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연구자와 전문가들이 게임이용장애 국내 질병 분류 코드 도입 문제에 관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불명확한 진단 기준과 게임이 문제가 있는 행동을 일으킨다는 직접적 요인이 발견되지 않은 점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원장 조현래·이하 콘진원)은 지난 5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소강당에서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 관련 논의와 국내외 연구 결과 발표를 위한 ‘게임이용장애 국제세미나(이하 세미나)’를 개최했다.
한국게임산업협회(협회장 강신철)와 공동 개최한 이번 세미나는 ‘새로운 관점에서 살펴보는 게임 인식’을 주제로, 비디오 게임이용자에 대한 해외 연구 사례 소개와 국내 게임이용자 대상 종단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콘진원은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과 관련한 실증적이고 객관적인 근거를 제시하기 위해, 2019년 ‘게임 질병코드 도입으로 인한 사회변화 연구’를 시작으로 다양한 연구들을 진행해왔다.
김은정 콘진원 콘텐츠산업정책연구센터 산업정책팀 팀장은 “게임이용자의 게임 과몰입과 게임 이용과 관련한 중장기적 추적 조사가 필요하다”며 “게임이용장애 인식 개선을 위해 ‘게임 과몰입 힐링센터’와 ‘게임 러터러시 연구센터’를 운영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콘진원은 2019년 예비조사를 시작으로 5년 차 연구가 진행 중인 ‘게임이용자 패널 연구’와 2020년부터 과학적인 근거 제시를 위한 ‘게임이용자 임상의학 코호트 연구’ 등 다년간의 종단 연구를 통해 게임이 이용자에게 미치는 다양한 영향을 살펴보고 있다.
이번 ‘게임이용장애 국제세미나’에서 연구 결과를 공유했다. 한덕현 중앙대 정신의학과 교수는 ‘인터넷 게임 사용에 대한 4년 코호트 뇌 변화-청년을 중심으로’를 주제로 발제했다.
한 교수는 2020년부터 게임을 하는 초·중·고·대학생 집단을 매년 100명씩 모집해 신경인지검사, 인터넷 게임장애 진단을 위한 인터뷰, 자기공명영상검사(MRI) 등을 진행했다.
게임행동 종합진단척도(CSG)를 통해 연구 집단을 △과몰입군(고위험군) △과몰입위험군(경계군) △일반사용자군 △게임 선용군으로 나눈 후 3년 후의 변화 등을 연구했다.
한 교수는 “게임 선용군은 과몰입군만큼 게임을 많이 한다. 만약 게임 이용이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면 뇌에 똑같은 손상을 가져올 것이다”라며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변화는 관찰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한 한 교수는 “사용자 군의 변화나 유지에 가장 강력한 영향을 끼친 것은 인지·정서 중 집중력이었다”고 연구 결과를 전했다.
조문석 한성대 사회과학부 교수는 ‘게임이 게임행동장애의 원인인가?-게임행동유형 변동 요인의 쟁점에 대한 실증분석’을 발제했다.
조 교수는 “게임이 게임행동 장애의 직접적 원인이라는 결정적 근거는 연구를 통해 확인하기 어려웠다”며 “게임 이용자의 심리적·사회적 요인 등 다른 선행요인이 작용한 결과 겪게 되는 심리적, 행태적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정부는 세계보건기구(WHO)가 2019년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으로 규정하고 국제질병분류(ICD-11)에 반영하자 국무조정실 주도로 민·관 협의체를 꾸리고,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체계(KCD)에 게임이용장애를 등재할지 여부를 논의해왔다.
KCD는 오는 2025년 개정을 앞둔 만큼, 협의체가 내년까지는 결론을 내야 하는 상황이다. 조 교수는 “ICD-11에 등재된 질병이 KCD에 등록되지 않은 사례가 없다. 과거 추세를 보면 KCD에도 게임이용장애가 등록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며 “게임 이용에 따른 긍정적 경험 등 게임관련 연구 주제를 다양화하고 다학제적 연구를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해외 석학들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앤드루 쉬빌스키 옥스퍼드대 인간행동기술학 교수가 ‘게임과몰입을 논하는 세계에서의 비디오 게임과 과학’, 마티 부오레 틸뷔르흐대 사회심리학과 교수가 ‘연구는 비디오게임과 웰빙에 대해 어떻게 말하고 있는가?’를 주제로 발표했다.
두 연사 모두 비디오 게임과 정신적 웰빙의 상관관계를 지속 연구해 왔으며, 이를 기반으로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화의 복잡성과 산업에 미칠 부정적 영향에 관해 설명했다.
쉬빌스키 교수는 “과거 폭력적인 게임이 실제 폭력성을 부추긴다는 주제의 연구가 있었지만, 연관성이 없다는 것이 드러나고 있다”며 “게임이용장애에 관한 많은 연구가 이뤄지고 있지만 부정확한 결과가 도출되는 연구가 많다. 신뢰할 수 있고 실질적인 증거를 제시하는 연구는 극도로 적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WHO와 미국 정신의학회의 의견을 무시하면 안 되지만 그들의 말이 우리의 연구 종착점이 될 수는 없다”며 “영국의 경우 이전 국제질병분류인 ICD-10을 도입하는 데 20년가량이 걸렸는데, 영국의 국가 의료 체제나 실정과 맞지 않는 내용은 도입하지 않은 것도 많았다”고 짚었다.
부오레 교수는 게임 회사 닌텐도아메리카 등과 협업해 비디오게임 이용자 6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와 7개의 글로벌 비디오 게임 회사와 협업해 7개의 서로 다른 게임의 이용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 등의 사례를 공유했다. 그는 “장시간의 게임 이용이 부정적인 감정을 유발하지 않았다. 과몰입 또는 이용장애 등과의 상관관계도 부족하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발제 종료 후에는 윤태진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의 진행으로 게임이용장애를 둘러싼 심도 있는 안건을 논의하는 종합 토론이 이어졌다.
조현래 콘진원 원장은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국내외 연구 결과를 통해 부정적인 영향이 강조된 게임이용 인식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라며, “이번 세미나를 통해 게임을 질병이 아닌 하나의 문화로 바라볼 수 있는 인식이 더욱 확산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영상 축사를 통해 “게임을 향한 부정적 시선 대다수는 게임과 게임이용장애에 대한 그릇된 편견에 따른 오해”라며 “문체부도 게임의 긍정적 가치가 확산되도록 게임 리터러시 사업 등 다양한 정책으로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원장 조현래·이하 콘진원)은 지난 5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소강당에서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 관련 논의와 국내외 연구 결과 발표를 위한 ‘게임이용장애 국제세미나(이하 세미나)’를 개최했다.
한국게임산업협회(협회장 강신철)와 공동 개최한 이번 세미나는 ‘새로운 관점에서 살펴보는 게임 인식’을 주제로, 비디오 게임이용자에 대한 해외 연구 사례 소개와 국내 게임이용자 대상 종단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콘진원은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과 관련한 실증적이고 객관적인 근거를 제시하기 위해, 2019년 ‘게임 질병코드 도입으로 인한 사회변화 연구’를 시작으로 다양한 연구들을 진행해왔다.
콘진원은 2019년 예비조사를 시작으로 5년 차 연구가 진행 중인 ‘게임이용자 패널 연구’와 2020년부터 과학적인 근거 제시를 위한 ‘게임이용자 임상의학 코호트 연구’ 등 다년간의 종단 연구를 통해 게임이 이용자에게 미치는 다양한 영향을 살펴보고 있다.
이번 ‘게임이용장애 국제세미나’에서 연구 결과를 공유했다. 한덕현 중앙대 정신의학과 교수는 ‘인터넷 게임 사용에 대한 4년 코호트 뇌 변화-청년을 중심으로’를 주제로 발제했다.
한 교수는 2020년부터 게임을 하는 초·중·고·대학생 집단을 매년 100명씩 모집해 신경인지검사, 인터넷 게임장애 진단을 위한 인터뷰, 자기공명영상검사(MRI) 등을 진행했다.
게임행동 종합진단척도(CSG)를 통해 연구 집단을 △과몰입군(고위험군) △과몰입위험군(경계군) △일반사용자군 △게임 선용군으로 나눈 후 3년 후의 변화 등을 연구했다.
한 교수는 “게임 선용군은 과몰입군만큼 게임을 많이 한다. 만약 게임 이용이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면 뇌에 똑같은 손상을 가져올 것이다”라며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변화는 관찰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한 한 교수는 “사용자 군의 변화나 유지에 가장 강력한 영향을 끼친 것은 인지·정서 중 집중력이었다”고 연구 결과를 전했다.
조문석 한성대 사회과학부 교수는 ‘게임이 게임행동장애의 원인인가?-게임행동유형 변동 요인의 쟁점에 대한 실증분석’을 발제했다.
조 교수는 “게임이 게임행동 장애의 직접적 원인이라는 결정적 근거는 연구를 통해 확인하기 어려웠다”며 “게임 이용자의 심리적·사회적 요인 등 다른 선행요인이 작용한 결과 겪게 되는 심리적, 행태적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정부는 세계보건기구(WHO)가 2019년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으로 규정하고 국제질병분류(ICD-11)에 반영하자 국무조정실 주도로 민·관 협의체를 꾸리고,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체계(KCD)에 게임이용장애를 등재할지 여부를 논의해왔다.
KCD는 오는 2025년 개정을 앞둔 만큼, 협의체가 내년까지는 결론을 내야 하는 상황이다. 조 교수는 “ICD-11에 등재된 질병이 KCD에 등록되지 않은 사례가 없다. 과거 추세를 보면 KCD에도 게임이용장애가 등록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며 “게임 이용에 따른 긍정적 경험 등 게임관련 연구 주제를 다양화하고 다학제적 연구를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해외 석학들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앤드루 쉬빌스키 옥스퍼드대 인간행동기술학 교수가 ‘게임과몰입을 논하는 세계에서의 비디오 게임과 과학’, 마티 부오레 틸뷔르흐대 사회심리학과 교수가 ‘연구는 비디오게임과 웰빙에 대해 어떻게 말하고 있는가?’를 주제로 발표했다.
두 연사 모두 비디오 게임과 정신적 웰빙의 상관관계를 지속 연구해 왔으며, 이를 기반으로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화의 복잡성과 산업에 미칠 부정적 영향에 관해 설명했다.
쉬빌스키 교수는 “과거 폭력적인 게임이 실제 폭력성을 부추긴다는 주제의 연구가 있었지만, 연관성이 없다는 것이 드러나고 있다”며 “게임이용장애에 관한 많은 연구가 이뤄지고 있지만 부정확한 결과가 도출되는 연구가 많다. 신뢰할 수 있고 실질적인 증거를 제시하는 연구는 극도로 적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WHO와 미국 정신의학회의 의견을 무시하면 안 되지만 그들의 말이 우리의 연구 종착점이 될 수는 없다”며 “영국의 경우 이전 국제질병분류인 ICD-10을 도입하는 데 20년가량이 걸렸는데, 영국의 국가 의료 체제나 실정과 맞지 않는 내용은 도입하지 않은 것도 많았다”고 짚었다.
부오레 교수는 게임 회사 닌텐도아메리카 등과 협업해 비디오게임 이용자 6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와 7개의 글로벌 비디오 게임 회사와 협업해 7개의 서로 다른 게임의 이용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 등의 사례를 공유했다. 그는 “장시간의 게임 이용이 부정적인 감정을 유발하지 않았다. 과몰입 또는 이용장애 등과의 상관관계도 부족하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발제 종료 후에는 윤태진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의 진행으로 게임이용장애를 둘러싼 심도 있는 안건을 논의하는 종합 토론이 이어졌다.
조현래 콘진원 원장은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국내외 연구 결과를 통해 부정적인 영향이 강조된 게임이용 인식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라며, “이번 세미나를 통해 게임을 질병이 아닌 하나의 문화로 바라볼 수 있는 인식이 더욱 확산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영상 축사를 통해 “게임을 향한 부정적 시선 대다수는 게임과 게임이용장애에 대한 그릇된 편견에 따른 오해”라며 “문체부도 게임의 긍정적 가치가 확산되도록 게임 리터러시 사업 등 다양한 정책으로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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