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서울을 중심으로 늘어나는 가계대출을 잡기 위해 새 규제 카드를 꺼내 들었다. 9월부터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를 시행하는데 수도권 지역은 스트레스 금리를 높여 대출 규제를 더 강력하게 적용하기로 한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20일 은행회관에서 열린 '은행권 간담회'에서 다음 달 1일부터 스트레스 DSR 2단계를 시행하되,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에 대해서는 스트레스 금리를 0.75%포인트 대신 1.2%포인트로 상향 적용한다고 밝혔다.
스트레스 금리는 과거 5년 중 가장 높았던 수준의 월별 가계대출 가중평균 금리와 현시점 금리를 비교해 결정하되 금리변동기의 과다 또는 과소 추정을 보완하기 위해 하한을 1.5%, 상한을 3.0%로 두고 있다. 이달 말까지는 스트레스 금리 하한인 1.5%의 25%인 0.38%가 적용되다가 9월 1일부터는 50%인 0.75%가 적용되는데 이를 은행권 수도권 주담대 차주에 한해 1.2%로 적용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9월부터 연소득 5000만원 차주의 변동금리 주담대 대출 한도는 스트레스 DSR 도입 이전 3억2900만원(30년만기, 분할상환 대출 시, 대출이자 4.5% 가정)에서 수도권의 경우 13% 감소한 2억8700만원, 비수도권은 8% 감소한 3억200만원으로 축소된다. 연소득 1억원 차주는 스트레스 DSR 도입 전엔 6억5800만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었지만 다음 달부터는 수도권 5억7400만원, 비수도권은 6억400만원까지만 가능하게 된다.
금융당국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대출 규제를 강화하기로 한 것은 올해 2분기부터 서울 중심의 집값 상승세와 금리인하 기대감 등으로 가계부채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2024년 2분기 가계신용' 잠정치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896조20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13조8000억원 늘었다. 분기 말 잔액 기준으로 역대 최대 수준이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기조에 5대 은행들도 주담대 금리를 인상하고 나섰지만, 대출 급증세가 잡히지 않자 당국이 특단의 대책을 꺼내든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금융당국은 오는 9월부터 은행들이 모든 가계대출을 대상으로 내부관리 목적의 DSR을 산출하고, 다음 해부터는 이를 기반으로 은행별 DSR 관리계획을 수립·이행할 것을 지시했다. 필요 시에는 DSR 적용 범위를 확대하거나 은행권 주담대에 위험가중치를 상향하는 식의 추가 조치도 검토할 방침이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은행권이 경각심을 가지고 가계부채를 선제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며 "은행권 자율적으로 상환능력, 즉 DSR에 기반한 가계부채 관리 체계를 갖춰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은행의 고수익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제기되는 상황에 대해서는 "은행권에 충분히 경쟁이 있는지, 일반기업과 같이 치열하게 혁신을 해왔는지, 민생이 어려울 때 상생 의지를 충분히 전달했는지 등을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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