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 CB 리픽싱 가운데 8개는 사모CB…개인 투자자 접근 어려워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이날 패션 기업 형지I&C는 제8회차 CB의 전환가액을 861원에서 794원으로 7.78% 조정한다고 공시했습니다. 이에 따라 전환 가능 주식 수도 487만8048만주에서 528만9672주로 늘어났습니다.
CB는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붙은 채권을 입니다. CB를 발행할 때 채권과 주식을 교환하는 비율인 전환가액을 정하는데요. 리픽싱은 주가가 낮아질 경우 전환사채(CB)의 전환가격을 낮춤으로써 가격을 재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계약을 뜻합니다.
반도체 검수장비업체 더코디의 8회차 CB는 사채 발행 후 매 3개월이 경과한 날마다 전환가액을 조정하고 있습니다. 첫 조정일이었던 지난 5일 전환가액이 하향 조정됐는데 이 회사 주가는 연초 이후 13.6% 하락했습니다. 발행 시점인 지난해 9월과 비교하면 31.65% 감소했습니다.
CB는 아무에게나 투자 기회를 열어주는 공모형과 발행 회사와 사전 협의한 특정 기관 및 개인에게 발행하는 사모형(투자자 49인 이하)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CB는 사모형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앞서 언급했던 9개 기업 가운데 8개(형지I&C, 대한광통신, 더코디, 인스코비, 코렌텍, 뉴온, 피코그램, 국동)가 사모형 CB였습니다.
공모CB이든 사모CB이든 CB는 발행 기업 주가가 하락하면 전환가격을 낮춰주는 리픽싱 조건이 붙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최초 발행할 때 전환가격이 주당 1만원이라고 해도 주가가 계속 하락하면 8000원, 7000원으로 조정될 수 있습니다. 전환 기회를 자꾸 부여해 주는 것입니다. 리픽싱 하한을 70%로 설정하는 게 '무조건'은 아니지만 통상적 '관례'입니다.
건강기능식품 전문기업 뉴온을 예시로 들어보겠습니다. 뉴온은 지난 2021년 11월 4년짜리 CB를 발행했고(전환가격 834원), 이 CB는 발행 후 3개월마다 리픽싱이 가능하다고 공시됐습니다. 발행 이후 전환가격 조정일(2022년 12월)까지 1개월 평균 주가 흐름이 709.9원이라서 전환가격을 기존 834원에서 695원으로 낮췄습니다. 이런식으로 뉴온의 주가는 계속 떨어져 307원까지 전환가액을 조정했습니다. 투자자들에게는 834원 안팎의 주식을 주당 307원에 받을 기회가 생긴거지요.
금융위 "전환사채 과도한 '리픽싱' 막는다"…3분기 규정 개정안 시행
금융위원회는 지난 5월27일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개정안)에 대한 규정변경예고를 실시한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1월23일 발표한 전환사채 시장 건전성 제고방안에 대한 후속조치인데요, 전환가액 조정 합리화 내용이 담겨져 있습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현재 시가 변동에 따른 전환가액 조정 최저한도는 원칙적으로 최초 전환가액의 70% 이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예외적으로 주주총회 특별결의 또는 정관을 통해 70% 미만으로 정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는데, 일부 기업들이 정관을 이용해 예외를 적용하는 사례가 있었습니다. 이에 개정안은 주주총회 특별결의(건별)를 통해서만 CB 등의 리픽싱 최저한도에 대한 예외 적용을 허용하기로 했습니다.
시가변동에 따른 전환가액 조정과 달리 증자, 주식배당 등에 따른 전환가액 조정은 발행기업이 이사회 결의로 자유롭게 조정 방법을 정할 수 있어 일부 기업들이 전환가액을 과도하게 하향 조정하는 사례가 있었습니다. 개정안은 증자, 주식배당 등으로 전환권의 가치가 희석되는 경우 희석효과를 반영한 가액 이상으로만 전환가액 하향 조정을 할 수 있게 했습니다.
또한, 사모 CB 등의 전환가액 산정 기준일을 명확히 규율했습니다. 일부 기업들이 전환가액 산정 후 주가가 상승할 때까지 납입일을 계속 연기하는 방법으로 정당한 시가반영을 회피하는 사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개정안은 발행 직전 주가를 전환가액에 공정하게 반영할 수 있도록 사모 CB 등의 전환가액을 산정할 때 '실제 납입일'의 기준시가를 반영토록 했습니다.
개정안은 지난 28일부터 이달 11일까지 규정변경예고를 실시하며, 이후 규제개혁위원회 심사와 증권선물위원회·금융위원회 의결 등의 절차를 거쳐 3분기 중 시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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