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한은경제통계스템(ECOS)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올해 1~4월 직접투자배당수입은 77억861만 달러(약 10조6000억원)로 집계됐다. 이는 같은 기간 지난해 156억4270만 달러(약 21조6000억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2022년(85억3900만 달러)과 비교해도 줄어든 수치다.
직접투자배당수입은 직접투자일반배당수입과 재투자수익수입을 더한 것으로 해외 자회사가 우리나라에 송금한 금액이다. 올해 1~4월 직접투자일반배당수입은 지난해 대비 54%가량 줄었다. 해외 자회사로부터 받는 순수 배당금인데 지난해 1~4월엔 154억6750만 달러였지만 올해 100억3130만 달러에 그쳤다. 다만 2022년 30억7590만 달러보다는 70%가량 늘었다.
재투자수익수입은 -23억4520만 달러로 나타났다. 직접 투자기업(지분율 10% 이상)이 경영을 통해 낸 이익을 직접 투자자에게 배당하지 않고 남겨둔 유보금이다. 이 숫자가 마이너스로 떨어지면 기업이 해외에서 낸 이익이 그만큼 국내로 돌아왔다는 뜻이다.
배당소득은 지난해 경기 악화로 적자 늪에 빠졌던 경상수지를 흑자로 이끄는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했다. 국내 기업이 해외 자회사로부터 받은 배당금에 대해 법인세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세법을 개정한 효과다.
지난해 1월부터 법인세 이중과세를 조정하기 위해 해외 자회사법인한테서 받는 배당소득에 대해 95%까지 법인세에서 '익금불산입'(비과세)하는 제도를 시행했다. 2022년까지는 해외 자회사가 국내로 보낸 배당금의 경우 본사 소득에 포함돼 법인세 과세 대상이었다.
해외 유보금을 이용해 국내 투자에 나서면 고금리로 은행 대출을 받지 않아도 되는 데다가 고환율 상황에서 해외에 있는 달러를 국내로 들여와 원화로 환전하면 금융 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 기업들에게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이 제도가 적용된 첫해 해외에 자회사를 둔 법인들은 다년간 쌓아둔 배당 가능 이익을 활발하게 국내에 송금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현대자동차는 전기차 전용 공장 신설 등 국내에 투자할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해 해외 법인의 배당액을 59억 달러로 늘린다고 했다. 2022년(13억 달러)의 4.5배에 달한다.
쌓아둔 배당 가능 이익을 지난해 한꺼번에 들여오는 제도이기 때문에 제도를 도입한 정부에선 구조상 '반짝 효과'가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올해는 쌓아둔 잉여액이 없거나 지난 한 해 분이 전부이기 때문에 줄어든 것이란 설명이다.
박경찬 기획재정부 국제조세제도과장은 "지난해 제도가 도입되면서 해외 자회사에서 5~10년간 누적됐던 배당 가능 이익들이 일거에 국내모회사로 배당조치 된 것"이라면서 "주요 대형법인들은 지난해 이미 자회사들의 이익가능배당을 모두 끌어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부터는 지난해 1년치 분만 들어오는 셈이기 때문에 제도 구조상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면서 "지난해는 누적분 전체 효과가 나타난 것이고 올해부턴 전년분의 1년치 효과만 보게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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