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간 원자재값과 인건비 인상 등으로 공사비가 급등하면서 재건축 조합에서도 공사비 증액 카드를 꺼내드는 사례가 늘고 있다. 3.3㎡당 공사비 1000만원을 제시해도 시공사를 찾지 못해 유찰되는 현장까지 생겨나는 상황이다.
1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도곡개포한신아파트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은 지난 6일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공고를 내면서 총 공시비 4295억원을 제시했다. 3.3㎡당 920만원 수준이다.
서울 서초구 신반포27차 재건축조합은 지난 1월 말 진행한 시공사 선정 입찰 당시 3.3㎡당 공사비를 908만원으로 제시했다가 단 한 곳도 응찰하지 않아 유찰된 이후 지난달 26일 2차 시공사 선정 입찰공고를 내면서 959만원으로 올렸다.
재건축조합들이 공사비를 증액하는 것은 건설사들이 수주에 참여하도록 독려하기 위해서다. 공사비를 낮게 책정하면 유찰 가능성이 높고 추후 시공사와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시간이 곧 돈’이라는 정비사업에서 사업 지연은 금융비용 증가로 이어지는 구조여서 조합도 눈높이를 맞추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앞서 송파구 가락동 가락삼익맨숀도 지난달 시공사 선정 입찰 당시 조합 측이 3.3㎡당 810만원을 제시했으나 건설사가 단 한 곳도 참여하지 않았다.
건설업계에서는 공사비 현실화가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1월 건설공사비지수는 154.64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공사비 갈등 이슈가 부각되는 것은 건설사들이 자체적으로 감내할 수 있는 한계점을 지났기 때문"이라면서 "건설사들이 손해를 떠안고 적자 공사를 더는 할 수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건설사들이 주택정비사업 수주를 꺼리고 선별 수주에 나서면서 주택 수주액도 감소하고 있다. 대한건설협회가 국내 건설수주 동향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국내 건설사의 주택(주거용 건축) 수주액은 54조4384억원으로 2022년(80조8133억원) 대비 33% 줄어들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 회장)는 "조합들은 싸게 발주하려고 하고 건설사들은 비싸게 수주해 수익을 내려고 한다"며 "조합과 건설사가 제시하는 공사비 간극이 워낙 커서 합의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조합이 공사비 증액에 나서고 있지만 건설사들 마음을 돌리기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