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은 절충형(2인지도체제) 방식을 논의 테이블에 올리며 차기 지도부 시스템을 놓고 저울질을 시작했다. 당 대표 출마 시 당선이 유력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등판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면서 당권 주자들의 셈법도 복잡해질 전망이다.
6일 정치권에 따르면 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 '2인 지도체제'를 제시하며 원외 의견 수렴을 요청했다.
황 위원장이 띄운 2인 지도체제는 당대표를 뽑은 후 2위를 수석최고위원에 임명하는 게 골자다. 당 대표가 직을 상실할 경우 부대표가 대표직을 승계해 지도부 안정성을 높이려는 취지다. '관리형 비대위'를 이끄는 황 위원장이 '안정성'에 무게를 두는 것은 2026년 지방선거와 2027년 대통령선거를 차질 없이 치르기 위함이다.
국민의힘 선택지는 세 가지가 됐다. 현행 단일 지도체제의 경우 당 대표의 리더십 리스크와 선거 패배가 지도부 교체로 이어져 안정성을 담보하기 어려웠다. 실제 국민의힘 당 대표는 2022년 5월 집권 여당이 된 이 후 2년 임기를 채우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준석 전 대표를 시작으로 주호영 전 비대위원장, 정진석 전 비대위원장, 김기현 전 대표,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 황 위원장까지 6번 바뀌었다.
집단 지도체제는 다수의 후보들의 출마를 유도해 흥행 효과를 누릴 것을 내다봤다. 대권을 노리는 잠룡들을 육성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현재 국민의힘에서는 한 전 위원장을 포함해 윤상현·나경원·안철수 의원, 유승민 전 의원 등이 당권 주자로 꼽힌다. 이들이 함께하는 지도부가 탄생하면 국민적 관심을 한 몸에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과열 경쟁으로 당내 혼란을 야기할 우려도 존재한다. 국민의힘은 지난 2005년 이전까지 당 대표 1인 체제로 운영됐지만 2005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 대표 시절 만든 당 혁신안에 따라 9인 집단지도체제로 변경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2014년 김무성·서청원·김태호·이인제 등이 참여한 집단 지도체제에서 당 지도부는 극심한 갈등을 겪은 바 있다.
'한동훈 견제구'라는 정치권의 시선도 부담이 될 전망이다. 전당대회 등판 시 당선이 유력한 한 전 위원장에게 유리한 것은 단일 지도체제다. 집단 지도체제나 2인 지도체제로 결정이 될 경우 당내 정치 세력이 부족한 한 전 위원장은 중량급 정치인들과 함께 지도부를 운영해야 한다.
집단 지도체제를 주장해 온 첫목회는 2인 지도체제에 즉각 반대 입장을 밝혔다. 첫목회는 당 대표 선출 규정과 관련해서도 '당원투표 50%, 국민여론조사 50%'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첫목회 간사인 이재영 국민의힘 강동을 당협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연금개혁 토론회 중 기자들과 "우리는 5대5 입장에서 변함이 없고 집단 지도체제로 꼭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한 전 위원장을 위하는 거냐 반대하는 거냐는 측면에서 논의되는 룰 변경이 기준점이 되는 게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민의힘은 지도체제 변경에 대해 '신중론'을 펼치고 있다. 국민의힘 당헌·당규개정특별위원회는 오는 7일 지도체제에 대해 집중 논의하고 12일까지 당헌·당규 개정안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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