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친(親)이란 성향의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25일(현지시간) 대규모 공습을 주고받은 이후 중동 분쟁으로 확전을 피하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이스라엘과 헤즈볼라가 격렬한 교전 이후 중동 갈등으로 확대될 수 있는 악순환을 피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였다고 전했다.
앞서 이날 이스라엘군은 헤즈볼라의 공격 조짐을 포착했다며 전투기 100여대를 동원해 레바논 내 헤즈볼라 표적을 선제 타격했다. 이후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에 320여발의 로켓을 쏘고 드론 공격을 감행했다. 이는 지난달 30일 군 최고 사령관 푸아드 슈크르가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피살된 데 대한 보복 공격이었다.
이번 교전은 상당한 무력 충돌이었지만 사상자가 거의 없었고 피해도 제한적이었다고 WSJ는 설명했다. 여기에 헤즈볼라는 이날 하루 작전이 끝났다고 밝히기도 했다.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는 “이번 공격은 사전 대응이었으며 작전의 효과가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그에 따라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지금으로서는 대응이 종료됐고 국가도 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예멘 후티반군 등 이란을 지원하는 민병대들은 헤즈볼라의 이번 작전을 축하했다. 하마스 정치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지난달 31일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암살된 이후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을 공언한 이란은 침묵을 지키고 있는 상황이다.
WSJ는 “상대적으로 평온한 상태가 유지된다면 발표된 사상자 수가 적기 때문에 각 전투 세력이 낮은 수준의 교전 패턴으로 돌아가 미국이 수개월 동안 막으려 했던 대규모 전쟁을 피할 여지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레바논 당국은 이날 자국에서 3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고 발표했다. 이스라엘군은 함정에 타고 있던 해군 1명이 요격 미사일 파편에 맞아 사망하고 다른 군인 2명이 다쳤다고 했다.
이스라엘군 이란 지부 사령관을 지냈고 텔아비브에 있는 국가안보연구소의 연구원인 대니 시트리노비츠는 헤즈볼라가 더 큰 전쟁을 원하지 않으며 이날 결과에 만족할 수 있다고 말했다.
레바논 베이루트 소재 카네기중동센터의 모하나드 하게 알리 연구 부국장은 이스라엘 측 사상자가 제한적이라는 사실은 헤즈볼라가 분쟁이 계속 억제되기를 원한다는 걸 분명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CNN도 현재로서는 중동 지역이 전쟁 위기에서 벗어났다고 내다봤다. CNN은 “이스라엘 당국은 상부 갈릴리로 알려진 최북단 지역에 대한 보안 제한을 해제했다”며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을 이날로 끝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는 국경에서 저강도 분쟁으로 돌아갔다는 신호”라며 “중동을 다시 전면전 직전까지 몰았던 긴장이 마무리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CNN은 헤즈볼라가 보복의 ‘1단계’가 종료됐다고 언급했지만 후속 조치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거의 밝히지 않았던 점도 언급했다.
헤즈볼라는 이날 보복 공격 뒤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의 1단계가 성공적으로 완료됐다”며 “이스라엘 막사와 시설들을 겨냥해 공격 드론을 깊숙이 집어넣는 것이 포함됐다”고 밝혔다.
CNN은 “(1단계라는) 이 표현은 수사적인 것일 수 있으며 헤즈볼라는 위협을 명확히 하지 않고 열어두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동 지역의 살얼음판은 계속되고 있다. 이스라엘과 전쟁 중인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의 휴전안을 거부한데다, 이날 하마스의 무장조직 알카삼여단이 이스라엘에 미사일 공격을 감행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알카삼여단은 이날 텔레그램 성명에서 “시온주의자(이스라엘)의 민간인 학살과 고의적인 이주에 대응해 M90 미사일을 텔아비브로 쐈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군은 성명에서 “남쪽 가자지구에서 날아온 발사체가 리숀레지온에 떨어지는 것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현지 일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에서 로켓이 날아왔지만 빈 공간에 낙하했으며 보고된 사상자가 없다고 이스라엘군을 인용해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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