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가정을 꾸린 국민이 외국인 배우자를 보훈보상대상자 가족으로 등록 시 국적을 이유로 이를 거부하던 국가보훈부 방침에 제동이 걸렸다.
국민권익위원회는 18일 거주기간이 충족되고 언어와 문화체득 등 일정한 생활 기반이 형성된 외국인 배우자를 보훈보상대상자 가족으로 등록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A씨는 군복무 중 부상으로 2017년 6월 재해부상군경으로 등록된 이후 대학생 시절부터 7년을 연애한 외국인 B씨와 2023년 2월 혼인신고를 했다. B씨는 결혼이민비자를 취득해 국제부부가 됐다.
A씨는 관할 보훈지청에 보훈보상대상자 가족의 취업 지원에 대해 문의했으나, 보훈지청으로부터 외국인은 가족등록 자체가 안되며 국적 취득 후에 등록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다.
이에 A씨는 "보훈보상대상자 가족의 안정적인 경제활동을 위해 취업 지원을 해달라고 했는데 외국인 배우자를 가족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사회적으로 다문화가정에 대한 지원이 많아지고 있으므로 이에 따른 적극행정이 필요하다"고 권익위에 고충 민원을 제기했다.
권익위 조사 결과 △B씨의 외국인등록증 체류지 등을 확인했을 때 혼인신고 이전인 2019년부터 A씨와 동일 주소지에 거주해 한국 체류 기간이 최소 5년 이상인 점 △B씨가 2023년 2월에 부산의 4년제 대학을 졸업한 것으로 확인된 점 △B씨가 2022년 11월에 취득한 한국어능력시험(TOPIK Ⅱ) 결과, 한국어 듣기·쓰기·읽기 등에서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수준인 점을 확인했다.
아울러 권익위는 법무부 의견조회를 통해 외국인의 대한민국 국적취득 요건으로 국내 거주기간을 두고 있는 것은 대한민국 국가공동체의 구성원이 되기 위한 적응 기간과 일정한 생활 기반이 형성돼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생활이 가능하게 된 경우에 귀화를 허용한다는 취지임을 회신받았다.
이에 권익위는 국적법 상 국적을 취득하기 위한 실질적인 '간이귀화' 조건이 충족된다고 할 수 있으므로 B씨를 보훈보상대상자의 가족으로 재검토하도록 국가보훈부에 의견 표명했다.
또한 실질적인 간이귀화 요건을 충족하는 외국인 배우자에게까지 일률적으로 국적법의 간이귀화 조건인 거주기간 등을 요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므로 보훈보상대상자 가족등록과 관련해 구체적이고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하도록 제도개선 할 것을 의견 표명했다.
권익위 관계자는 "다문화 가족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보훈가족에 대한 인식과 기준이 개선돼 지원과 예우에 있어서 소홀함이 없도록 각별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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