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메이커] 한국계 최초 美 상원의원 도전하는 '보통사람' 앤디 김

2021년 美 국회의사당 폭동 시 조용히 청소

'투표용지 사건'으로 다시 美 언론 집중 조명

풀뿌리·'보통사람' 이미지로 유권자 파고들어

앤디 김 미 뉴저지주 하원의원(오른쪽)[사진=앤디 김 홈페이지]

2021년 1월 미국 대선 결과에 불복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미국 국회의사당을 습격하고 난동을 일으켰을 당시, 엉망이 된 의사당에서 마스크를 낀 채 무릎을 꿇고 조용히 청소하는 한국계 하원의원 앤디 김의 모습이 미국 전역으로 퍼지며 화제가 됐다. 당시 그는 "그저 이 혼란을 바로잡기 위해 뭔가 역할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며 담담하게 청소를 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올해 3월 김 의원은 자신이 제기한 '투표용지 사건'에서 법정 승리를 거두며 다시 한번 미국 언론들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당 지도부가 경선 결과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뉴저지주 민주당 경선 투표용지 도안을 법원이 위헌으로 판결했고, 그 결과 민주당은 오는 6월 뉴저지주 경선에서 투표용지 도안을 바꾸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법정에서 "민주주의의 요점은 사람들에게 선택권을 주는 것"이라고 외치며 오랜 투표용지 관습에 대항한 김 의원은 소송을 승리로 이끌며 언더도그(약자)에서 일약 미국 정계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이미 뉴저지주에서 3연속 하원의원을 역임하고 있는 김 의원은 한국계 첫 상원의원이라는 고지를 위해 도전장을 내민 가운데 '투표용지 사건'을 통해 그의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켰다. 2025년 뉴저지 주지사 도전을 선언한 스티븐 풀럽 저지시티 시장은 이 사건에 대해 "지난 수십 년간 뉴저지 정가에서 가장 중대한 변화일 것"이라고 언급했다.

지난 2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아무도 앤디 김을 예상치 못했다. 그것이 그의 전략이다' 제하의 기사를 통해 밥 메넨데스 현 뉴저지주 상원의원의 후임자로 김 의원이 유력하다고 짚었다. 뇌물 수수 혐의로 기소된 메넨데스 의원이 출마 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으나 실질적으로 가장 유력한 후보는 김 의원이라는 분석이다. 따라서 현 추세대로라면 오는 11월 상원의원 선거에서 김 의원은 한국계 최초로 상원의원 당선이 예상된다.

상원의원 출마 계획이 없었다는 그는 작년 9월 22일 상원 외교위원장이었던 메넨데스 의원과 그의 아내가 사업가들로부터 수십만 달러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됐다는 사실이 전해진 바로 다음날 상원의원 출마 의사를 밝혔다. 그는 미국 CBS와 인터뷰하면서 "그날 밤 잠을 이룰 수 없었다"며 "뭔가를 해야겠다고 느꼈다"고 상원의원 출마 소회를 전했다. 특히 필 머피 현 뉴저지주 주지사 아내인 '뉴저지 퍼스트 레이디' 태미 머피 여사가 민주당 상원의원 경선에 뛰어들 것이라는 소식에 모두가 만류했지만 그는 출마를 강행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작년 11월 가문과 당의 강력한 지원 사격을 업은 머피 여사가 경선에 뛰어들었으나 김 의원은 물러서지 않았고, 결국 머피 여사는 '투표용지 사건'의 법원 판결이 나오기 며칠 전 경선 후보 사퇴를 발표했다. 김 의원은 이에 대해 "사람들, 이른바 '풀뿌리'에서 나오는 믿을 수 없는 에너지를 보여주는 증거"라며 "정치 엘리트들, 심지어 의회 내 제 동료들조차 나보다 퍼스트 레이디를 지지하면서 한동안 매우 외로움을 느꼈다"고 언급했다.

1982년생으로 올해 41세인 김 의원은 유전학자인 아버지와 간호사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이민 2세대 한국계 미국인이다. 보스턴에서 출생한 후 뉴저지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그는 시카고대를 거쳐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국제관계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001년 발생한 9·11 테러를 계기로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된 김 위원은 졸업 후 국무부,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등에서 외교 안보 전문가로 활동해 왔다. 옥스퍼드대에서 공부할 때는 피트 부티지지 현 미국 교통부 장관과 학연을 맺기도 했다.

소수 인종이라는 배경과 대학 시절 노숙자 지원 그룹 활동, 이라크전 반대 시위 참여 등 다양한 사회 경험을 쌓은 김 의원이 유권자들에 어필하고 있는 것은 기존 백인 중심 엘리트 정치인들과는 차별화된 민생에 기반을 둔 풀뿌리 정치인, 그리고 '보통사람' 이미지다. 실제로 김 의원은 올해 1분기 동안 300만 달러(약 42억원) 이상 정치 자금을 모금한 가운데 그중 95%가 100달러(약 14만원) 미만 소액 기부였다고 전하며 "매일 우리는 믿을 수 없는 풀뿌리 운동이 날로 강해지는 것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현 상원의원의 부패에 충격을 받아 출마를 결심하게 됐다는 김 의원은 "우리는 진실하게 섬길 수 있는 지도자가 필요하다. 쇼를 위한 사람이 아닌 일꾼이 필요하다"는 기치하에 유권자층을 파고들고 있다. 그리고 이는 기득권층의 부패에 환멸을 느낀 유권자들 사이에서 반향을 일으키며 미국 정치권에 충격을 던지고 있다.

국무부 차관보 재임 당시 김 의원과 같이 근무한 경력이 있는 톰 마리노프스키 전 뉴저지 하원의원은 "이번 선거는 단순히 새로운 상원의원을 선출하는 것을 넘어 뉴저지에서 우리 지도자를 뽑는 완전히 새로운 방식이 될 것"이라며 "1년 전만 해도 아무도 이를 예측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NYT에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