. 이제 시작"이라고 적었다. 하태경 의원은 본인 페이스북에 "친윤 핵심과 당 지도부의 희생 없이 총선 승리는 어렵다. 그것이 인요한 혁신위원회의 결론"이라며 "다 죽어가던 혁신의 불씨를 장 의원이 되살렸다"고 말했다.
이제 공은 김 대표에게 넘어갔다. 김 대표는 이틀에 걸쳐 자리를 비운 상태다. 이를 두고 당 안팎에서 김 대표 '사퇴론'이 분출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고위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하면서 "아마 윤 대통령 의중에 따라 향후 거취를 결정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돌연 잠적을 하면서 같은 날 강남 구룡마을 연탄봉사 현장에는 윤 원내대표만 홀로 모습을 보였다. 윤 원내대표는 김 대표 행보를 묻는 질문에 "달리 말씀드릴 게 없다"며 답을 피했다. 김 대표 사퇴와 관련된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서도 "들은 바가 없다"고 일축했다.
여권 내 중진 의원들이 릴레이 불출마를 이어갈지는 불투명하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장 의원의 불출마는 개인 판단이지만 이 정도로 현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만을 잠재울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라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대통령이 바뀌어야 하기 때문에 큰 의미가 있을까 싶다"고 했다.
이종훈 시사평론가는 "김 대표가 불출마를 고려할 가능성은 높아졌는데 일단 대표직을 유지하면서 불출마를 선언하는 방법도 있다. 우선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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