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고금리 기조 완화는 점점 더 요원해지는 모습이다. 4·10 총선을 계기로 민생이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이 대외 악재에 발목 잡혀 사그라들고 있다.
14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1.3원 오른 1375.4원에 거래를 마쳤다. 1370원대 환율은 2022년 11월 10일(1378.5원) 이후 17개월 만이다.
이달 초만 해도 1340원대 후반을 오가던 환율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피벗(통화정책 전환) 기대감이 후퇴하고 이스라엘과 이란이 공격을 주고받으면서 열흘 새 30원 이상 급등했다. 분위기 반전을 위한 호재도 마땅치 않아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로 치솟을 수 있다는 우려가 비등하고 있다.
환율과 유가 급등은 수입물가를 높여 소비자물가 전반을 끌어올릴 수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달 3.1%를 정점으로 점차 둔화할 것이란 물가 당국의 전망이 어긋날 가능성도 높아졌다.
물가가 오르면 금리 인하 시점도 더 순연될 수밖에 없다. 이자비용 부담에 신음하던 서민 가계와 기업 모두에 직격탄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2일 기자간담회에서 "농산물 가격과 유가가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며 "하반기 금리 인하 가능성을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총선 뒤 정세가 바뀌고 민생도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 악재가 잇따르는 상황에 정부도 다급해졌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대외경제점검회의를 긴급 소집하고 "향후 사태 전개 등에 따라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도 커질 수 있다"며 상황별 대응책 재점검을 지시했다.
정영식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국제거시금융실장은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함께 확대되고 있다"며 "이는 환율을 불안하게 만드는 요인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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