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월세 매물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이달 들어 서울 월세 물건이 1만7000건 밑으로 떨어지며 2022년 7월 이후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1년 넘게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상승곡선을 그리자 월세로 수요가 옮겨가면서 수급 불균형 현상이 심화되는 모습이다.
12일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전날 기준 서울 월세 매물은 1만6454건으로, 한 달 전(1만7878건) 대비 8% 감소했다. 서울 내 월세 매물 규모가 1만7000건 아래로 떨어진 것이다. 1년 전인 2023년 같은 기간(2만1197건)과 비교하면 22.4% 급감했다. 이는 지난 2022년 7월 5일(1만6976건) 이후 2년여 만에 기록한 역대 최저 수준이다.
이달 1일 월세 매물은 1만7030건으로 1만7000건을 웃돌았지만, 최근 500건 넘게 빠지며 1만6000건으로 내려앉았다.
서울 모든 자치구에서 월세 매물이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자치구 중에서도 은평구의 감소 폭이 가장 컸다. 은평구의 월세 매물(6월 11일 기준)은 2023년 759건에서 올해 208건으로 72.6% 크게 줄었다. 이어 동대문구(-57.7%), 중구(-53.7%), 노원구(-47.2%) 등의 순으로 월세 매물이 빠르게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1년 새 월세 매물이 급감한 이유는 아파트 입주 물량이 감소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부동산 R114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과 입주예정 물량은 전무했다. 다음 달 입주 예정 물량도 1299가구에 그친다. 지난해 6월 입주물량(4946가구) 대비 73.7% 크게 줄어든 상황이다.
서울 아파트 전세 시장이 불안한 것도 월세 시장의 수급 불균형 문제를 야기했다는 분석이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주 0.01% 오르며 55주 연속 상승 추세다. 여기에 전세 사기 여파로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도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 이날 기준 2만8826건으로, 1년 전(3만4558건)보다 16.6% 감소했다. 임대차 시장의 두 축인 월세와 전세 매물이 모두 빠지고 있는 것이다.
월세 매물 감소와 수요 증가가 맞물리면서 월세 상승세도 뚜렷하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 달 서울 아파트 월세지수는 113.1로 집계됐다. KB부동산이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지난 2015년 1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부동산 전문가는 당분간 월세 상승세는 계속되지만 월세난으로 확대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최근 아파트 입주 물량이 부족하고 빌라 수요가 아파트로 이동해 월세 매물이 감소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월세 수요는 느는 데 매물이 부족하자 매월 내는 임대료도 상승하고 있다. 당분간 이러한 월세 상승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월세난으로 확대되진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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