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도 도시 규모를 가늠하는, 아니 ‘시골과 도시를 구분하는’이라는 표현이 더 맞겠다. 그런 상징적인 브랜드가 존재했다. 나이키, 아디다스, 리복 등 스포츠 브랜드가 대표적이다. 1990년대 농구는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 중 하나였고 유명 농구 선수들이 착용한 운동화를 판매하는 스포츠 브랜드 매장은 문전성시를 이뤘다. 당연히 지역 내 해당 브랜드 매장의 존재만으로 지역민의 자존감은 올라갔다.
스포츠 브랜드들도 갓 시골 티를 벗은 소도시에서 기대 이상으로 매출이 나오자 블루오션으로 여겼다.
하지만 대도시로 인구가 몰리고 출산율이 낮아지면서 지방 소도시 상권은 급격히 쇠락했다. 스포츠 브랜드 매장도 예외는 아니었다.
나이키는 2017년 전 세계 12개 주요 도시 전략을 발표했다. 성장을 이끌 세계 핵심 도시를 선정하고 특화 매장을 구성하는 것이 골자다. 뉴욕, 런던, 상하이, 파리, 로스앤젤레스, 베를린, 도쿄 등과 함께 서울도 포함됐다.
국내는 2010년대 중반 도입된 ‘키어카운트(핵심 벤더)’를 확대하고 체험형 콘텐츠를 강화하는 전략이 수립됐다. 키어카운트 매출은 5~6년 전 대비 3~4배 성장하며 전략 변경이 주효했음을 입증했다.
‘리복’도 대대적인 정비를 마치고 한국 시장에서 리빌딩하고 있다. 지난 5월 대구에 약 346㎡(105평) 규모로 첫 번째 플래그십스토어를 열며 고객 접점을 강화했다.
한때 연 매출이 2000억원에 달했던 아식스는 2020년부터 매출이 1000억원 아래로 하락하며 2021년에는 영업이익이 3억원에 그쳤다. 아식스는 나이키, 리복과 달리 오프라인을 접고 온라인에 집중하는 구조조정이 한창이다.
이제 남은 것은 아디다스다. 아디다스 역시 지난해 1월 ‘퓨처 파트너’ 매장을 선정하는 것을 골자로 한 마스터플랜을 수립했다. 그러나 점주들과 접점을 찾지 못하며 전략 자체가 표류하고 있다.
‘퓨처 파트너’는 체험형 기능을 접목한 거점 상권 중심 매장이다.
아디다스는 기존 매장이 우선적으로 퓨처 파트너에 선정될 수 있도록 하고 탈락한 매장도 3년간 운영을 보장하는 유예 기간을 뒀다. 그러나 기존 매장 점주들은 크게 반발했다. 결국 아디다스코리아 대표와 점주 대표는 국정감사 현장에 소환되기에 이르렀다.
지금 현재도 중소 도시 상권은 무너지고 있다. 나이키와 리복이 점포 전략을 과감히 수정한 것 역시 매출 부진 점포를 정리하고 플래그십을 강화해 위기를 극복했다.
필름의 대명사인 코닥은 패션 브랜드로 거듭났다. 급격한 디지털화로 필름 시장이 사장될 것을 예견한 변화다.
변화하는 브랜드만이 살아남는다. 아디다스 역시 생존을 위한 변화가 필요한 기로에 서 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본사와 점주가 '공멸'이 아닌 '상생'의 해법 찾기에 머리를 맞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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