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8.6원 오른 1384.0원에 장을 마치며 종가 기준 연고점을 새로 썼다. 종가 기준으로 2022년 11월 8일(1384.9원) 이후 1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환율은 올해 들어 종가 기준 연고점을 9차례 경신하며 1400원대에 근접하고 있다. 환율이 1400원대를 돌파한 것은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2년 미국발 고금리 충격까지 단 세 차례다.
유가는 더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유가 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서울 주유소 평균 휘발유 가격은 전날보다 11.40원이나 오른 ℓ당 1765.73원까지 치솟았다. 지난 1일(1726원)과 비교하면 2주 만에 39.75원이나 상승했다.
국제유가가 급등한 탓이다. 향후 중동 분쟁이 호르무즈해협 봉쇄로 전이되면 현재 배럴당 90달러대인 국제유가가 130달러를 넘어설 것이란 비관론까지 나온다.
달러 대비 원화 약세가 지속되는 상황이라 원유 수입액 증가에 따른 무역수지 악화 가능성도 제기된다. 원유·천연가스의 주요 생산지이자 운송 경로인 중동 지역의 전쟁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반도체 수출 호조로 간신히 플러스 기조를 유지 중인 무역수지 흑자폭이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수입액이 늘어나면서 수출보다 수입이 증가하며 무역수지가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도 높다. 실제 이달 1~10일 수입액은 1년 전보다 5.8% 증가한 184억 달러로 수출액(164억 달러)을 웃돌며 무역수지는 20억 달러 적자를 나타냈다.
이형석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국제유가가 100달러 이상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올 정도로 현재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 연구위원은 "유가 상승은 무역수지 흑자폭을 줄이고 수입물가를 올려 물가를 자극할 것"이라면서 "결국 주요국 기준 금리 인하 시점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주요국 내수 경기 회복의 발목을 잡을 수 있어 우리나라 수출도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정부와 한은도 유가와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인한 경제 파급효과를 우려하며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는 시장상황 점검회의에서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우려가 있는 경우 시장 안정화 조치를 적기에 시행할 것"이라며 "이번 사태에 대해 각별한 경계심을 가지고 24시간 모니터링 체계를 가동, 향후 진행 양상과 국내외 금융·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