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엔비디아, 구글 등 이른바 매그니피센트7(M7)의 시가총액이 하루 새 1000조원 넘게 증발했다.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에 인공지능(AI) 거품론, 엔 캐리 트레이드(저렴한 엔화로 사들인 해외자산을 되파는 현상) 청산, 중동 전쟁 위기 고조 등이 복합 작용한 결과다. 여기에 엔비디아는 신형 반도체 연기, 구글은 미 법무부가 제기한 ‘구글 검색 반독점 소송’에서 패소하는 등 악재까지 겹쳤다.
5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033.99포인트(-2.60%) 내린 3만8703.27에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60.23포인트(-3.00%) 하락한 5186.33에 장을 닫았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576.08포인트(-3.43%) 밀린 1만6200.08에 폐장했다. 특히 다우 지수와 S&P500 지수는 2022년 9월 13일 이후 약 2년 만에 최대폭으로 하락 마감했다.
시총 1위 기업인 애플의 주가는 전장 대비 4.82% 하락한 주당 209.27달러(28만6699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AI 대장주’ 엔비디아의 주가 역시 6.26% 떨어진 100.45달러(13만7616원)를 찍었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4.61%)과 테슬라(-4.23%), 아마존(-4.10%)은 나란히 4%대 급락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메타의 낙폭도 각각 3.27%, 2.54%에 달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폭락에 “AI 버블론 확산과 미국 경기침체 우려에 맞물려 기술주가 패닉 셀(공황 매도) 사태를 주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날 애플 시총이 3조3420억 달러에서 3조1810억 달러로 1610억 달러 줄어든 것을 비롯해 엔비디아 몸집도 2조6390억 달러에서 2조4700억 달러로 1690억 달러나 쪼그라드는 등 이날 M7의 시총은 약 8000억 달러(1096조원) 감소했다.
애플의 하락 폭이 커진 배경에는 ‘투자의 달인’으로 불리는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가 2분기 들어 보유 중인 애플 주식 절반을 팔았다는 점이 자리 잡고 있다. 이 사실은 버크셔 해서웨이가 지난 3일 발표한 2분기 실적 보고서를 통해 드러났다.
엔비디아의 주가는 차세대 칩 출시가 당초 예정보다 최소 3개월 늦춰지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낙폭이 커졌다. 정보기술(IT) 매체 디인포메이션은 엔비디아가 고객사인 MS와 다른 1곳의 클라우드 업체에 뒤늦게 발견된 결함 때문에 AI 칩 신제품 블랙웰 B200 생산 지연 사실을 통보했다고 지난 3일 보도했다. 엔비디아는 현재 반도체 생산업체인 TSMC와 새로운 테스트 작업을 진행 중이며 내년 1분기까지는 이 칩을 대규모로 출하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구글이 미국 법무부가 제기한 ‘구글 검색 반독점 소송’에서 패소했다는 소식은 알파벳 주가를 끌어내렸다. 구글은 항소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이번 판결은 인터넷 검색을 주 수입원으로 삼는 구글에 커다란 타격이며 AI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회사의 앞날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법무부의 판결에서 구글에 직접 제재를 가하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구글이 회사 운영을 바꾸거나 일부 사업을 매각하도록 강제하는 판결을 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소송 결과가 애플, 아마존, 메타 등 다른 기업의 반독점 소송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업계 전반의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이날 M7의 폭락세가 저가 매수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댄 아이브스 웨드부시 증권 수석 애널리스트는 “투자자들이 공황, 비이성적인 글로벌 매도에서 벗어나 성장 테마를 주도하는 최고의 기술기업, 승자기업의 주식을 보유하도록 돕는 것이 우리의 전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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