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요 은행 영업점이 대거 폐쇄되며 고령층 등 금융소외계층을 포용하기 위해 나왔던 '은행대리점 제도' 도입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4년 전 처음 나온 방안임에도 은행대리점 제도는 여전히 도입 검토 단계에 있다. 서비스의 질 저하 등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며 검토가 미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 상반기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줄인 영업 점포 수는 51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달 시중은행 영업점 중 폐쇄가 예정된 지점도 25개에 달한다.
최근 대면 점포 수가 줄어들며 금융 접근성을 높일 대책으로 은행대리업이 꼽히고 있다. 이에 지난달 20일 은행법학회는 '은행대리업 제도의 도입 필요성과 법적 과제'를 주제로 세미나를 열고, 입법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은행대리업이란 유통업자, 우체국 등 비은행 기관에서 예금과 대출 등 은행 고유의 업무를 대리하는 사업이다.
은행대리업 도입 논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정부는 코로나19 시기에 디지털 취약계층을 위한 은행대리업 제도 도입을 예고한 바 있다. 실제 금융위원회는 지난 2020년 '포스트 코로나 시대 금융정책 추진방향' 방안을 발표하며 제도 도입을 언급했다. 지난해 7월에도 '은행권 영업 경영관행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하며 제도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시점까지 구체적인 방안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이는 은행 서비스의 질 저하나 금융사고 발생 리스크 등으로 제도 도입을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금융위가 연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 실무작업반'에서도 이와 같은 문제점이 지적됐다. 당시 이상제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은행대리인이 늘어나는 것에 상응하게 교육연수나 책임성이 따르지 못하면 서비스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하지만 은행 접근성이 떨어지고 있는 금융소외계층을 위해 은행대리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최근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영업점 폐쇄가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며 "대리점을 통해 은행 접근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이미 일본에서는 은행 대리업 제도가 도입돼 활성화되고 있다"며 "전국적 영업망을 갖춘 유통업자 등 법인이 은행대리업을 겸업할 수 있으면 은행대리업이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대리업 도입과 관련해 금융위 관계자는 "대리점 허용 범위 등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다 보니 검토가 늦어지고 있는 것"이라며 "지난해 6~7월 제도 개선 과제로 내놓고, 3분기까지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던 만큼 조속하게 구체적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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